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TCT로 심혈관위험 본다”…한림대강남성심병원, 암환자 관리 새전기
암 평가에 쓰이던 PETCT 영상이 심혈관질환 위험까지 읽어내는 도구로 부상하고 있다. 한림대학교강남성심병원 영상의학과 이석현 교수가 PETCT에서 관상동맥 석회화를 시각적으로 분석해 심혈관 예후를 예측하는 연구를 수행했고, 핵의학 분야 임상·학문 발전에 기여한 점을 인정받아 대한핵의학학회 추계학술대회에서 선도혁신상을 수상했다. 업계에서는 암 진단용 검사를 활용해 심혈관 위험 인자를 한 번에 파악하는 통합 영상 전략의 분기점으로 바라보는 분위기다.
한림대학교강남성심병원에 따르면 이석현 교수 연구팀은 암 진행 평가 목적으로 촬영된 PETCT 영상에서 관상동맥 부위에 쌓인 석회화를 눈으로 판독해 심혈관질환 위험을 예측하는 체계를 구축했다. 관상동맥 석회화 정도를 경도, 중등도, 중증 3단계로 구분하고 각각의 단계가 향후 심혈관 사건 발생 위험과 연관될 수 있다는 점을 임상적으로 검증했다.

PETCT는 양전자방출단층촬영과 컴퓨터단층촬영을 결합한 영상기법으로, 대사 이상과 해부학적 구조를 동시에 보여주는 것이 특징이다. 지금까지는 주로 암의 전이 여부, 병기 평가, 치료 반응 모니터링 등 종양학적 목적에 초점이 맞춰져 왔다. 특히 고령 암 환자는 PETCT 촬영 빈도는 높지만 별도의 심혈관 검진을 정기적으로 받지 않는 사례가 적지 않아, 무증상 상태의 관상동맥질환이 뒤늦게 발견되는 위험 요인이 돼 왔다.
이 교수 연구는 기존 검사에서 이미 얻어진 CT 데이터를 재활용해 관상동맥 석회화를 판독함으로써 이러한 공백을 메우려는 시도다. 관상동맥 석회화는 동맥경화 진행을 반영하는 지표로, 별도 심장 CT를 통해 정량 점수로 측정하는 방식이 널리 쓰이고 있다. 이번 연구는 암 환자를 대상으로 한 PETCT에서도 석회화의 시각적 등급만으로도 임상적으로 유의한 위험 분류가 가능하다는 점에 주목했다. 암 환자의 영상 데이터에서 심혈관 정보를 동시에 끌어내, 검사 효율을 극대화하는 영상 융합 활용 사례로 볼 수 있다.
특히 추가 촬영이나 장비 도입 없이 판독 프로토콜만 보완하면 적용할 수 있다는 점이 강점으로 꼽힌다. 병원 입장에서는 검사 횟수·시간·비용을 늘리지 않고 환자의 심혈관 위험도를 조기에 가늠할 수 있어 자원 활용 효율이 높아진다. 환자 입장에서는 이미 받은 암 평가용 PETCT 한 번으로 종양 상태와 심장 위험 인자를 함께 점검해, 치료 전략 수립 시 전신 상태를 더 정밀하게 고려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다.
고령이면서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 등 기저질환을 가진 암 환자는 항암제, 방사선치료, 수술 과정에서 심부전, 심근경색 같은 심혈관계 합병증이 발생할 위험이 크다. PETCT를 활용한 관상동맥 석회화 평가가 일상 진료에 자리 잡을 경우, 종양내과와 심장내과가 초기 치료계획 단계부터 정보를 공유해 위험군 환자에 대한 약제 선택, 용량 조절, 모니터링 계획을 더 정교하게 세울 수 있다는 점에서 실질적 효과가 기대된다.
국제적으로도 암과 심혈관질환을 함께 관리하는 심장종양학, 즉 카디오온콜로지 분야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항암제 관련 심장 독성 모니터링을 위해 심장 초음파, 전용 심장 CT, 혈액 바이오마커를 조합하는 진료모델이 확산되는 추세다. 다만 별도의 검사 예약과 비용, 환자 부담이 늘어난다는 한계가 있어, 기존 종양 영상에서 조기 위험 신호를 끌어내는 시도에 대한 수요도 존재한다. 이번 연구는 한국 의료 환경에서 PETCT를 매개로 한 카디오온콜로지 접근을 구체화하는 사례로 평가된다.
국내에서는 PETCT 기반 영상 판독이 보험·수가 체계와 밀접하게 연결돼 있어, 새로운 판독 항목이 실제 진료에 반영되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비용 구조와 판독 가이드라인 정립이 필요하다. 영상의학과와 핵의학과 전문의가 관상동맥 석회화를 어디까지 정밀히 판독할지에 대한 직역별 역할 정리, 교육 체계도 향후 논의 과제다. 다만 이번 연구가 별도의 하드웨어나 약제 없이 소프트웨어적 판독 프로토콜 개선만으로 실현 가능한 만큼, 제도 정비에 따라 빠르게 임상 확산이 이뤄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석현 교수는 기존 PETCT 영상만으로 추가 장비나 비용 없이 심혈관 위험도를 확인할 수 있어 현실 진료 현장에 바로 적용할 수 있는 잠재력이 크다고 설명했다. 또 고령 및 기저질환을 가진 암 환자들이 치료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심혈관계 합병증을 겪지 않도록, 조기 위험 평가체계를 더욱 정교화해 나가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 교수는 앞서 AI를 활용한 골스캔 영상 분석 연구로 젊은연구자상을 받은 바 있으며, 대한핵의학학회지 편집위원 간행이사보로 활동하며 학술 저널 운영에도 참여하고 있다. 올해 8월에는 한국과학학술지편집인협의회가 주관한 한국원고편집인자격증을 핵의학과 전문의 최초로 취득해 연구와 출판 분야 전문성을 인정받았다. 최근에는 GE헬스케어 주최 심포지엄에서 인공지능 기반 영상 재구성 기술과 디지털 PETCT 임상 경험을 주제로 초청 강연을 맡아, AI와 첨단 영상기술을 결합한 차세대 핵의학 진단 패러다임을 제시했다.
업계에서는 암 진료 과정에서 생성되는 방대한 영상 데이터를 암 진단을 넘어 심혈관질환, 골질환 등 다중 질환 위험 평가에 확장하려는 시도가 잇따를 것으로 보고 있다. 병원과 기업이 AI, 디지털 PETCT, 통합 판독 플랫폼을 접목하는 흐름과 맞물려, 단일 검사를 다목적으로 활용하는 정밀 의료 전략이 국내 의료 시스템의 효율성과 환자 안전을 동시에 높이는 방향으로 진화할 수 있을지 주목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