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소위원회·현대차 수소동맹”⋯한국 모델 고도화→글로벌 확산 전략
글로벌 최고경영자 협의체인 수소위원회가 서울에서 CEO 서밋을 열고 한국을 축으로 한 수소 생태계 확장 전략을 구체화했다. 수소위원회 공동의장인 장재훈 현대차그룹 부회장과 프랑수아 자코브 에어리퀴드 회장은 경기도 현대 모터스튜디오 고양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한국과의 파트너십을 한층 공고히 하겠다는 구상을 제시하며, 수소 수요 창출과 인프라 확충, 글로벌 협력 강화 방향을 공유했다고 밝혔다.
수소위원회는 현재 세계에서 유일한 수소 관련 글로벌 CEO 협의체로, 2일부터 4일까지 진행된 서밋에서 수소 생산과 활용을 넘어 생태계 전반을 아우르는 로드맵을 논의했다. 장재훈 부회장은 수소를 만드는 기술과 이를 모빌리티·발전·산업 공정에 투입하는 응용 단계뿐 아니라, 수소 공급망과 충전 인프라, 규제·표준 체계까지 포함하는 생태계 전반을 파트너들과 점검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회원사들과의 논의를 통해 각 기업이 분담할 과제와 공동으로 추진할 프로젝트의 윤곽을 도출했다며, 향후 협업의 폭과 깊이가 크게 확장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프랑수아 자코브 회장은 한국을 수소 모빌리티 분야에서 가장 앞선 사례이자 글로벌 모델로 평가했다. 그는 한국이 연료전지 자동차, 상용 수소트럭, 수소충전소 구축에서 축적한 경험과 기술 역량이 수소위원회가 지향하는 실제 수소 경제 구현에 중요한 참고점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자코브 회장은 한국과의 파트너십을 전략적 최우선 과제로 제시하며, 양측이 보유한 기술과 사업 역량을 결합할 경우 수소 생산에서 저장·운송, 최종 활용에 이르는 전 주기에 걸쳐 시너지가 극대화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에어리퀴드는 올해 국내 산업용 가스 기업 DIG에어가스를 약 4조8천500억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하며 한국 시장에 대한 장기적 투자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자코브 회장은 한국 투자의 배경에 대해 수소 모빌리티는 물론 반도체, 화학, 철강 등 다수 산업에서 한국이 보여준 혁신 역량과 성장 잠재력을 신뢰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을 동북아 수소 허브로 육성하는 과정에서 에어리퀴드의 가스 공급·액화·저장 기술과 글로벌 프로젝트 경험이 활용될 수 있다며, 향후에도 투자를 이어가겠다는 방침을 분명히 했다.
수소위원회는 이번 서밋을 통해 수소 생태계 확장을 가속하기 위한 핵심 조건으로 정부 차원의 일관된 정책 지원을 거듭 강조했다. 수소위원회 CEO 이바나 제멜코바는 수소 산업은 초기 투자 규모가 크고 인프라 회수 기간이 길어 민간의 위험 부담이 상당하다고 지적하며, 중장기적 목표가 명확하고 규제·보조·세제 체계가 예측 가능한 정책 환경이 조성될 때 생태계의 성장성과 확장성이 비로소 확보된다고 분석했다. 그녀는 각국 정부가 수소를 에너지 안보와 산업 경쟁력의 축으로 인식하고 제도적 지원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장재훈 부회장도 현대차그룹이 수소 사업을 단기 수익 사업이 아니라 산업 전체와 미래 세대를 위한 필수 인프라로 바라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연료전지 시스템, 수소 모빌리티, 수소 생산·저장·운송 솔루션 등 그룹이 추진하는 사업 전반에 사명감을 담아 장기적으로 투자하고 있다고 평가하면서, 정책의 방향성은 민간의 혁신 노력과 궤를 같이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특히 수소 관련 법·제도와 지원정책이 정권이나 경기 변동에 따라 흔들리지 않는 일관성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수소위원회 CEO 서밋에는 전 세계 100개 기업에서 200여 명이 참석해 수소 관련 기술, 인프라, 금융, 규제 조화를 논의했다. 국내에서는 현대차그룹을 중심으로 SK그룹, 롯데그룹, 두산그룹, 코오롱그룹, 일진그룹 등이 참여해 모빌리티, 연료전지, 수소저장소재, 화학공정 등 각 사의 역량을 소개했다. 업계에서는 해당 기업들이 앞으로 글로벌 컨소시엄 형태의 프로젝트와 공동 투자, 표준화 작업에 보다 주도적으로 나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자동차 산업 관점에서 수소위원회의 행보는 전동화 패러다임 속에서 전기차와 수소전기차의 역할 분담을 재정의하는 과정과 맞닿아 있다. 승용 분야에서는 배터리 전기차가 주류를 형성하는 가운데, 장거리 운송과 대형 상용차, 물류 허브, 항만·공항 등 고밀도 에너지 수요 영역에서 수소 모빌리티의 경쟁력이 부각되고 있기 때문이다. 수소위원회와 한국 기업의 협력 강화는 수소 상용차 플랫폼, 고효율 연료전지 시스템, 대형 수소충전 인프라 구축을 앞당길 촉매로 작용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한국이 수소 모빌리티와 연료전지 기술에서 확보한 선도 위치를 기반으로, 국제 표준과 글로벌 공급망 설계 과정에서 주도권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수소위원회 회원사와의 연계는 기술·투자·정책 대화 채널을 동시에 넓혀주는 만큼, 한국 정부와 기업이 보다 전략적인 역할 분담과 규제 혁신을 병행한다면 수소 경제 전환의 속도가 빨라질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수소위원회 CEO 서밋에서 제시된 파트너십 강화 의지는 한국을 글로벌 수소 시장의 실험실이자 전진기지로 자리매김시키는 출발점으로 평가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