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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미트로프 손길에 파도친 무대”…신영철, 5순위 반전→OK저축 새 출발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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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미트로프 손길에 파도친 무대”…신영철, 5순위 반전→OK저축 새 출발 알렸다

신유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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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숨을 돌린 신영철 감독의 표정에는 지난 시즌의 긴 기다림과 숙고가 담겨 있었다. 선수 명단이 차례로 발표될 때마다 쌓여가는 긴장 속에서, OK저축은행의 벤치로 향하는 박수와 응원은 절로 커져갔다. 그 순간, 디미타르 디미트로프의 이름이 호명되는 무대에는 묵직한 희망의 기운이 감돌았다.

 

2025 남자부 외국인 선수 드래프트는 9일 튀르키예 이스탄불에서 열렸다. OK저축은행은 지난 시즌 최하위 성적의 그림자 속에서 전체 140개의 추첨 구슬 중 35개를 쥐고 가장 높은 1순위 지명 가능성을 기대했으나, 결과적으로 5순위에 머물렀다. 그러나 신영철 감독은 미리 점찍어둔 불가리아 국가대표, 왼손 아포짓 스파이커 디미타르 디미트로프를 정확히 선택하며 전략과 의지를 동시에 증명했다.

“디미트로프 낙점”…신영철, 외인드래프트 5순위→OK저축 영입 성공 / 연합뉴스
“디미트로프 낙점”…신영철, 외인드래프트 5순위→OK저축 영입 성공 / 연합뉴스

2미터가 넘는 장신에 프랑스 리그 몽펠리에 경험까지 갖춘 디미트로프는, 강한 파워와 함께 배구 센스, 그리고 위기에서의 침착함이라는 묵직한 무기로 주목 받았다. 신영철 감독이 “원했던 선수를 뽑아 다행”이라고 전한 데에는, 드래프트 전 직접 프랑스 현지까지 날아가 두 차례 경기를 관전하며 평가한 믿음이 깃들어 있었다. 감독은 또 “나쁜 공에도 왼손으로 유연하게 처리할 수 있다”며 선수의 기량에 자신감을 드러냈다.

 

OK저축은행은 외국인 선수 영입 외에도, 이란 대표 미들블로커 젤베를 아시아 쿼터로 추가 영입하며 센터진의 높이를 한층 끌어올렸다. 신 감독이 “레오를 비롯한 리그 최고 아포짓과도 블로킹에서 밀리지 않을 것”이라고 언급한 만큼, 올 시즌 달라진 골격으로 새 바람을 예고했다. 트레이드를 통해 합류한 전광인, 송희채, 차지환, 김건우, 김웅비 등이 아웃사이드 히터진을 채우면서, 백업 아포짓 활용 구상 역시 착실히 준비돼가고 있다.

 

감독과 선수, 그리고 팬 모두에게는 아직 아물지 않은 지난 시즌의 상처가 있다. 그러나 이번 드래프트에서의 과감한 결단과 새로운 조합은, 어쩌면 깊은 한숨 너머 다가올 또 다른 비상에 대한 약속처럼 다가온다. 숙성된 기다림과 믿음을 동력 삼아, OK저축은행은 디미트로프를 중심으로 한 시즌의 희망을 다시 그려낸다.

 

지친 어깨 위로 스며드는 조용한 기대, 이름 없이 응원하던 이들의 손길. 다가올 2024-2025시즌 V리그를 앞두고, OK저축은행의 작은 변화들은 다시 한 번 배구 팬들의 눈길을 머무르게 한다. 이 팀의 반전 드라마는 다가오는 시즌, 새로운 이름과 함께 코트를 뜨겁게 달굴 예정이다.

신유리 기자
#신영철#디미트로프#ok저축은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