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사 대상 아니다"…인권위, 국민의힘 유시민 설난영 발언 진정 각하
정치적 공방 속에서 제기된 성차별 논란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국민의힘이 유시민 작가 발언을 문제 삼아 국가인권위원회에 낸 진정이 인용되지 않으면서, 표현의 자유와 성평등 기준을 둘러싼 논쟁이 재점화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국가인권위원회는 17일 국민의힘이 유시민 작가를 상대로 제기한 진정을 최근 각하했다고 밝혔다. 유 작가가 지난 대선 과정에서 김문수 당시 국민의힘 대선후보의 배우자 설난영 씨를 겨냥해 한 발언이 성차별에 해당한다는 취지의 진정이었지만, 인권위는 법상 조사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결론 내렸다.

인권위에 따르면 인권위법상 조사는 인권침해와 차별 사안으로 나뉜다. 인권침해는 차별의 주체가 국가기관이거나 이에 준하는 권한을 가진 기관일 때를 대상으로 하고, 차별은 재화와 용역 제공, 고용, 교육 등 구체적인 영역에서 불이익이 발생해야 한다는 기준이 적용된다.
인권위는 유 작가의 발언이 이 같은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유 작가가 국가기관이 아니어서 인권침해 조사 요건에 해당하지 않고, 설난영 씨가 재화나 서비스 이용, 고용 관계 등에서 구체적인 불이익을 입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인권위는 이와 같은 이유로 사건을 조사 대상이 아니라며 각하했다.
논란이 된 발언은 2022년 대선 직전인 5월 28일 유튜브 채널 김어준의 다스뵈이다에서 나왔다. 유 작가는 당시 방송에서 "대통령 후보 배우자라는 자리가 설난영 씨 인생에서는 갈 수 없는 자리다. 지금 발이 공중에 떠 있다. 그러니까 '제정신이 아니다' 그런 뜻"이라고 말했다.
또한 유 작가는 "(김 후보는) 설난영 씨가 생각하기에는 '나하고는 균형이 안 맞을 정도로 대단한 사람'"이라며 "험하게 살다가 국회의원 사모님, 경기도지사 사모님이 됐다. 더더욱 우러러볼 것"이라고도 했다. 국민의힘은 이 발언이 여성에 대한 편견을 강화하고 특정 여성 정치인의 배우자를 비하했다며 성차별이라고 주장해 왔다.
당시 국민의힘은 유 작가 발언이 대선 국면에서 여성 정치인의 가족을 공격하는 방식의 성별 고정관념 조장이라고 비판하며 강경 대응을 예고한 바 있다. 당 관계자들은 표현의 자유를 내세우더라도 특정 성을 비하하거나 사회적 편견을 재생산하는 발언에는 책임이 뒤따라야 한다는 입장을 반복해 왔다.
그러나 인권위 판단은 법률이 정한 조사 범위를 벗어난 사안이라는 데 초점을 맞췄다. 인권위가 표현의 적절성 자체가 아니라 국가기관 여부, 구체적 불이익 발생 여부라는 형식 요건을 근거로 각하를 결정한 만큼, 정치권에서는 법적 판단과 정치적 책임을 분리해 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번 결정으로 국민의힘이 제기한 인권위 차원의 절차는 일단락됐지만, 향후 정치적 논쟁이 가라앉을지는 미지수다. 야권 일각에서는 대선 과정에서의 정치 풍자와 비판 발언에 대해 사법적·제도적 대응이 잇따르는 흐름이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돼 왔다.
정치권은 향후 국회 차원의 혐오 표현 규제 논의와 언론·방송 출연 인사의 발언 책임 범위를 둘러싸고 다시 공방을 벌일 가능성이 크다. 국회는 관련 법제화 논의를 다음 회기에서 본격적으로 이어갈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