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기능식품 이상사례 급증…여성·고령층 집중 노출 파장
건강기능식품 섭취 후 부작용이 의심되는 이상사례가 최근 몇 년간 꾸준히 늘고 있다. 특히 여성과 고령층에 사례가 집중되고, 소화기와 피부 관련 증상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나 섭취 전·후 주의가 요구된다. 산업적으로는 건강기능식품 시장 확대 속에 안전관리 체계와 소비자 교육 강화가 핵심 과제로 떠오른다. 업계와 당국은 이번 통계 공개를 건강기능식품 안전관리 수준을 한 단계 높이는 분기점으로 보고 있다.
식품안전정보원은 29일 건강기능식품 이상사례 현황과 섭취 시 주의사항 등을 정리한 자료집 건강기능식품 이상사례정보 비질인포를 발간하고,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비질인포는 경계와 정보의 합성어로, 이상사례 감시와 정보 제공을 동시에 겨냥한 데이터 기반 안전관리 플랫폼 성격의 자료집이다. 건강기능식품 이상사례는 제품 섭취와 관련해 바람직하지 않고 의도되지 않은 징후, 증상, 질병 등이 발생한 경우를 통칭한다.

건강기능식품 이상사례는 2018년 이후 증가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지난해 한 해에만 2300여 건이 신고됐다. 이어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10월까지는 총 3002건이 접수됐다. 같은 기간 이상사례 발생자는 여성이 2100명으로 전체의 70퍼센트를 차지했고, 남성은 528명 17.6퍼센트, 정보 없음은 374명 12.4퍼센트로 집계됐다. 정보 확인이 가능한 연령대 가운데에서는 60대 이상이 32.3퍼센트로 가장 많았고, 50대 14.3퍼센트, 40대 6.6퍼센트, 30대 2.6퍼센트 순이었다. 건강기능식품의 주요 소비층이 여성과 고령층에 집중돼 있다는 시장 구조가 이상사례 통계에도 그대로 반영된 셈이다.
이상사례 신고 경로를 보면, 소비자가 직접 건강기능식품 이상사례 신고센터에 신고하는 경우와 영업자를 통해 간접 보고되는 경우로 구분된다. 실제 수집되는 데이터의 약 96퍼센트는 영업자가 소비자 민원을 접수한 뒤 신고센터로 보고한 사례에서 나온다. 자발적 소비자 신고가 상대적으로 적다는 뜻으로, 전문가들은 소비자 인식 제고와 함께 디지털 기반 신고 채널 고도화를 통해 신고 접근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증상 유형을 보면 소화불량 등 위장관 증상이 전체의 44.9퍼센트로 가장 많았다. 가려움 등 피부 증상도 20.2퍼센트를 차지해, 위장관과 피부 관련 이상이 대다수였다. 그 밖에 어지러움, 가슴 답답함, 갈증 등 다양한 전신 증상이 보고됐다. 한 건의 이상사례에서 여러 증상이 동시에 발생하는 경우가 적지 않아, 총 이상증상 건수는 신고 건수보다 더 많다. 의료기관 이용 현황을 보면 이상증상으로 병원 치료를 받은 사례는 314명 10.5퍼센트, 약국 치료 사례는 27명 0.9퍼센트에 머물렀다. 반면 증상이 일상생활에 큰 지장을 주지 않거나 건강기능식품 섭취를 중단한 뒤 호전돼 의료기관을 찾지 않은 사례가 1891명 63퍼센트로 다수를 차지했다.
식품안전정보원이 이번에 공개한 비질인포 자료집에는 건강기능식품 이상사례 신고센터의 역할과 수집 체계, 최근 이상사례 통계, 실제 사례를 바탕으로 한 섭취 시 주의 방법, 해외 기관의 안전정보, 소비자와 영업자가 자주 묻는 질문과 답변, 2025년 건강기능식품 산업 동향 분석 등이 종합적으로 담겼다. 단순한 통계 나열을 넘어, 위험 요인과 예방 수칙을 구체적으로 제시해 현장 활용도를 높인 구성이 특징이다.
국내 건강기능식품 시장은 면역, 다이어트, 혈행 개선, 장 건강 등 기능별 제품 라인업이 빠르게 확대되며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반면 제품 간 품질 편차와 표시·광고 오인 가능성, 여러 제품을 동시에 섭취하는 다중 복용 증가 등으로 안전성 관리 부담도 커지는 상황이다. 특히 온라인과 홈쇼핑 등 비대면 유통 채널 중심으로 소비가 확대되면서, 전문 상담 없이 개인이 판단해 섭취량과 조합을 결정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는 점이 구조적 리스크로 지적된다.
글로벌 시장에서도 건강기능식품과 유사한 보충제, 기능성 식품의 이상사례 감시 체계 강화가 주요 흐름이다. 미국과 유럽 등에서는 의약품 수준까지는 아니더라도, 부작용 신고 의무와 감시 데이터 축적을 통해 리스크를 사전에 파악하고 제품 설계와 표시 기준을 개선하는 방향으로 제도가 발전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식품안전정보원을 중심으로 한 이상사례 데이터베이스 구축과, 이를 활용한 정책 피드백 루프가 점차 본격화되는 모습이다.
이재용 식품안전정보원 원장은 이번 자료집이 실생활에서 바로 활용 가능한 정보를 제공해 이상사례 발생을 줄이고, 건강기능식품 섭취 환경을 더 안전하게 만드는 데 기여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특히 건강기능식품을 치료용 의약품과 함께 섭취하거나 여러 건강기능식품을 동시에 복용하는 사례가 늘면서, 소비자의 정확한 정보 접근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고 강조했다. 이상사례 발생 시에는 우선 섭취를 중단하고 전문가와 상담한 뒤, 제품에 표시된 섭취량과 방법, 주의사항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는 점도 재차 당부했다.
식품안전정보원은 향후에도 과학적 조사와 분석을 통해 건강기능식품 이상사례 정보를 정교하게 수집하고, 이를 바탕으로 안전관리 정책을 지원하겠다는 계획이다. 업계와 소비자, 규제당국을 연결하는 데이터 허브 역할을 강화해 건강기능식품 산업 성장과 국민 건강 보호를 동시에 뒷받침하겠다는 구상이다. 산업계에서는 이번 이상사례 통계와 자료집이 실제 현장에서 제품 설계와 표시 문구, 소비자 상담 프로토콜을 재정비하는 계기가 될지 주목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