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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벌적 손배 사실상 작동안해”…강훈식, 쿠팡 개인정보 유출에 제도 보완 지시

조수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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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고를 둘러싸고 대통령실과 정부 부처가 맞붙었다. 개인정보 보호 제도의 허점을 두고 제도 보완 요구가 쏟아지면서, 기업 책임 강화와 소비자 보호를 둘러싼 정치·사회적 논쟁이 거세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하고 최근 쿠팡에서 발생한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고와 관련해 “징벌적 손해배상제가 사실상 작동하지 않고 있고, 이로 인해 대규모 유출 사고를 막는 데에도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전은수 대통령실 부대변인은 회의 종료 후 브리핑에서 이 같은 발언 내용을 전했다.  

강훈식 비서실장은 특히 “기업의 책임이 명백한 경우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가 실효성 있게 작동하도록 해야 한다”며 “제도 개선 방안을 검토해달라”고 지시했다.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가 법률상 존재하지만 실제 분쟁과 소송 과정에서 피해 구제와 재발 방지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한 셈이다.  

 

강훈식 비서실장은 쿠팡에서 반복된 사고를 거론하며 개인정보 보호 체계 전반의 문제를 짚었다. 그는 “2021년 이후 4차례나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됐다. 우리 사회의 개인정보 보호 체계에 구조적 허점이 드러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인공지능 전환으로 데이터가 기업 경쟁력의 핵심이 된 시대, 겉으로는 엄격한 보호 조치를 내세우지만 정작 실제 관리 체계를 살펴보면 뒷문이 열려있는 형국”이라고 우려를 드러냈다.  

 

이에 따라 강훈식 비서실장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개인정보보호위원회에 쿠팡 사고를 계기로 한 제도 개선과 보안 역량 강화 대책을 마련할 것을 주문했다. 그는 두 기관을 향해 사고 예방을 위한 근본적인 제도 보완책과 함께 기업 보안 역량 강화를 위한 지원 방안을 보고하라고 지시했다. 데이터 활용 확대 흐름 속에서 규제 강화뿐 아니라 정부 차원의 기술·예산 지원을 병행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전은수 부대변인은 “이번 쿠팡의 개인정보 유출 사고와 관련해 오전 대통령실 회의에서 논의가 이뤄졌으며, 이재명 대통령에게도 상황이 보고됐다”고 전했다. 이어 “다음날 예정된 국무회의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관련 언급이 나올 수 있다”고 말해, 대통령이 직접 개인정보 보호 정책 방향을 제시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관련 메시지를 내놓을 경우, 징벌적 손해배상제와 정보보호 규제 전반에 대한 정부 입장이 구체화될 전망이다.  

 

쿠팡 측의 사고 인지와 공지 과정도 논란을 키우고 있다. 쿠팡은 지난달 20일 약 4천500개의 고객 계정 정보가 유출됐다고 발표했지만, 이후 관계 당국의 조사가 진행되던 지난달 29일 피해 계정 수가 약 3천370만개로 크게 늘어났다고 다시 알렸다. 불과 열흘 사이 피해 규모가 수천 배로 불어난 셈이다. 이를 두고 정치권과 시민사회에서는 기업의 내부 보안 관리 미흡뿐 아니라 사고 초기 대응과 정보 공개의 적정성에 대한 문제 제기가 이어지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개인정보 유출 재발을 막기 위한 입법·제도 논의가 본격화될 가능성이 크다. 여권은 징벌적 손해배상 강화와 보안 투자 확대 유도 등에 방점을 찍을 것으로 예상되며, 야권은 피해자 구제 절차와 집단소송제 도입 여부, 감독기관의 권한 강화 등을 추가로 요구할 수 있다.  

 

정부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개인정보보호위원회 보고를 토대로 제도 개편안을 마련할 경우 국회 논의로 이어질 전망이다. 국회는 향후 회기에서 개인정보 보호 관련 법안과 징벌적 손해배상제 실효성 강화를 위한 입법을 두고 치열한 공방을 벌일 것으로 보이며, 정부는 제도 정비와 함께 정보보호 산업 육성 대책도 검토할 예정이다.

조수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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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훈식#쿠팡#이재명대통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