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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기약도 빅데이터 경쟁”…동화약품, 판콜에스 3년 연속 1위로 시장 장악

강예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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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일반의약품 감기 시장이 데이터 기반 경쟁 구도로 재편되는 가운데, 동화약품의 판콜에스가 3년 연속 매출 1위를 지키며 브랜드 파워를 입증했다. 글로벌 헬스케어 데이터 분석 기업 IQVIA의 처방 및 유통 데이터를 기반으로 산출된 최신 통계에서 1위를 유지해, 전통 제약사의 스테디셀러가 디지털 데이터 환경에서도 유효한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업계에서는 50년 넘은 구세대 복합 감기약이 라인업 확장과 제품 포지셔닝 전략을 통해 정밀의료와 디지털 헬스케어 흐름 속에서도 생존 공식을 보여주는 사례로 주목하고 있다.  

 

동화약품은 22일 자사 감기약 판콜에스가 IQVIA 2025년 3분기 MAT 데이터 기준 감기약 시장 매출 1위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MAT는 최근 12개월간 누적 실적을 의미하며, 이번 분석 기간은 2024년 4분기부터 2025년 3분기까지다. 판콜에스는 이 기간 380억 원의 매출을 올리며 약 1323억 원 규모로 추산된 국내 감기약 시장에서 점유율 29퍼센트를 차지했다. IQVIA 3분기 MAT 기준으로 2022년 4분기부터 2023년 3분기 사이 처음 1위에 오른 뒤, 3년 연속 선두를 유지한 셈이다.  

판콜에스의 핵심은 해열과 진통, 감기 증상 완화를 동시에 겨냥한 복합 처방 구조다. 대표 성분인 아세트아미노펜은 체온 조절 중추에 작용해 열을 낮추고 통증 신호를 줄이는 해열진통제다. 여기에 코막힘, 콧물, 기침 등 상기도 감염 증상에 대응하는 성분을 조합해, 병원 방문 전 단계에서 자가 관리용으로 선택할 수 있는 구성으로 설계했다. 전문의약품처럼 환자 맞춤 용량 조정까지 구현한 것은 아니지만, 주요 증상을 광범위하게 커버하는 범용성 덕분에 약국 현장에서 높은 선호도를 유지하는 구조다.  

 

특히 이번 판매 1위 기록은 디지털 기반 의약품 데이터 분석 결과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IQVIA는 처방전, 약국 유통, 도매 거래 등 방대한 데이터를 통합 분석해 의약품 매출과 시장 점유율을 산출한다. 과거에는 제약사가 자체 집계나 제한적인 도매 데이터를 중심으로 시장을 추정했다면, 최근에는 IQVIA 같은 데이터 플랫폼이 사실상 표준 지표로 활용되는 추세다. 국내 감기약 시장 규모 1323억 원, 판콜에스 점유율 29퍼센트라는 수치도 이 같은 데이터 인프라를 통해 도출된 결과다.  

 

1968년 처음 출시된 판콜은 국내 감기약 시장의 장기 스테디셀러다. 동화약품은 당시 해열과 진통, 감기 증상을 한 번에 케어하는 복합제를 전면에 내세워, 약국 중심 오프라인 유통망을 빠르게 확보했다. 이후 성인용 판콜에스, 어린이용 판콜아이콜드 시럽, 편의점 안전상비의약품인 판콜에이, 차 형태의 판콜에이치 등으로 제형과 유통 채널을 세분화했다. 특히 편의점 판매용과 차 타입 제품은 비대면 소비 확대, 간편 제형 선호 등 최근 헬스케어 소비 패턴을 반영한 시도로, 디지털 헬스케어 관련 앱과 온라인 검색을 통해 제품 정보를 접한 뒤 오프라인에서 즉시 구매하는 경로와 맞물려 있다.  

 

업계에서는 판콜 시리즈가 라인업 다변화를 통해 생활 밀착형 데이터 포인트를 확보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약국 판매용 판콜에스와 어린이용 시럽은 처방 및 상담 정보를 수반해 제약사와 데이터 분석 기업에 유용한 사용 행태 데이터를 제공한다. 편의점에서 구매 가능한 판콜에이는 시간대별, 지역별 소비 패턴을 보여주는 지표가 된다. 올해 출시된 차 타입 판콜에이치는 기능성 음료 시장과 일반의약품 사이 경계 지대를 공략하는 포지셔닝으로, 웰니스 앱과 연계한 마케팅이나 디지털 쿠폰 등 다양한 데이터 연동 시나리오를 실험할 수 있는 제품으로 평가된다.  

 

동화약품이 공개한 자체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판콜류 전체 매출은 573억 원을 기록했다. 이는 IQVIA가 산출한 시장 매출과는 집계 기준이 다르지만, 브랜드 단위로는 국내 감기약 포트폴리오 가운데 상위권 규모로 평가된다. 동화약품 관계자는 판콜에스는 출시된 지 50년이 넘은 지금도 꾸준히 사랑받는 대표 감기약이라며 앞으로도 제품의 품질과 안전성을 강화해 감기약 시장을 선도하겠다고 밝혔다.  

 

글로벌 헬스케어 시장에서는 감기약과 같은 일반용 의약품도 점차 디지털 플랫폼과 결합하는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다. 해외에서는 약국 체인 앱과 연동해 감기약 구매 이력을 기반으로 감염성 질환 유행 패턴을 예측하거나, 웨어러블 기기에서 수집된 체온, 심박 등 데이터를 활용해 복용 시점과 용법 안내를 고도화하는 시도가 진행 중이다. 국내에서도 기상 정보, 호흡기 질환 환자 발생 추세, 검색 트렌드 등을 결합한 수요 예측 모델이 도입되면서, 감기약 공급망 관리와 생산 계획이 이전보다 정교해지는 분위기다.  

 

전문가들은 고도화된 디지털 헬스케어 솔루션이 확산되더라도, 단기간 내에 일반의약품 감기약 수요가 크게 줄어들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본다. 다만 유통 채널과 소비자 접점이 앱, 온라인 플랫폼, 편의점 등으로 다변화되는 만큼, 제약사가 브랜드 인지도뿐 아니라 데이터 활용 역량을 갖추는 것이 시장 경쟁력의 핵심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산업계는 판콜에스를 비롯한 전통 감기약 브랜드가 디지털 기반 헬스케어 생태계와 어떤 방식으로 접점을 넓혀갈지 주시하고 있다.

강예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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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약품#판콜에스#iqv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