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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전자약부터 공간전사체까지”…카카오벤처스, CES서 포트폴리오 승부수

송다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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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전자약과 공간전사체 신약 플랫폼, 제조 공장의 AX 전환 솔루션까지 아우르는 국내 스타트업들이 CES 2026에서 글로벌 기술 검증에 나선다. 카카오벤처스가 투자한 7개 기업이 내년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IT·가전 전시회 CES 2026에 참가해 디지털 헬스케어, 테크바이오, 제조 AI, AR 광학, 크리에이티브 툴 등 융합 기술을 집중 선보인다. 국내 벤처 캐피털의 포트폴리오가 CES를 무대로 동시 검증되는 사례라서, AI 기반 IT·바이오 융합 경쟁의 분기점이 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카카오벤처스에 따르면 뉴로티엑스, 레티널, 리콘랩스, 루먼랩, 오믈렛, 컨포트랩, 포트래이 등 7개 투자사가 CES 2026에 공식 참가한다. 디지털 헬스 부문에서는 뉴로티엑스가 AI 전자약 기술을, 테크바이오 영역에서는 포트래이가 공간전사체 기반 신약 개발 플랫폼을, 제조·물류·콘텐츠·AR 분야에서는 나머지 기업들이 각자의 AI·광학·소프트웨어 기술을 전면에 내세운다.

뉴로티엑스는 AI와 신경자극 기술을 결합한 개인화 전자약 플랫폼 기업으로, 착용자가 보내는 생체신호를 실시간 분석해 자율신경계를 조절하는 것이 핵심이다. 심박 변이, 피부 전기 반응, 호흡 패턴 등 생체 데이터를 센서로 수집한 뒤 AI 모델이 스트레스와 각성 상태를 해석하고, 이에 맞춰 신경을 자극하는 방식으로 수면과 스트레스 관리에 개입한다. 내년 1분기 출시 예정인 수면장애 솔루션 윌슬립은 이런 개인 맞춤형 자극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설계됐으며, CES 2026 디지털 헬스 부문 혁신상을 수상한다. 기존 수면 보조 기기가 수동적인 모니터링에 머물렀다면, 뉴로티엑스는 뇌와 자율신경 반응을 능동적으로 조절하는 전자약 접근에 초점을 맞춘 점에서 차별화 포인트를 갖는다.

 

레티널은 초경량, 초박형 증강현실 글래스를 구현하기 위한 광학 모듈을 개발하고 있다. 기존 AR 글래스가 무겁고 부피가 커 상용화에 한계를 드러냈다면, 레티널은 파동광학 설계와 초박형 도파관 구조 등을 활용해 경량화를 극대화한 것이 특징으로 알려졌다. 디스플레이와 광학계 일체형 설계를 통해 배터리 부담을 줄이고, 시야각과 밝기를 유지하면서도 안경에 가까운 착용감을 구현하는 방향으로 기술을 발전시키고 있다. CES에서는 실제 양산을 겨냥한 모듈 수준의 시제품과, 스마트팩토리·원격 정비·실감형 교육 등 산업용 AR 적용 시나리오를 함께 제시할 계획이다.

 

리콘랩스는 이미지, 영상, 3D 콘텐츠를 하나의 플랫폼에서 통합 제작할 수 있는 노드 기반 크리에이티브 솔루션 젠프레소를 선보인다. 노드 기반이란 편집 단계 하나하나를 블록처럼 연결해 시각적으로 설계하는 방식으로, 복잡한 합성 과정을 직관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리콘랩스는 2D 영상과 3D 오브젝트, 실사 촬영, 모션 그래픽을 한 화면에서 동시에 편집하고 재구성할 수 있도록 해, 광고·게임·메타버스 제작사들의 작업 공정을 단축하는 데 방점을 찍고 있다. 생성형 AI와 연동한 텍스트 기반 장면 생성 기능 등 후속 기술과 결합하면, 글로벌 크리에이터 도구 시장에서 경쟁력을 키울 여지도 있다.

 

루먼랩은 AI 기반 육아 종합 플랫폼과 에듀테크 서비스를 제공한다. 서비스 위닛은 아이의 성장 기록과 발달 단계를 데이터로 축적하고, AI가 연령·발달 수준에 맞는 교육 콘텐츠와 육아 정보를 추천하는 구조다. 부모는 영상과 사진, 텍스트로 아이의 일상을 기록하면 되고, 플랫폼은 이를 발달 데이터로 정제해 성장 차트, 발달 경향, 위험 신호 등을 시각화해준다. 여기에 AI 영상 콘텐츠 생성 기술을 접목해, 아이 개별 특성에 맞춘 동화·학습 콘텐츠를 자동 제작하는 기능도 확장하고 있다. CES에서는 글로벌 육아 시장을 겨냥한 다국어 버전과, 병원·보육시설 연계 모델 등도 제시할 것으로 전망된다.

