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외교부 예산 20년 만에 감액”…2026년 3조6천억 확정, ODA 대폭 줄어

송다인 기자
입력

예산 긴축 기조와 외교 현안이 맞물렸다. 외교부 예산이 20년 만에 감소세로 돌아섰고, 특히 공적개발원조 예산이 크게 줄어들면서 국제협력 전략 조정 논쟁이 불가피해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외교부는 3일 2026년도 외교부 예산이 3조6천152억원으로 확정됐다고 밝혔다. 지난 2일 국회가 2026년도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을 의결하면서 내년 외교부 예산은 올해 4조2천788억원보다 6천636억원, 약 15.5% 축소됐다. 외교부에 따르면 예산 감소 폭으로는 역대 최대이며, 전년 대비 감액은 2006년도 예산 이후 20년 만이다.  

예산 축소의 핵심 요인은 공적개발원조 예산 감액이다. ODA 예산은 올해 2조8천93억원에서 내년 2조1천861억원으로 줄어 6천억원 이상 감소했다. 특히 인도적 지원 항목이 2025년 6천702억원에서 내년 3천355억원으로 반토막 났고, 국제기구 분담금도 8천262억원에서 6천818억원으로 줄었다. 한국국제협력단 출연금은 1조2천955억원에서 1조1천389억원으로 축소됐다.  

 

이 같은 기조는 애초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예산안에서 이미 드러났다. 정부는 지난 8월 국회에 제출한 2026년도 정부 예산안에서 ODA 예산을 2조1천852억원으로 편성했다. 이후 국회 심사 과정에서 9억원이 늘어 2조1천861억원으로 최종 확정됐다. 외교부 예산이 줄어든 적은 2005년 9천11억원에서 2006년 8천800억원으로 소폭 감소한 사례 이후 처음으로, 그동안 본예산 기준으로는 지속적인 증가세를 보여 왔다.  

 

외교부 당국자는 예산 조정 배경과 관련해 "ODA의 중복성이라든지 타당성 등에 대해 조정한 측면이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복 사업 정리와 효율성을 명분으로 들었지만, 국제사회에서의 위상과 책임을 둘러싼 논쟁이 재점화될 여지도 있다는 해석이 뒤따랐다.  

 

반면 재외국민 보호와 직결된 재외공관 예산은 소폭 늘었다. 내년도 재외공관 인건비는 올해 2천992억원에서 3천123억원으로 늘었고, 재외공관 행정직원 역량 강화 예산도 2천244억원에서 2천358억원으로 증액됐다. 최근 캄보디아 사태와 같은 초국가 범죄 피해에 대응하기 위한 현장 대응 능력 강화를 염두에 둔 조정으로 풀이된다.  

 

특정 외교 현안을 겨냥한 신규·증액 항목도 포함됐다. 미국 진출 기업 지원을 위한 5억원이 새로 편성됐고, 한중 우호 정서 강화를 위한 예산 6억6천만원이 반영됐다. 2028년 주요 20개국 정상회의 의장국 수임을 위한 기반 조성 예산 2억5천만원도 내년 예산에 담겼다.  

 

외교부는 예산 축소에도 외교 정책 기조는 유지하겠다는 입장이다. 외교부는 "예산을 내실 있게 집행함으로써 대전환을 겪는 국제질서 속에서 국익을 중심에 둔 실용적 외교를 적극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국회가 내년에도 재정 건전성 기조를 이어갈 가능성이 큰 만큼, 향후 예산 심사 과정에서 ODA 규모와 외교 인프라 투자를 둘러싼 공방은 계속될 전망이다.

송다인 기자
share-band
밴드
URL복사
#외교부#oda#koic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