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7조9천억원 첫 예산안 통과”…이재명 정부, 국무회의서 특검 예산까지 의결
정권 교체 이후 첫 예산안과 사법 리스크를 둘러싼 특검 지원 예산을 두고 이재명 정부와 정치권이 다시 맞붙었다. 내년 살림살이의 큰 틀은 여야 합의로 정리됐지만, 특검 연장과 출범 경비가 국무회의에서 함께 처리되면서 향후 정국에서도 공방이 이어질 전망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2026년도 예산안을 심의·의결했다. 이날 의결된 내년도 본예산 규모는 727조9천억원으로, 이재명 정부 출범 후 첫 본예산이다.

국회는 앞서 2일 본회의를 열어 정부가 제출한 예산안을 수정한 뒤 여야 합의로 처리했다. 당초 정부가 제출한 728조원 안에서 약 1천억원 줄었고, 지난해 윤석열 정부가 편성한 2025년도 본예산 673조3천억원보다 8.1% 늘었다.
정부는 이재명 정부의 핵심 국정과제로 내세운 지역사랑상품권 발행 지원 1조1천500억원, 국민성장펀드 1조원 등은 국회 심사 과정에서도 원안대로 유지됐다고 설명했다. 지역 소비 진작과 신산업 투자 기반을 동시에 강화하겠다는 의도가 반영된 셈이다.
신규 투자 항목도 늘었다. 국가정보자원관리원 재해복구시스템 구축에 4천억원을 추가 배정했고, 자율주행차 상용화를 위한 실증도시 신규 조성에는 618억원을 더 투입하기로 했다. 디지털 인프라와 미래 모빌리티 시장을 동시에 겨냥한 조정이다.
다만 인공지능 지원 관련 예산과 정책 펀드 예산 등 일부는 감액됐고, 예기치 못한 지출에 대비한 예비비도 약 2천억원 줄었다. 재정 확대 기조 속에서도 추가 지출 여력을 일정 부분 제약한 셈이어서 향후 추가경정예산 편성 논의 때 논쟁이 재점화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날 국무회의에서는 특검 관련 안건도 함께 처리됐다. 정부는 내란 특검과 김건희 특검의 수사 기간 연장, 활동이 마무리된 순직해병 특검의 공소 유지 지원, 관봉권 띠지 폐기 의혹 및 쿠팡 퇴직금 불기소 외압 의혹 특검 출범을 위한 지원 경비 30억5천143만원을 목적 예비비에서 지출하기로 의결했다.
여권 일각에선 특검 사안 다수가 이재명 대통령과 여야 대권 주자들을 둘러싼 정치 쟁점과 맞물려 있다는 점에서 사법 리스크가 예산 심의·집행 과정까지 파고들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반면 야권은 특검 수사 공백을 막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라며 추가 예산 확대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다.
국무회의는 또 부패재산의 몰수 및 회복에 관한 특례법 개정안도 처리했다. 개정안은 보이스피싱과 다단계 판매 등 특정 사기 범죄에서 발생한 수익을 의무적으로 몰수·추징하고 피해자에게 환수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지금까지는 범죄 수익 몰수·추징 여부를 재판부가 재량으로 판단했으나, 앞으로는 법률상 의무가 된다. 아울러 범행 기간 중 취득한 재산 가운데 해당 범죄와 상당한 개연성이 인정되는 경우 범죄수익으로 추정할 수 있도록 근거를 마련해, 수사·재판 과정에서 입증 부담을 낮췄다.
법무부와 관계 부처는 개정 법률 시행에 맞춰 하위 규정과 집행 지침을 정비하는 한편, 금융기관과 수사기관 간 정보 공유 체계를 강화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도 시행 과정에서 드러나는 보완 과제에 대해 추가 입법을 검토할 계획이다.
이날 국무회의를 통과한 내년도 예산안은 정부 배정 작업을 거쳐 각 부처로 내려가며, 특검 관련 예산과 부패재산 환수 제도 강화 조치는 향후 정국에서 정치권간 공방의 새로운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국회는 다음 회기에서 특검 연장과 추가 입법 요구를 둘러싸고 다시 치열한 논의에 나설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