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리머 리그 정면승부"…네이버·SOOP, LoL e스포츠로 팬몰이
리그오브레전드 기반 스트리머 e스포츠 리그가 동시다발적으로 결승전을 열며 플랫폼 경쟁이 가열되고 있다. 네이버와 SOOP이 각각 치지직컵과 멸망전을 같은 날 결승 일정으로 배치하면서, IT 플랫폼의 영상 스트리밍 기술 역량과 e스포츠 리그 제작 노하우가 팬 경험의 핵심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 월즈 종료 이후 비시즌 공백기를 노린 콘텐츠 전략이 스트리밍 플랫폼 트래픽과 광고 수익 확대의 시험대가 되는 구도다.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 치지직컵 결승전은 7일 오후 1시 부산 e스포츠 경기장 아레나에서 열린다. 같은 날 오후 5시에는 SOOP이 서울 강남구 프릭업 스튜디오에서 LoL 멸망전 시즌2 결승전을 진행한다. 두 대회 모두 스트리머 주도의 팀 구성과 레전드 프로게이머 참여를 내세우며 팬 참여형 e스포츠 리그 포맷을 강화하고 있다.

치지직컵은 네이버가 치지직 서비스 경쟁력 강화를 위해 내놓은 첫 자체 e스포츠 대회다. 대회 규모는 초대 리그 특성상 5개 팀으로 제한됐지만, 참가 선수 구성은 월즈 우승 경험이 있는 울프 이재완, 뱅 배준식, 앰비션 강찬용, 큐베 이성진을 비롯해 운타라 박의진, 인섹 최인석, 갱맘 이창석 등 레전드 프로게이머 다수가 포함되며 관심을 끌었다. 와일드카드전과 플레이오프를 마친 치지직컵은 SK텔레콤 T1 출신들 간 내전 성사 여부, 2017년 월즈 우승 멤버들의 재결합 우승 시나리오 등이 주요 관전 포인트로 거론된다.
온·오프라인 수요를 가늠할 지표인 티켓 판매도 빠르게 반응했다. 부산 아레나 오프라인 관람석 예매는 지난달 28일 오후 4시 시작과 동시에 3분 만에 매진됐다. 장당 11만 원대 가격에도 불구하고 수요가 몰리면서, 스트리머 기반 e스포츠 리그가 기존 프로리그 못지않은 팬 결집력을 보여줬다는 평가가 나온다. 랄로 등 인기 스트리머가 합류하며 팬덤 기반 흡입력이 더해진 결과로 풀이된다.
네이버는 스트리밍 기술 측면에서 치지직의 영상 인프라 고도화를 앞세우고 있다. 스트리머가 송출한 원본 신호를 재인코딩 과정 없이 전달하는 By-pass 화질 기능과 60프레임 영상, 플레이어 옵션인 선명한 화질 제공을 통해 화면 품질을 높였다고 설명한다. 저지연 모드로 불리는 LL HLS 전송 방식을 적용해 스트리머와 시청자 간 지연 시간을 최소화한 것도 특징이다. 채팅 반응과 장면 전개 간 시간차를 줄여 같이보기 콘텐츠의 상호작용성을 극대화하겠다는 전략이다.
콘텐츠 수익화 모델도 실험 중이다. 네이버는 일정 시간 이상 특정 경기를 시청하면 네이버페이 월렛을 통해 치지직컵 포토카드와 포인트를 지급하는 드롭스 이벤트를 운영하고 있다. 이는 광고 시청 시간과 체류 시간을 늘리는 동시에 팬덤 굿즈와 간편결제 서비스를 연계해 플랫폼 내 경제 활동을 활성화하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e스포츠 리그를 단순 중계 콘텐츠가 아니라 커머스와 결합된 참여형 이벤트 허브로 확장하려는 그림이다.
SOOP은 다른 방향의 차별화를 택하고 있다. 연간 80건이 넘는 e스포츠 리그 제작 경험과 대형 전용 경기장 인프라를 앞세워 멸망전의 제작 완성도를 강조하는 분위기다. 스타크래프트 리그 ASL, 발로란트 1군 아시아 태평양 리그 VCT 퍼시픽, 배틀그라운드 PWS, 자체 발로란트 리그 SVL 등 다수 정규 리그를 장기적으로 운영해 온 노하우가 제작 안정성으로 이어진다는 설명이다.
멸망전은 2014년 시작된 SOOP의 간판 브랜드다. 지금까지 누적 참가 스트리머는 1만 명을 넘었고, 누적 시청자 수는 4억 명 수준으로 집계된다. SOOP은 프릭업 스튜디오, 잠실 DN 콜로세움, 상암 SOOP 콜로세움 등 자체 e스포츠 경기장을 직영해, 촬영부터 관람객 동선, 현장 이벤트까지 통합 설계가 가능한 구조를 갖추고 있다. 인프라 소유를 통해 대관 비용과 스케줄 제약을 줄이고, 대형 이벤트를 반복 개최할 수 있는 운영 탄력성을 확보했다는 분석이다.
LoL은 SOOP 플랫폼 내에서도 핵심 시청 견인 콘텐츠로 꼽힌다. 이번 멸망전 시즌2에는 예선에만 38개 팀이 참가했고, 이 중 8개 팀이 본선에 진출했다. 규모 면에서 치지직컵을 큰 폭으로 웃도는 셈이다. 선수 라인업에는 칸 김동하, 클리드 김태민, 마린 장경환 등 T1 출신 프로게이머를 비롯해 스맵 송경호 등 LCK 대표 레전드 선수들이 참여해 경쟁력을 채웠다. 다양한 조합의 스트리머 팀이 맞붙는 방식은 팬덤 간 교차 시청을 유도하며 플랫폼 전체 트래픽을 확대하는 구조로 작동한다.
두 리그의 동시 개최는 플랫폼 간 정면 승부 구도로 비쳐지지만, 업계 안팎에서는 e스포츠 생태계 전체 활성화라는 장기 효과에 더 주목하는 분위기다. 월즈 종료 직후부터 내년 초 정규 시즌 개막 전까지는 전통적으로 비시즌으로 분류돼 공식 리그 공백이 길어진다. 스트리머 기반 대회가 이 구간을 메우면서 팬들의 이탈을 막고, 선수 출신 인플루언서와 팬, 콘텐츠 제작자의 접점을 넓히는 통로가 된다는 평가다.
IT 플랫폼 입장에서 e스포츠는 실시간 스트리밍 기술, 광고 인벤토리, 결제 시스템, 굿즈 커머스를 한 번에 시험할 수 있는 실험장이기도 하다. 저지연 프로토콜 도입, 다중 시청 레이아웃, 다채널 동시 송출 같은 기술 스펙은 e스포츠에서 먼저 검증된 뒤 음악 공연이나 다른 라이브 엔터테인먼트 영역으로 확장될 가능성도 있다. 반대로 안정적인 리그 제작 역량과 경기장 인프라는 브랜드 스폰서 유치와 대형 오프라인 이벤트 사업으로 수익 다각화를 가능하게 한다.
업계 관계자는 스트리머 중심 리그 확산이 플랫폼 경쟁을 넘어서 시장 확대 효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봤다. 그는 스트리머 기반 대회가 늘어날수록 선수 출신, 팬, 콘텐츠 제작자 간 접점이 넓어지고 시청자 유입도 자연스럽게 확대된다며 두 회사의 경쟁이 e스포츠 생태계 전체 성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산업계는 이런 시도가 비시즌 e스포츠 수요를 안정적으로 흡수하고, 장기적으로는 플랫폼과 리그 제작사가 함께 성장하는 구조로 안착할 수 있을지 주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