 

오믈렛은 다양한 산업에서 발생하는 복잡한 의사결정 문제를 자동으로 풀어내는 최적화 솔루션을 개발한다. 특히 물류와 배송 영역에 특화된 오아시스는 차량 경로, 적재량, 배송 시간 제약, 도심 교통 상황 등을 동시에 고려해 최적의 배송 시나리오를 제안하는 소프트웨어다. 전통적인 수학적 최적화 기법과 강화학습 기반 AI를 병행해, 수십만 개의 변수를 가진 대규모 문제도 현실적인 시간 안에 계산하도록 설계됐다. 인력 부족과 연료비 상승으로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는 글로벌 물류 업계에서 이 같은 AI 최적화 수요는 빠르게 확대되는 추세다.

 

컨포트랩은 제조 데이터를 기반으로 생산 현장의 운영 관리 자동화와 AI 전환을 지원하는 AX 솔루션 기업이다. AX는 Automation Transformation의 약자로, 자동화를 전제로 한 공정·조직 전체의 디지털 전환을 뜻한다. 컨포트랩의 노코드 AX 플랫폼 포타는 설비별로 흩어진 데이터를 통합 수집하고, 표준화된 데이터 모델로 변환해 AI 분석에 바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한다. 현장 엔지니어는 별도의 코딩 없이도 공정 모니터링 화면을 구성하고, 품질 이상 징후 탐지나 설비 고장 예측 모델을 적용할 수 있다. 전통 제조사가 데이터 레이크와 AI 플랫폼을 자체 구축하는 데 드는 시간과 비용을 줄여주는 구조라, 중견·중소 제조기업의 AX 진입장벽을 낮출 수 있는 도구로 평가된다.

 

포트래이는 AI 기반 공간전사체 기술을 바탕으로 신약 개발 솔루션을 제공하는 테크바이오 기업이다. 공간전사체는 조직 내 각 세포의 위치 정보를 유지한 채 RNA 발현을 분석하는 기술로, 단순히 유전자 발현량 평균을 보는 기존 전사체 분석보다 훨씬 정교한 미세 환경 이해를 가능하게 한다. 포트래이는 암 조직 전반에서 RNA 발현 패턴과 공간적 분포를 동시에 측정하고, AI 알고리즘으로 이를 해석해 암 세포의 존재 여부와 위치를 예측한다. 특히 폐암 등 고형암에서 면역세포, 암세포, 섬유아세포 등이 얽힌 종양 미세환경을 지도처럼 시각화해, 어떤 영역에 어떤 약물을 투입해야 치료 효과가 높을지 가설을 세우는 데 도움을 주는 방식이다. 글로벌에서는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공간전사체 기술 경쟁이 빨라지고 있는 가운데, 국내 스타트업이 이를 AI 기반 신약 타깃 발굴 솔루션으로 구체화하고 있다는 점에서 산업계의 관심이 모이고 있다.

 

AI, 디지털 헬스, 제조·물류 최적화, 테크바이오, AR 광학 등 CES 2026에 출격하는 7개사는 모두 데이터와 알고리즘, 하드웨어를 결합해 산업별 구조 전환을 겨냥하고 있다는 공통점을 가진다. 기존에는 개별 영역별로 분산돼 있던 기술들이, CES와 같은 글로벌 무대에서 한 포트폴리오 아래 묶여 평가받는 흐름도 뚜렷해지고 있다. 투자사 입장에서는 단순한 기술 전시를 넘어, 글로벌 파트너와의 공동 개발 또는 라이선스 아웃, 해외 규제기관과의 접촉을 동시에 추진할 수 있는 기회가 되는 셈이다.

 

카카오벤처스 관계자는 참가 기업들이 일상과 산업 현장 모두에서 활용 가능한 본질적 기술 경쟁력을 갖춘 팀들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CES 2026 참가를 통해 글로벌 시장에서 혁신 가치를 검증받고 유의미한 비즈니스 기회를 발굴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CES 이후 실제 레퍼런스 구축과 해외 매출로 이어질 수 있을지, 또 AI와 바이오 융합 기술이 제도와 시장 장벽을 어떻게 넘을지에 따라 국내 딥테크 생태계의 다음 단계가 결정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산업계는 이번 기술들이 글로벌 무대에서 어떤 평가를 받고 실제 시장에 안착할 수 있을지 주시하고 있다.

송다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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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벤처스#뉴로티엑스#포트래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