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BR 0.2배 자산주 급부상…세이브존I&C, 부동산 재평가에 16% 급등
12일 코스피 시장에서 세이브존I&C 주가가 전장 대비 16.94% 급등한 3,625원에 마감했다. 부동산 자산 가치 재평가와 저PBR 해소 기대가 맞물리며 개인 매수세가 몰린 결과다. 전문가들은 정부 밸류업 정책과 자산주 선호 흐름이 겹치며 소형 유통주의 숨은 자산 가치가 조명되고 있다고 진단한다. 향후 주주환원과 부동산 경기 방향에 따라 추가 재평가 여부가 갈릴 전망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세이브존I&C 주가는 지난 10일까지 2,600원대 박스권에 머물다 11일 상한가에 근접한 급등을 기록한 데 이어, 12일에도 16.94% 올라 이틀 만에 약 40% 치솟았다. 지난달 27일 2,410원이던 주가는 불과 2주여 만에 50% 넘게 상승했다. 12일 장중 한때 4,030원까지 올라 52주 신고가를 새로 썼다가 차익 실현 물량이 출회되며 상승 폭을 일부 반납했다. 이날 거래량은 1,100만 주를 넘기며 코스피 소형주 가운데 독보적인 변동성을 보였다.

시장에서는 보유 부동산을 중심으로 한 자산 가치가 주가 급등의 기폭제가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세이브존I&C의 시가총액은 1,400억 원대에 그치지만, 토지와 건물 등 유형자산 장부가는 이를 크게 상회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2024년 12월 기준 BPS는 12,843원으로, 12일 종가 3,625원 대비 큰 괴리율을 보이고 있다. PBR은 약 0.16배 수준으로, 정부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기조와 맞물려 저PBR 해소 기대가 부각된 점이 수급을 자극했다는 분석이다.
수급 측면에서는 뚜렷한 손바뀜이 관찰됐다. 12일 기준 키움증권이 매수 상위 1위를 기록해 개인 투자자의 공격적인 추격 매수가 지수 상승을 이끌었다. 반면 외국인은 이날 하루 6만6,000여 주를 순매도하며 3거래일 연속 매도 우위를 이어갔다. 기관도 주가 급등 국면에서 차익 실현에 나서는 모습이다. 결과적으로 외국인과 기관은 이익을 실현하고, 개인이 이를 받아내는 개인 수급 주도 장세가 전개되고 있다.
밸류에이션 측면에서 세이브존I&C는 유통 업계 내에서도 최저 수준 평가를 받고 있다. 신세계와 이마트 등 대형 유통주가 업황 부진 영향으로 PBR 0.2~0.3배 수준에 머무는 가운데, 세이브존I&C는 이보다 낮은 0.16배 수준이다. 외국인 지분율은 약 9.39%로 신세계 14.44%, 이마트 26.40%보다 낮지만, 시가총액 대비 보유 자산 비중이 높아 자산주로서 매력이 상대적으로 부각된 모습이다.
재무 건전성은 자산주 프리미엄 기대를 뒷받침하는 요인으로 평가된다. 2024년 12월 기준 부채비율은 19.1%에 불과하고, 유보율은 1,079%로 사실상 무차입 경영에 가까운 구조를 유지 중이다. 2024년 예상 매출액은 전년 대비 5.29% 감소한 1,172억 원으로 성장성은 정체돼 있지만,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흑자를 유지하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안정적인 현금창출력과 높은 자산가치가 결합되면서 하방 경직성을 강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보고 있다.
세이브존I&C가 보유한 부동산 위치도 관심을 끈다. 회사는 서울 노원, 경기 성남, 광명 등 수도권 핵심 요지에 자체 점포를 보유하고 있다. 취득가 기준으로 잡힌 장부가가 현재 시세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해 PBR을 과도하게 낮추고 있다는 시각이다. 최근 시장에서 부동산을 풍부하게 보유한 자산주를 대상으로 경영권 분쟁 가능성, 주주환원 정책 강화 기대감이 확산되는 점도 해당 종목에 투기적 매수세를 자극한 배경으로 꼽힌다.
특히 유통 물량이 많지 않은 중소형 자산주의 경우 제한된 거래대금으로도 주가 변동성이 확대되는 경향이 있다. 세이브존I&C의 유통 주식 수는 약 4,100만 주 수준이나, 대주주와 특수관계인 지분을 제외한 실질 유동 물량 회전율이 빠르게 높아지고 있어 단기 매매세의 영향력이 부각되고 있다. 한 시장 관계자는 부동산 투자회사로서의 속성이 부각되며 본업인 유통업 실적보다 숨은 자산 가치에 대한 기대가 선행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단기적으로는 과열 신호에 대한 경계도 커지고 있다. 12일 장중 고점인 4,030원은 심리적 저항선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해당 가격대에 안착하려면 밸류업 정책 기대를 넘어선 구체적인 자사주 매입, 배당 확대 등 주주환원책이나 실질적인 실적 개선 모멘텀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기술적 분석에서는 급등 시작 구간인 3,000원 선이 1차 지지선으로 거론되며, 이 수준을 지켜낼 경우 기간 조정을 거친 재상승 시도 가능성도 거론된다.
중장기 관점에서는 정부의 기업 밸류업 정책 구체화 정도와 국내 부동산 경기 흐름이 핵심 변수로 꼽힌다. 시장이 저PBR 종목의 PBR 1배 접근을 목표로 삼는 분위기가 지속된다면, 현재 주가 수준이 여전히 저평가 구간으로 해석될 여지도 있다. 다만 부동산 경기 둔화나 정책 동력 약화 시 자산주 프리미엄이 빠르게 약화될 수 있다는 반론도 공존한다.
투자자 유의점도 적지 않다. 이번 주가 급등은 실적 급변이 아니라 부동산 자산 가치 부각과 저PBR 테마에 기반한 측면이 크다. 테마성 기대가 약화될 경우 주가는 이전 수준으로 신속하게 되돌아갈 수 있고, 외국인의 연속 매도는 수급 측면에서 부담 요인으로 지적된다. 당국과 시장에서는 정부 밸류업 정책이 본격 궤도에 오를지, 기업들이 실제 주주환원과 자산 효율화에 나설지에 따라 관련 종목들의 재평가 폭이 달라질 것으로 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