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리 지시로 다시 징계위"…김민석, 계엄버스 탑승 육군 법무실장 강등
12·3 비상계엄을 둘러싼 책임 공방과 군 내 법질서 논란이 다시 격돌했다. 국방부가 계엄버스에 탑승했던 김상환 육군 법무실장에 대해 애초 내렸던 경징계를 취소하고, 국무총리 지시에 따라 중징계로 수위를 대폭 높이면서다.
국방부는 28일 김상환 육군 법무실장에게 강등 처분을 내렸다고 밝혔다. 국방부는 최근 김 법무실장에 대해 견책 다음 단계인 근신 10일을 부과했으나, 김민석 국무총리가 27일 처분이 약하다는 취지로 엄정 재검토를 지시하며 징계 취소를 결정했다.

정부조직법 제18조 제2항에 따르면 국무총리는 중앙행정기관의 장의 명령이나 처분이 위법 또는 부당하다고 인정할 경우 대통령 승인을 받아 이를 중지하거나 취소할 수 있다. 김 총리의 지시는 이 조항에 근거한 것으로, 이후 국방부는 이날 오후 징계위원회를 다시 열어 김 법무실장에 대한 징계를 강등으로 상향했다.
국방부 안팎에 따르면 징계 사유는 군인복무기본법상 충성 의무 위반으로 알려졌다. 김 법무실장은 12·3 비상계엄 선포 이후 12월 4일 새벽 계엄 관련 임무 수행을 위해 서울로 출발한 이른바 계엄버스에 탑승한 인원 중 한 명이었다.
앞서 김 법무실장을 포함한 육군본부 참모 34명이 탄 버스는 국회가 비상계엄 해제를 의결한 뒤인 지난해 12월 4일 새벽 3시께 계룡대 육군본부에서 서울로 출발했다. 그러나 약 30분 후 복귀한 것으로 전해졌다. 계엄 해제 의결 이후에도 출동이 시도됐다는 점에서 당시 지휘 라인과 참모들의 법적·정치적 책임 논란이 이어져 왔다.
김민석 국무총리는 징계 취소와 재검토를 지시하며 김 법무실장의 직무 책임을 정면으로 거론했다. 김 총리는 "군 내 법질서 준수에 중대한 책임을 지는 육군 법무실장으로서 참모총장이자 계엄사령관이었던 대장 박안수에게 지체 없는 계엄 해제를 건의하거나 조언할 의무가 있음에도 이러한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군 최고 법무 책임자로서 계엄 해제와 관련한 법률적 조언을 하지 않은 소극적 행태가 충성 의무 위반에 해당한다는 판단이다.
징계 수위는 군인 징계 체계상 상위 단계에 속한다. 군인 징계는 견책, 근신, 감봉, 정직, 강등, 해임, 파면으로 나뉜다. 이 가운데 정직부터가 중징계에 해당한다. 특히 장군에 대한 강등 이상 중징계는 임명권자인 대통령 승인을 거쳐야 효력이 발생한다. 김 법무실장은 오는 30일 전역 예정이었으나, 강등 징계에 따라 준장이 아닌 대령 계급으로 전역하게 됐다.
정치권에서는 징계 과정의 적정성을 두고 공방도 제기됐다. 전날 국회 국방위원회에서는 김 법무실장을 둘러싸고 이른바 법무관 단체채팅방 묵살 의혹이 도마에 올랐다. 더불어민주당 부승찬 의원은 국방위 회의에서 당시 채팅방 내용을 제시하며 문제를 제기했다.
부승찬 의원은 비상계엄 선포 직후 예하 부대 법무관들이 단체 채팅방을 통해 "포고령에 정치활동 금지라고 돼 있는데 이게 가능한 사안이냐"는 등 계엄 선포의 위법성 여부와 후속 조치에 관해 문의했으나, 김 법무실장이 답변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군 최고 법무 책임자가 예하 법무관들의 우려를 외면하고 계엄 조치의 적법성 검토를 회피한 것 아니냐고 따져 물었다.
국방부는 구체적인 질의응답 내용과 내부 검토 과정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면서도, 징계위원회에서 관련 사실관계를 종합적으로 검토했다고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향후 추가 징계 대상과 수위에 대해선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군 안팎에서는 김 법무실장에 대한 강등이 향후 계엄 관여 인원 처분의 가늠자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고개를 들고 있다. 국방부 감사관실은 지난 8월 19일부터 비상계엄 당시 출동했거나 계엄에 관여한 부대들의 임무와 역할을 점검하는 감사를 진행해 왔다.
국방부는 감사 결과를 토대로 수사 및 징계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되는 인원에 대해 수사기관에 수사를 의뢰하거나 각 소속 부대에 징계를 요청할 방침이다. 감사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만큼, 계엄 관련 지휘·참모 라인 전반에 대한 징계와 형사 책임 논의가 본격화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김상환 법무실장 사례에 비춰봤을 때 징계 대상 범위가 넓어지고 수위가 높아질 가능성도 거론된다. 국방부는 계엄 출동을 지시하거나 이에 관여한 지휘관들뿐 아니라, 계엄 포고령과 해제 절차를 둘러싼 법률 검토 과정에 참여한 법무 라인 책임까지 포괄적으로 들여다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향후 징계와 수사 의뢰가 본격화되면 군 내부 지휘 체계뿐 아니라 대통령실과 국무회의 판단까지 정치권 쟁점으로 비화할 소지도 크다. 국회 국방위원회는 향후 회기에서 계엄 관련 감사 결과를 점검하고 추가 보고를 받겠다는 입장이어서, 여야 공방이 계속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