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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미군 현수준 표현 빠져”…한미, 전작권 전환·대북기조 변화 강조

오예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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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간 안보정책 핵심 현안인 ‘주한미군 현수준 유지’ 문구가 14일 제57차 한미안보협의회(SCM) 공동성명에서 생략되며, 정치권이 주한미군 감축 논란에 다시 휩싸이고 있다. 실제로 ‘주한미군의 현재 전력 수준 유지’라는 표현은 2008년 이래 공동성명에 대부분 빠짐없이 들어갔지만, 올해는 삭제됐다. 최근 트럼프 2기 체제에서 미 국방전략 재편 움직임과 맞물리면서 동북아 안보지형에도 변화 기류가 감지된다.

 

이날 SCM 공동성명은 안규백 국방부 장관과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부 장관이 용산 국방부 청사에서 만난 지 열흘 만에 발표됐다. 두 장관은 “주한미군이 지난 70년 이상 한반도에서 수행해온 핵심적 역할에 주목하고, 동맹의 노력을 지지하기 위해 주한미군의 전력 및 태세 수준을 지속적으로 유지할 것임을 재확인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해마다 빠지지 않던 ‘현수준’이라는 명확한 표현은 빠졌다. 국방부는 “미 국방수권법에 따라 현수준 유지에 공감대가 있다”고 설명했지만, 한미 간 주한미군 역할과 규모 재조정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 커진 상황이다.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 문제에도 변화가 예고됐다. 안규백 장관과 헤그세스 장관은 “조건에 기초한 전작권 전환 원칙을 재확인”하며, 내년 중 2단계(완전운용능력·FOC) 검증을 끝내고 최종단계(완전임무수행능력·FMC)로 진입한다고 밝혔다. 국방부는 “임기 내 전작권 전환 달성이 충분히 가능하다”고 평가했다. 한국은 국방비를 국내총생산(GDP)의 3.5%까지 늘릴 방침을 재확인했고, 미국도 이에 대한 기대감을 표명했다. 오는 2035년 국방비 비중 3.5% 달성 목표를 염두에 두고 연평균 7.7% 인상이라는 구체적 로드맵 역시 공개됐다.

 

대북 메시지에서도 수위 변화가 뚜렷하다. 작년까지 유지됐던 ‘핵 사용 시 김정은 정권 종말’ 등 초강경 문구, ‘제재와 압박’ 언급 모두 빠졌다. 헤그세스 장관은 2018년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4대 원칙 고수 의지를 재확인했고, 안 장관도 한반도 평화정책에 필요한 군사적 신뢰조치 강화를 강조하는 데 그쳤다. 트럼프 대통령이 구상하는 북미 정상회담 가능성 등에 대비해, 한미가 대북 압박의 표현 수위 자체를 조정한 게 아니냐는 평가가 나왔다.

 

정치권에서는 SCM 공동성명에 주한미군 전력 관련 기존 문구가 빠진 데 대해 여야가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정부와 국방부는 “현실적으로 미 의회 법에 따라 주둔 정책은 변함없다”고 진화에 나서고 있으나, 일각에선 동맹 기반 군사정책의 추후 유연화 가능성, 북한 및 주변국 반응 등 정세 변화 촉진 요인으로 주목하는 분위기다.

 

이른바 ‘주한미군 감축론’, 전작권 조기 전환, 국방비 증액 논의 등 굵직한 안보 의제가 다시 한 번 국내 정세와 맞물려 격돌할 전망이 커졌다. 정치권은 향후 한미 주요 협의 및 북미관계 진전 여부에 따라 동맹과 전략 노선의 새로운 갈림길에 직면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오예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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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규백#피트헤그세스#주한미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