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바이옴 분석으로 신약개발”…HEM파마·동구바이오, AI 접목 모색
마이크로바이옴 분석 기술이 헬스케어와 제약 산업 전반의 접점을 넓히고 있다. 마이크로바이옴 헬스케어 기업 HEM파마와 동구바이오제약이 데이터 분석 역량과 제약 개발 경험을 결합해 디지털 기반 협력 체계를 구축하면서, 인간과 반려동물의 건강관리부터 AI 기반 신약개발까지 확장할 수 있는 산업적 파급력이 주목된다. 업계에서는 이번 협력이 국내 마이크로바이옴 데이터 활용 경쟁의 분기점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HEM파마는 25일 동구바이오제약과 마이크로바이옴 분석 기술을 활용한 헬스케어 및 제약 분야 협력 가능성을 모색하기 위한 전략적 업무협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양사는 이번 협약을 통해 각자가 보유한 기술과 데이터, 제약 사업 역량을 공유하고, 마이크로바이옴 기술을 적용할 수 있는 중장기 협력 방향을 체계적으로 검토한다는 계획이다.

HEM파마는 장내 미생물 등 인체 내 미생물군 유전자 정보를 정밀 분석해 건강 상태와 질환 관련 신호를 도출하는 마이크로바이옴 분석 기술을 핵심 자산으로 보유하고 있다. 이 기술을 바탕으로 축적된 마이크로바이옴 데이터와 이를 해석하는 알고리즘, 통계 기반 연구 역량을 확보해온 점이 강점으로 꼽힌다. 동구바이오제약은 피부과·비뇨기과 등 전문의약품과 헬스케어 제품 포트폴리오, 병·의원 및 약국 네트워크를 축적해온 제약사로, 실제 임상 현장과 시장에 제품을 공급해온 경험을 갖추고 있다.
양사는 우선 브랜드, 약국, 병원 등 다양한 헬스케어 접점에서 소비자와 의료진이 활용할 수 있는 마이크로바이옴 기반 서비스와 제품 기획을 공동 검토한다. 마이크로바이옴 분석 결과를 토대로 개인의 피부·장 건강 특성에 맞춘 건강기능식품, 피부케어 제품, 컨설팅 서비스 등이 주요 타깃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특히 이 협력 구조는 분석 플랫폼을 제공하는 HEM파마와 유통·브랜딩에 강점을 가진 동구바이오제약이 역할을 분담하는 방식으로 설계될 가능성이 크다.
펫 헬스케어 분야도 협력 축으로 포함됐다. 반려동물의 장내 미생물 상태를 분석해 비만, 알레르기, 소화기 질환 등의 위험 신호를 조기에 파악하고 맞춤형 사료나 보조제를 설계하는 서비스가 대표적인 활용 예로 꼽힌다. 사람과 동물이 공유하는 마이크로바이옴 데이터가 늘어날수록 교차 연구를 통해 질환 기전 이해와 후보물질 탐색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는 평가다.
두 회사는 마이크로바이옴과 각종 헬스케어 데이터를 통합해 빅데이터 기반 분석·해석·활용 체계를 구축하는 방안도 협의한다. 여기에는 대규모 표본 데이터에서 질환군별 특이 패턴을 찾는 통계 모델링, 생활습관·복약 정보와 마이크로바이옴의 상관관계를 도출하는 예측 알고리즘 등이 포함될 수 있다. 데이터가 일정 규모를 넘어서면, 특정 미생물 조성 변화가 질환 발병이나 약물 반응과 어떤 연관성을 보이는지 AI로 탐색하는 연구로 확장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AI 기반 신약개발 협력 가능성도 명시됐다. 마이크로바이옴 데이터가 축적되면, AI는 특정 질환과 연관된 미생물군 조합이나 대사물질 패턴을 찾아내고, 이를 조절할 수 있는 후보 물질이나 프로바이오틱스 조합을 제안하는 방식으로 활용될 수 있다. 기존 신약개발이 수년 이상 걸리는 탐색 단계에서 수많은 조합을 시뮬레이션해야 했던 것과 비교하면, AI와 마이크로바이옴 데이터를 기반으로 후보군을 조기 압축해 시간과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점이 업계가 기대하는 지점이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이미 마이크로바이옴 기반 치료제를 개발하는 기업들이 AI를 접목해 후보물질 발굴을 가속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국내 기업들의 후발 추격 전략과도 연결되는 행보다.
양사가 구축할 데이터와 AI 기반 플랫폼은 향후 국내 규제 환경 변화에도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마이크로바이옴 분석 서비스가 질병 진단이나 치료에 직접 연결되는 경우 의료기기 소프트웨어나 디지털 헬스케어 규제 틀 안에서 인허가를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다만 현재로서는 생활습관 관리, 웰니스 중심의 서비스와 기능성 제품이 협력 초기의 주된 사업 모델이 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지요셉 HEM파마 대표는 마이크로바이옴 분석 기술을 중심으로 헬스케어와 제약 영역 모두를 아우르는 협력 가능성을 폭넓게 검토하는 것이 이번 MOU의 출발점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양사의 전문성을 결합해 기술적 측면에서 실질적인 시너지를 모색하겠다고 강조했다. 조용준 동구바이오제약 회장은 논의에 그치지 않고 AI 기반 신약개발, 빅데이터 활용, 브랜드 및 펫 헬스케어 등 다양한 비즈니스 접점에서 혁신적인 사업 모델을 함께 만들겠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두 회사의 협력이 마이크로바이옴 분석, 빅데이터, AI를 결합한 융합 플랫폼 실증 단계로 이어질지에 주목하고 있다. 산업계는 마이크로바이옴 기술이 실제 시장에서 경쟁력 있는 사업 모델로 안착할 수 있을지 지켜보는 분위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