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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액주주 임시주총 청구” 셀트리온, 법요건 미충족 판단 파장

박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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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액주주의 주주권 행사가 국내 바이오 대형주의 지배구조 이슈로 번지고 있다. 셀트리온은 소액주주 비상대책위원회가 요청한 임시주주총회 소집 청구에 대해 상법상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고 밝히며 공식적으로 선을 그었다. 다만 자기주식 소각과 집중투표제 도입 등 일부 요구사항은 정기주총 안건으로 검토하겠다고 언급해, 향후 주주환원과 지배구조 개선 논의가 확대될 가능성에도 시선이 쏠린다. 업계에서는 이번 갈등을 바이오 대형주 전반의 주주친화 전략 전환을 촉발할 변곡점으로 보는 해석도 나온다.

 

셀트리온은 18일 홈페이지에 ‘주주님께 드리는 글’을 게재하고, 소액주주 비상대책위원회가 제기한 임시주주총회 소집 청구의 진행 상황과 회사 입장을 상세히 설명했다. 앞서 윤 모 씨 외 1230명은 10일 셀트리온 임시주총 소집을 요구하는 청구서를 제출한 것으로 공시됐다.

비대위가 요구한 임시주총 안건은 자본금 감소를 위한 자기주식 소각, 이사 해임, 정관 변경, 권고적 주주제안 등이다. 회사 측은 이와 관련해 지난 2일 비대위 대표자 등과 면담을 진행하고, 법적 요건 충족 여부를 중심으로 검토 결과를 공유했다고 전했다.

 

셀트리온은 이번 요청이 상법과 관련 판례에서 요구하는 기본 증빙서류를 갖추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특히 임시주총 소집 청구권의 핵심인 주식 보유 비율과 보유 기간을 입증할 자료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셀트리온은 “임시주주총회 소집 청구에 따른 검토와 의사결정은 모든 주주들의 권익과 직결되는 사안인 만큼 적법 절차에 따라 공정하고 투명하게 진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행 상법에 따르면 상장사의 임시주주총회 소집을 청구하려면 두 가지 요건 중 하나를 충족해야 한다. 발행주식 총수의 3퍼센트 이상을 보유하거나, 발행주식 총수의 1.5퍼센트 이상을 청구일 기준 최소 6개월 이상 계속 보유해야 한다. 비대위는 발행주식 총수의 1.71퍼센트 상당 주주들의 위임을 받았다고 주장하지만, 회사는 제출된 서류만으로는 개별 주주가 해당 지분을 6개월 이상 연속 보유했는지 확인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셀트리온은 비대위 측에 법적 요건 충족 여부를 판별할 수 있는 추가 자료 제출을 지속 요청해 왔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청구 마감 시점까지 별도의 증빙이 제공되지 않아, 법 요건을 충족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는 것이 회사의 공식 판단이다. 셀트리온은 “합리적인 이유 없이 소집청구를 거부하고 주주들의 의사를 존중하지 않았다는 비대위 입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회사는 동시에 주주환원과 지배구조 개선 요구를 전면 거부하는 기조는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셀트리온은 “주주들의 의사를 존중해 다음 정기주주총회에서 자기주식 소각, 집중투표제 도입 등 적법한 안건들의 경우 자발적으로 상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자기주식 소각은 발행주식 수를 줄여 주당 가치와 배당 여력을 높이는 효과가 있어, 바이오와 IT 기업에서 주주친화 정책의 대표 수단으로 거론되는 사안이다. 집중투표제는 소수주주가 특정 이사를 선임하기 유리한 제도라는 점에서 지배구조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셀트리온은 증빙 보완이 이뤄질 경우 임시주총 소집에 응할 수 있다는 여지도 남겼다. 회사는 “비대위 측에서 기본적인 증빙서류를 보완할 경우 지체 없이 임시주주총회 소집 절차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법적 요건을 충족한 주주권 행사에 대해서는 절차대로 수용하겠다는 메시지다.

 

바이오 업계에서는 이번 사안을 국내 상장 바이오 기업 전반의 거버넌스와 주주 소통 관행을 시험하는 사례로 바라보는 시각이 있다. 연구개발 성과와 글로벌 허가 전략, 생산 인프라 확대뿐 아니라, 배당과 자사주 활용, 이사회 구조 등 비재무 영역에 대한 투자자들의 요구가 높아지는 추세이기 때문이다. 특히 대규모 연구개발비와 변동성 높은 실적으로 평가를 받아온 바이오 기업들은, 주주친화 정책과 투명한 의사결정 구조를 통해 신뢰를 쌓아야 한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셀트리온과 소액주주 비대위 간 힘겨루기가 장기전 양상으로 번질 경우, 향후 실적 발표와 정기주총 시즌에 맞물려 논쟁이 재점화될 여지도 존재한다. 산업계는 소액주주 주주권 행사가 법적 요건을 충족하는 선에서 제도권 안으로 안착할지, 또는 추가 갈등으로 이어질지에 따라 바이오 상장사의 지배구조 전략이 달라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결국 기술 경쟁력뿐 아니라 주주와의 신뢰, 법과 제도에 기반한 지배구조 정비가 바이오 기업의 지속 성장을 좌우하는 핵심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박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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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트리온#소액주주비대위#임시주주총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