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C지놈, cfDNA 교란 변수 규명…다중암 조기진단 정밀도 제고
혈액 속 유리 DNA를 분석하는 액체생검 기술이 다중암 조기진단의 정밀도를 높이며 정교해지는 추세다. 국내 액체생검 및 임상유전체 분석 기업 GC지놈이 건강인을 대상으로 순환 세포유리 DNA, 이른바 cfDNA 신호를 뒤흔드는 숨은 변수를 찾아내면서, 암 신호 판독 알고리즘을 한 단계 더 고도화할 단서를 제시했다. 업계에서는 대규모 정상인 데이터를 기반으로 암 검사 위양성 요인을 정량적으로 짚어낸 이번 연구가 액체생검 기반 암 조기검진 시장 경쟁의 분기점이 될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GC지놈은 5일 건강인 1154명의 혈액에서 추출한 cfDNA 데이터를 분석해 암 검출 정확도를 떨어뜨릴 수 있는 교란 요인을 규명한 연구 결과가 국제학술지 클리니컬 케미스트리에 게재됐다고 밝혔다. 연구는 강북삼성병원 권민정 교수 연구팀과 공동으로 수행됐다. 연구진은 암 환자가 아닌 일반인의 혈액 데이터를 바탕으로 암 검사 알고리즘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비암성 요인이 존재하는지에 초점을 맞췄다.

연구팀은 연령과 간 기능 수치, 대사 지표 등을 포함한 총 65개 임상 변수와 cfDNA 단편화 패턴 사이의 상관관계를 체계적으로 분석했다. cfDNA 단편화 패턴은 DNA가 얼마나 잘게 끊어져 있는지, 특정 길이 구간에서 어떤 분포를 보이는지 등을 의미하는데, 암세포에서 유래한 DNA는 정상세포에서 나온 DNA와 다른 단편 길이와 분포를 보여 조기암 검출의 핵심 바이오마커로 활용된다.
분석 결과, 간 효소 지표 중 하나인 AST와 연령이 cfDNA 단편화 신호를 왜곡하는 주요 요인으로 도출됐다. 특히 간 기능 이상이 있거나 고령인 집단에서 관찰된 cfDNA 단편화 양상 가운데 일부는 실제 폐암 환자에서 나타나는 패턴과 상당 부분 겹치는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진은 이런 패턴이 알고리즘 상에서는 암 의심 신호로 오인될 수 있어, 위양성 비율을 끌어올리는 교란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해석했다.
이번 결과는 암이 없음에도 간 기능 저하나 나이 증가만으로 cfDNA 구조가 암 환자와 유사하게 변형될 수 있고, 이로 인해 검사 특이도가 떨어질 수 있다는 점을 계량적으로 보여줬다는 데 의미가 있다. 암 신호를 덮어버리는 잡음에 해당하는 임상 변수를 사전에 파악해 제거하거나 보정하고, 실제 암에서 기인한 신호를 골라내는 정밀 필터링 기술의 필요성이 부각되는 대목이다.
GC지놈은 교란 요인의 크기와 방향을 정량화함으로써 분석 모델 내 변수 가중치를 조정하거나, 특정 임상 조건을 가진 피검사자를 별도 알고리즘으로 처리하는 등 다양한 정밀도 개선 전략 수립이 가능해졌다고 설명한다. 예를 들어 AST 수치가 일정 기준 이상인 경우 해당 신호를 보정 계수로 조정하거나, 연령 구간별로 cfDNA 기준선을 차등 설정해 위양성을 줄이는 방식이다.
액체생검 기반 다중암 조기진단 시장에서는 정확도가 상용화 경쟁의 핵심 변수로 꼽힌다. 혈액 한 번 채취로 여러 장기의 암 위험을 동시에 평가하는 만큼 민감도와 특이도 간 균형이 특히 중요하다. 암이 없는데 양성으로 나오는 위양성이 많아지면 불필요한 추가 검사와 의료비 부담, 환자 불안을 키우게 되고, 실제 암이 있음에도 검출하지 못하는 경우에는 조기 개입 기회 자체를 잃게 된다. 교란 변수 분석은 이 두 지표를 동시에 끌어올리는 전제 조건으로 여겨진다.
해외에서는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cfDNA 기반 다중암 조기진단 플랫폼 경쟁이 이미 달아오른 상태다. 주요 기업과 연구기관들은 대규모 코호트 데이터를 토대로 흡연, 만성질환, 약물 복용 등 비암성 요인이 cfDNA에 남기는 흔적을 모델에 반영하는 방향으로 알고리즘을 고도화하고 있다. 이런 흐름 속에서 한국 기업이 건강인 1000명 이상을 대상으로 교란 요인을 구조적으로 분석해 국제학술지에 결과를 싣고, 이를 상용 검사 제품 설계에 직접 투입하겠다고 밝힌 점은 경쟁 구도 측면에서도 의미가 있는 행보로 평가된다.
향후 규제 측면에서 cfDNA 기반 조기암 검사는 임상적 유효성뿐 아니라 위양성과 위음성의 원인을 얼마나 정교하게 관리하는지가 승인 여부의 중요한 판단 기준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특히 건강검진 연령대가 높고 만성 간질환 유병률이 적지 않은 국내 의료환경에서는 연령과 간 기능 같은 변수 통제가 필수 항목으로 제시될 가능성도 있다. 분석 모델에 임상 변수를 통합해 사전 보정하는 전략은 향후 인허가 심사 과정에서 신뢰도를 높이는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GC지놈은 이번 연구 결과를 자사의 다중암 조기진단 검사 아이캔서치 고도화에 직접 반영할 계획이다. 아이캔서치는 혈액 내 cfDNA 정보를 분석해 여러 암의 조기 신호를 탐지하는 검사로, 회사는 교란 인자를 선별해 알고리즘에 반영함으로써 위양성을 최소화하고 진짜 암 신호만을 보다 선명하게 포착하는 방향으로 성능을 끌어올리겠다는 전략이다.
GC지놈 관계자는 건강인 대규모 데이터에서 cfDNA 단편화 신호의 교란 변수와 핵심 인자를 규명한 점을 강조하며, 해당 결과가 향후 암 조기진단 알고리즘 개발 경쟁에서 중요한 차별 포인트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산업계에서는 이번 연구가 실제 임상 현장에서 액체생검 기반 다중암 검사의 신뢰도를 얼마나 끌어올릴지에 시선이 쏠려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