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법권에도 헌법적 한계 있다"…대법원, 내란전담재판부 법안에 위헌 우려 재차 제기
사법권 독립을 둘러싼 충돌이 다시 불거졌다.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는 내란전담재판부 설치 법안을 두고 대법원이 국회의 입법권 행사에 헌법적 한계를 거듭 경고하면서 입법부와 사법부 간 긴장 관계가 고조되고 있다.
2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신동욱 국민의힘 의원에 따르면, 대법원 법원행정처는 최근 이성윤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내란전담재판부 설치 법안에 대한 검토 의견을 국회에 제출했다. 법원행정처는 의견서에서 국회의 입법형성권을 인정하면서도 헌법이 정한 권력분립과 사법권 독립을 훼손하는 방식의 입법은 허용될 수 없다고 못 박았다.

법원행정처는 "국회가 법관의 자격, 법원의 조직 등에 관한 입법형성권을 가진다고 해 그것이 아무런 한계 없이 입법자의 자의에 맡겨질 수는 없다"고 밝혔다. 이어 "사법권의 독립 등 헌법의 근본원리에 위반되거나 재판청구권, 평등권, 신체의 자유 등 기본권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해서는 안 될 헌법적 한계가 있다"고 강조했다. 헌법에 근거한 권력분립 원칙이 입법 과정의 실질적 기준이 돼야 한다는 취지다.
또한 행정처는 "국회는 헌법이 정하는 법원의 기능과 권한, 헌법의 근본원리인 권력분립과 사법권의 독립을 존중하며 입법형성권을 행사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입법부와 사법부가 충돌하는 사안을 둘러싸고, 국회에 자제를 요청한 것으로 해석된다.
더불어민주당은 12·3 윤석열 비상계엄 등 내란 관련 사건을 전담할 재판부를 법률로 규정하는 내용을 추진해 왔다. 앞서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안에는 특별재판부라는 명칭이 담겼으나, 더불어민주당은 위헌 논란을 의식해 이성윤 의원안을 통해 전담재판부라는 용어를 사용했다. 그러나 법원행정처는 명칭 변경이 구조적 문제를 해소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행정처는 "본 법안의 영장전담법관, 전담재판부는 특별법안의 특별영장전담법관, 특별재판부와 명칭 등 형식적 차이에도 불구하고 그 본질과 실질은 같다"고 밝혔다. 사후적으로 특정 사건을 심리할 법관을 별도의 절차로 뽑는 방식 자체가 헌법상 사법권 독립 원칙과 충돌한다는 시각이다.
법원행정처는 내란전담재판부가 기존에 법원에서 설치·운영해 온 전문재판부와 유사해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정면으로 반박했다. 행정처는 "전담재판부는 전문재판부와 본질적으로 다르다"고 했다. 그 이유에 대해 "전문재판부는 미리 정해진 일반적·추상적 사무분담기준에 따라 설치되고 사건배당의 무작위성, 비임의성이 관철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반면 내란전담재판부는 "3대 국정농단 특검법에 의해 특정된 수사 대상 사건들만 심판하기 위해 설치되는 것이고, 특정한 개별 사건들을 심판할 법관을 사후에 임의로 결정하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특검 사건을 계기로 한 임시적·사후적 구성 방식은 통상적인 재판부 설치와 달리 사법권 독립을 현저히 제약할 위험이 있다는 취지다.
앞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1소위원회는 1일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12·3 윤석열 비상계엄 등에 대한 전담재판부 설치 및 제보자 보호 등에 관한 특별법안을 의결했다. 박찬대 의원안과 이성윤 의원안의 내용을 일부 반영한 법안으로, 해당 내란 사건을 담당할 전담재판부 구성과 제보자 보호 장치를 규정하는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소위를 통과한 법률안에 따르면 내란전담재판부 추천위원회는 헌법재판소장 추천 3명, 법무부 장관 추천 3명, 판사회의 추천 3명 등 총 9명으로 구성된다. 김용민 법안심사1소위원장은 이 같은 구성을 두고 국회와 정당 인사 등 정치권 인사를 배제한 점을 강조했다. 정치적 이해관계자가 직접 개입하지 않도록 한 만큼 사법권 독립 침해 우려를 최소화했다는 주장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법원행정처는 추천위원회 구성 방식 자체에 대한 근본적 문제를 제기했다. 행정처는 의견서에서 "영장전담법관, 전담재판부 판사의 임명에 국회든, 법무부든, 대한변호사협회든 외부 기관이 관여하는 것은 그 자체로 사법권의 외적 독립을 침해한다고 볼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회를 법무부로 대체하더라도 문제의 본질은 동일하다"고 짚었다. 외부 기관의 관여 여부가 정치권 인사 참여 여부에 한정되지 않고, 행정부나 직역 단체 개입도 모두 사법 독립 침해 소지가 있다는 설명이다.
법원행정처의 이 같은 입장 표명은 내란전담재판부 설치 논의 초기부터 제기해 온 위헌성 문제를 다시 상기시키는 성격도 크다. 사법부는 전담재판부 법안이 법관 인사와 사건 배당의 무작위성을 흔들고, 사후적으로 특정 재판부와 재판관을 구성하는 방식이 헌법 질서와 배치된다는 점을 거듭 강조해 왔다.
더불어민주당은 12·3 비상계엄 관련 수사가 윤석열 대통령과 당시 군·정부 책임자들을 겨냥하고 있다는 점에서, 기존 사법 시스템 아래에서 공정한 재판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문제의식을 앞세우고 있다. 반면 국민의힘은 특정을 겨냥한 입법이라며 반발해 왔고, 사법부 역시 같은 선상에서 우려를 제기한 셈이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소위를 통과한 특별법안을 전체 회의와 본회의에 순차 상정할 예정이다. 다만 대법원이 다시 한 번 위헌 가능성을 공식적으로 경고하면서, 향후 법사위 심사와 본회의 표결 과정에서 여야 공방이 한층 거세질 전망이다. 정치권은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를 두고 입법부와 사법부의 역할을 둘러싼 논쟁에 정면 충돌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