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밀의료 향한 AI 영상 혁신…GE헬스케어, RSNA서 차세대 기술 공개
인공지능 기반 정밀의료 기술이 영상의학 분야의 업무 방식과 병원 운영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 GE헬스케어가 100년 넘게 축적한 의료영상 기술 유산을 바탕으로 차세대 AI 영상 솔루션과 클라우드 기반 정밀의료 플랫폼을 대거 공개하며 글로벌 시장 공략에 속도를 올리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발표를 AI 영상의학 경쟁이 본격적인 효율성 경쟁 단계로 진입하는 분기점으로 보는 시각도 나온다.
GE헬스케어는 미국 시카고에서 열리는 북미영상의학회 RSNA 2025에 참가해 첨단 영상 장비와 디지털, 컴퓨팅, AI 기능을 결합한 40여 개의 차세대 기술을 선보인다고 2일 밝혔다. RSNA는 영상의학 분야 최대 규모 학회로, GE헬스케어는 1914년 첫 개최 이후 매년 참석해 올해로 111회째 동행하고 있다.

이번에 공개되는 솔루션의 핵심은 영상의학 현장이 겪고 있는 인력 부족, 검사 수요 급증, 복잡해진 장비와 소프트웨어 환경을 AI와 클라우드로 풀겠다는 전략에 맞춰져 있다. GE헬스케어는 영상 획득 단계부터 판독, 리포트 작성, 치료 계획 수립, 병원 경영 분석에 이르기까지 전 주기를 아우르는 AI 도구를 RSNA 현장에서 소개한다.
특히 반복 업무를 자동화하는 AI 영상 시스템과 워크플로를 간소화하는 구조화 리포팅 도구가 전면에 배치됐다. AI 영상 시스템은 영상에서 병변 후보를 자동 표지하고 화질을 상황에 맞게 최적화하는 알고리즘을 통해 숙련도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판독 편차를 줄이는 역할을 한다. 구조화 리포팅 도구는 판독 결과를 표준화된 템플릿과 용어 체계에 맞춰 자동 구성해 데이터 일관성을 높이고 재사용 가능한 정량 데이터를 쌓는 데 초점을 맞췄다.
이런 기능은 단순한 영상 판독 지원을 넘어 정밀의료로 이어지는 데이터 기반 진단과 치료 의사결정의 기반이 된다. 동일한 검사에서도 병원과 의사별로 달랐던 서술형 리포트 대신, AI가 추출한 수치 기반 바이오마커와 표준화 문장을 활용하면 다기관 연구, 장기 추적 분석, 보험 청구 심사 등에서 활용도가 커질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GE헬스케어는 2022년 이후 영상장비, 방사성의약품, 클라우드 및 AI 지원 솔루션 전 영역에 걸쳐 30억달러 이상을 연구개발에 투입했다. 이 투자는 영상의학에서 가장 큰 병목으로 꼽혀 온 숙련 인력 부족과 검사량 증가, 기술 고도화에 따른 장비 복잡성, 병원 운영 효율 개선 요구에 대응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실제로 국내외 의료기관에서는 촬영 대기 시간이 늘고 판독 지연이 만성화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어, 스캔 시간 단축과 자동화 리포팅 등 AI 기반 워크플로 개선 수요가 커지고 있다.
클라우드와 결합한 AI 플랫폼 전략도 강화됐다. GE헬스케어는 병원 내 PACS와 정보시스템에 흩어진 영상을 클라우드로 통합해 의료진과 병원이 활용 가능한 정보로 재가공하는 솔루션을 RSNA에서 제시한다. 클라우드 상에서 AI가 영상을 분석하고 환자별 데이터를 시계열로 정리해 보여주면, 의료진은 더 빠르고 정밀한 진단과 치료 계획 수립에 집중할 수 있고 경영진은 자원 활용도와 장비 가동률 등의 지표를 실시간으로 관리할 수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영상의학 분야에서 AI 솔루션 경쟁이 이미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다수 스타트업과 장비 기업이 뇌졸중 조기 탐지, 폐결절 분석, 유방암 스크리닝 등 특정 영역에 특화된 AI를 내놓는 가운데, GE헬스케어는 CT, MRI, 초음파, 핵의학 장비와 소프트웨어를 수직 통합한 포트폴리오를 앞세워 차별화를 노리고 있다. 하드웨어부터 클라우드, AI까지 하나의 생태계로 묶을 경우 시스템 간 연동 문제를 줄이고 확장성을 높일 수 있다는 계산이다.
규제 환경도 변수다. 각국 규제당국은 AI 기반 영상의료 소프트웨어를 의료기기 소프트웨어로 분류하며 안전성과 유효성 검증을 요구하고 있다. 다만 아직 일반화된 기준이 정착되는 단계는 아니라, 학습 데이터 편향, 알고리즘 업데이트 관리, 설명 가능성 등을 둘러싼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GE헬스케어처럼 글로벌 의료기기 기업들은 이미 확보한 임상 데이터와 품질관리 노하우를 앞세워 규제 당국 요구에 대응하는 동시에, 클라우드 기반 서비스가 각국 개인정보보호 규제를 어떻게 충족할지에 대한 해법 마련에도 나서는 모습이다.
피터 아두이니 GE헬스케어 최고경영책임자는 헬스케어의 미래를 만들어가는 목표가 명확하다며 의료진을 지원하고 운영 효율성을 높이며 다양한 진료 경로에서 환자 결과 향상을 돕는 혁신 기술 제공에 방점을 찍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고객이 직면한 도전과제에 대한 요구를 먼저 듣고 현재와 미래의 니즈를 충족하는 차별화된 제품과 솔루션 개발에 나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영상의학 업계에서는 RSNA 2025를 기점으로 AI와 정밀의료를 둘러싼 경쟁이 단순한 기술 시연을 넘어 병원 전체 운영 모델을 재설계하는 방향으로 옮겨갈 것으로 보고 있다. 산업계는 GE헬스케어가 선보인 AI·클라우드 기반 정밀의료 플랫폼이 실제 의료현장에 얼마나 빠르게 안착해 지속 가능한 비즈니스 모델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주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