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무것도 아닌 사람”…김건희, 특검 영장 청구 국면 ‘신분 논리’로 맞서나
구속영장 청구를 앞둔 김건희 여사가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라는 발언을 내놓으면서, 특검 수사 국면에서 신분 논리를 내세운 전략이 정국의 새로운 쟁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 여사는 지난 6일 민중기 특별검사팀에 피의자로 공개 출석한 자리에서 사과의 뜻을 표현했으나, 이 발언이 단순한 감정 호소를 넘어 형사 법리 계산이 담긴 대응이란 해석이 정치권과 법조계를 중심으로 빠르게 번지고 있다.
김건희 여사는 이날 서울 종로구 KT광화문빌딩 웨스트에 위치한 특검팀 사무실에 들어서면서 “국민 여러분께 저같이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 심려를 끼쳐 드려 진심으로 죄송합니다”라고 말했다. 자신을 낮추는 동시에, 특검팀이 본격 대면 조사에 착수하는 상황에서 사전에 방어 논리를 포석하는 의미가 있다는 해석이 나왔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 같은 '몸 낮추기' 발언이 공식 직위나 권한이 없는 점을 강조하며, 자신에게 법적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점을 부각하는 전략적 선택이었다고 바라본다. 실제로 김 여사는 약 11시간에 걸친 조사에서 이권 개입, 사적 이익 추구 등 각종 의혹에 대해 일관된 부인 기조를 유지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영부인이지만 특정한 공직을 맡은 바 없이 영향력 행사가 불가능했다는 점을 주장했다.
특검팀은 김건희 여사가 ‘건진법사’ 전성배씨 청탁 의혹과 관련해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와 변호사법 위반 혐의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알선수재죄는 민간인이 공무원 직무와 관련해 알선하고 금품을 받은 경우 적용되는 법 조항으로, 김 여사 역시 이번 수사에서 민간인 신분임을 강조하며 신분범 적용 배제 논리를 구체화한 것으로 풀이된다. 디올백 수수 의혹에서도 청탁금지법상 배우자 처벌 조항이 없다는 이유로 무혐의 처분을 받은 전례가 있다.
또한 김 여사를 둘러싼 주요 의혹 중 하나는 2022년 6·1 국회의원 보궐선거 과정에서 불법 여론조사 결과 제공과 공천 개입 혐의다. 김 여사는 실제 조사에서 “나는 힘이 있는 것도 아닌데 명태균씨와 김영선 전 의원이 연락을 너무 많이 해와서 부담스러웠다”고 진술했다는 전언이다. 이에 따라 김건희 여사가 자신의 신분과 책임 범위를 최소화하는 논리로 특검팀 수사망을 벗어나려 한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그러나 반론도 만만치 않다. 대통령 배우자이면서 공적 직무가 없다는 점과 별개로, 김 여사가 실질적으로 국정 최고위층과 직접 소통하는 등 실질적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주장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 재임 시절, 김건희 여사는 ‘VIP 0’로 회자되며 극소수만 사용하는 비화폰이 지급된 사실, 각종 정관계 인사와의 직접 접촉 의혹 등이 연이어 제기됐다. 일부에선 형식적 신분이 아닌 실질 권력 행사 여부와 같은 실제 행위가 수사 및 법적 책임 판단의 핵심이 돼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정치권은 김 여사의 신분 논리와 특검 수사 태도를 둘러싸고 공방을 이어가는 분위기다. 여당은 여전히 김건희 여사에 대한 과도한 공격이라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으나, 야권에서는 김 여사가 법의 사각지대를 전략적으로 노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법조 전문가들 역시 “공범 관계나 권력 고리를 의도적으로 차단하는 취지의 진술로 보인다”는 평가와 함께, “윤 전 대통령과의 관계 단절을 통해 형사 책임을 벗어나려는 시도가 엿보인다”고 지적했다.
한편,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7일 오후 김건희 여사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고, 사안의 성격상 영장실질심사 등 후속 절차에서 김 여사와 변호인단의 대응 논리가 어떻게 전개될지 주목된다. 이번 수사를 계기로, 대통령 배우자 신분의 법적·정치적 책임 범위를 놓고 사회적 논쟁이 본격화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