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개인정보 유출 심각한 수준 넘어”…김민석 총리, 법 위반 엄정 조치 지시
정책 실패와 기업 책임 공방이 겹치며 정부와 플랫폼 기업이 정면으로 맞붙었다.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과 AI 활용 허위·과장 광고 논란이 격화하는 가운데, 국무총리실이 강경 대응을 앞세우며 정치권 논쟁도 거세지고 있다.
김민석 국무총리는 1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주재한 제7회 국가정책조정회의 모두발언에서 쿠팡의 개인정보 유출 사태를 거론하며 "심각한 수준을 넘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야말로 윤리적인 기본의 문제"라고 비판하며 플랫폼 기업의 책임을 강하게 압박했다.

김 총리는 "디지털 사회에서 국민 정보 보호는 플랫폼 기업의 가장 기본적 책무"라며 "정부는 사고 경위를 신속하고 정확하게 조사해야 한다. 이에 따라 법 위반 사항에 대해서는 엄정하게 조치해야 한다"고 지시했다. 개인정보 보호를 더 이상 기업 자율에만 맡기지 않겠다는 메시지로 읽힌다.
정부는 지난달 30일 민관협동 조사단을 구성해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고의 상세 경위를 조사 중이다. 특히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정보 유출과 관련한 안전 조치 의무 위반 여부를 집중 점검하고 있다고 국무총리실은 전했다. 조사 결과에 따라 과징금 부과와 형사 책임 논의도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국무총리실은 제도 개선 방향도 함께 제시했다. 총리실은 "유사사고 재발 방지를 위해 징벌적 과징금 도입 및 손해배상 실질화 등 제도 개선을 추진하고, 정보보안 관리체계 실효성 제고 및 대표자 책임 강화 등을 통해 사후 대응에서 사전 예방적 체계로 개편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행 제재 수준으로는 대형 플랫폼의 위험 행태를 억제하기 어렵다는 판단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김 총리는 허위·과장 광고 문제로 화제를 옮기며 온라인 시장 질서 전반에 대한 경고성 메시지도 던졌다. 그는 "허위 과장 광고가 극심하다. 최근엔 SNS를 통해 더욱 급속히 확산하고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특히 그는 생성형 인공지능 등 신기술을 악용한 광고를 언급하며 "시장 질서 교란뿐 아니라 소비자 피해가 심한 중대한 범죄 행위로 판단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AI를 활용한 허위·과장 광고에 대한 규제를 한층 강화하겠다는 방침이다. 김 총리는 "정부는 AI를 활용한 허위·과장 광고에 대해 사전 유통 예방뿐 아니라 신속한 사후 차단도 추진하고자 한다"고 밝힌 뒤, "AI 생성물 표시의무제를 도입하고, 허위 광고 시정에 필요한 심의 속도를 단축하겠다"고 말했다. 온라인 광고 심의 체계 전반을 인공지능 시대에 맞게 손보겠다는 구상이다.
그는 특히 "과징금을 대폭 상향하고, 징벌적 손해배상을 도입하겠다"고 재차 강조했다. 플랫폼과 광고주 모두에게 강력한 경제적 책임을 묻겠다는 취지로, 국회 입법 논의 과정에서도 관련 쟁점이 뜨거운 논쟁거리가 될 전망이다.
김 총리는 외교·문화 의제도 함께 점검했다. 그는 내년 7월 부산에서 열리는 제48차 세계유산위원회 회의를 언급하며 "이 회의는 단순한 국제회의 이상의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문화 강국으로 나아가는 토대를 재확인하는 자리이자 문화유산 보존의 중요성을 후대에 전하는 데 있어 정부의 책임을 다지고 이를 국제사회에 알리는 행사"라고 설명했다.
또한 김 총리는 "지난 APEC의 경험을 보면, 철저한 사전 준비만이 성공을 좌우한다"며 국가유산청을 중심으로 관계부처와 부산시가 준비에 만전을 기해달라고 주문했다. 준비 과정에서 예상되는 교통·안전·경호 과제뿐 아니라 지역경제와 연계한 문화 행사 기획이 중요하다는 점을 시사한 셈이다.
그는 "이번 기회에 국가 전반적으로 국가 문화유산을 잘 보존하는 문제와 현대적인 정책을 병존시키는 문제에 대해서도 정리해가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개발 정책과 문화유산 보존 사이의 갈등을 체계적으로 조정해야 한다는 인식이 담긴 발언이다.
정부는 현재 추진 중인 한국의 갯벌 2단계 세계유산 등재를 철저히 준비하는 한편, 세계유산위원회 부산 회의를 계기로 미디어아트 전시, 무형유산 공연, 국제 세미나도 함께 열 계획이다. 국내 문화외교 역량을 보여줄 기회라는 평가가 나온다.
보건 현안에 대한 언급도 이어졌다. 김 총리는 인플루엔자 등 겨울철 감염병 확산과 관련해 "영유아 및 학령기 청소년 등을 중심으로 불안감이 확산하고 있다"며 "고위험군을 대상으로 국가 예방접종도 실시하고 학교 등을 중심으로 전파 차단에 주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학부모 우려를 진정시키는 한편 방역 대응의 빈틈을 줄이라는 주문이다.
정부는 감염병 유행의 조기 인지와 신·변종 바이러스 발생 감시 강화를 위해 의원급 표본감시기관을 올해 300곳에서 내년 800곳으로 확대 운영할 예정이다. 감시망을 대폭 키워 확산 조짐을 조기에 포착하겠다는 것이다.
이날 국무총리 주재 회의에서는 플랫폼 기업의 개인정보 보호 책임, AI 시대 광고 규제, 세계유산위원회 준비, 겨울철 감염병 대응이 한꺼번에 논의됐다. 정치권은 향후 쿠팡 유출 사태 조사 결과와 징벌적 과징금 입법 방향을 두고 치열한 공방을 벌일 가능성이 크다. 정부는 관련 제도 개선안을 정리해 국회와 협의를 이어갈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