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고속 또 상한가…고속터미널 재개발 광풍에 한 달 새 10배 랠리
서울 서초구 고속버스터미널 부지 재개발 이슈가 이어지며 동양고속 주가가 또다시 상한가로 치솟고 있다. 15일 장중 동양고속은 전 거래일보다 29.89% 오른 7만9,100원을 기록하며 가격제한폭까지 상승했다. 한국거래소의 투자위험종목 지정과 거래정지 조치에도 투기성 매수세가 몰리면서 한 달 새 주가가 10배 가까이 뛴 극단적 랠리가 연출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본업 부진과 재무 악화 속에서 부동산 재개발 기대만으로 형성된 과열 장세라고 진단하며, 개인 투자자의 손실 위험 확대를 우려하고 있다.
이날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동양고속 주가는 지난달 초 7,000원대 초반에서 출발해 서울고속버스터미널 재개발 이슈가 부각된 이후 급등 행진을 이어가며 장중 7만9,100원까지 상승했다. 최근 10거래일 동안 거래정지일을 제외하면 대부분 상한가 혹은 급등 흐름을 보였고, 시초가에서 곧바로 상한가에 도달하는 이른바 점상 패턴까지 나타났다. 기술적 지표상 5일 이동평균선과 주가 간 이격도는 극단적으로 확대됐지만 뚜렷한 조정 없이 오르는 전형적인 테마주 랠리 모습이다.
![동양고속[084670] 최근 1주일 주가 추이 (출처: 네이버증권)](https://mdaily.cdn.presscon.ai/prod/129/images/20251215/1765770204898_658752680.jpg)
주가를 밀어 올린 핵심 재료는 서울 서초구 반포동 서울고속버스터미널 부지 재개발 기대다. 해당 부지가 초고층 주상복합 단지로 개발될 경우 터미널 운영 법인의 지분을 보유한 동양고속의 자산 가치가 크게 재평가될 것이라는 기대가 시장을 달구고 있다. 운송업 본업의 수익성보다는 보유 지분을 매개로 한 부동산 개발 테마가 주가를 사실상 지배하는 구조다. 앞서 천일고속이 9거래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하며 대장주 역할을 하자, 상대적으로 시가총액이 작고 가격이 가벼운 동양고속으로 매수세가 옮겨붙는 후발주 순환매가 강하게 작동한 것으로 풀이된다.
수급 구조도 변동성을 키우고 있다. 동양고속의 발행주식 수는 약 289만 주에 불과해 대주주 몫을 제외한 실질 유통 물량이 매우 적은 품절주 특성을 지닌다. 적은 매물만으로도 상한가를 형성하기 쉬운 환경이다. 최근 매매 동향을 보면 외국계 증권사 창구와 개인 투자자 비중이 높은 키움증권 등이 주로 거래를 주도하는 가운데 단기 손바뀜이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지난 10일 외국인은 4만5,000주를 순매도하며 차익을 실현했지만, 11일에는 다시 2만5,000주를 순매수하는 등 단기 트레이딩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특히 2대 주주였던 코리아와이드동대구화물이 급등 초기에 지분을 전량 매도하고도 이후 주가가 더 가팔라진 점은, 특정 세력보다는 시장 전반의 투기 수요가 랠리를 이끈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진다.
업종 내 시가총액 위상도 단기간에 크게 변했다. 동양고속의 시가총액은 최근 급등으로 약 2,290억 원 수준까지 뛰며 운수창고 업종 내 존재감을 키웠다. 다만 롯데렌탈의 시가총액 1조1,637억 원 등과 비교하면 체급은 여전히 작다. 그럼에도 주가 상승률만 놓고 보면 동양고속은 동종 업계는 물론 시장 전체를 통틀어도 이례적인 수준이다. 롯데렌탈과 쏘카 등 모빌리티 관련 종목들이 실적 기반의 완만한 주가 흐름을 보이는 것과 달리, 동양고속과 천일고속 등 전통 고속버스 업체들은 고속터미널 재개발이라는 단일 이슈에 강하게 동조하며 움직이고 있다. 특히 롯데렌탈이 영업이익 890억 원을 기록하며 흑자 기조를 이어가는 반면, 적자 상태인 동양고속의 경우 PER 등 전통적인 밸류에이션 지표로 설명하기 어려운 가격대에 진입했다는 평가가 많다.
실적과 재무 여건은 주가 흐름과 정반대 방향이다. 2024년 결산 기준 매출액은 1,217억 원으로 전년 대비 소폭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마이너스 15억 원으로 적자 상태를 이어갔다. 당기순이익은 마이너스 166억 원까지 적자 폭이 확대되며 어닝 쇼크에 가까운 성적을 기록했다. 부채비율도 2022년 119%에서 2024년 208%로 뛰어 재무 건전성 악화 우려가 커졌다. 자기자본이익률은 마이너스 27.88%로, 중장기 자본잠식 가능성까지 거론될 수 있는 수치다. 시장에서는 이러한 펀더멘털을 감안할 때 현재 주가 급등은 실적 턴어라운드나 배당 매력과 무관한, 순수한 머니게임 국면에 가깝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감독당국의 경고 조치도 투기 열기를 식히지 못하는 분위기다. 한국거래소는 동양고속을 투자경고종목에 이어 최고 단계인 투자위험종목으로 지정했고, 지난 12일에는 하루 동안 매매 거래를 정지했다. 통상적으로 이런 조치는 과열된 투자 심리를 진정시키는 역할을 하지만, 동양고속은 거래가 재개된 직후인 15일 다시 상한가를 기록했다. 과거 실적과 무관하게 급등했던 테마주 상당수가 급락으로 방향을 바꾼 전례를 고려하면, 현재 구간을 사실상 폭탄 돌리기 국면으로 봐야 한다는 경계론이 확산하고 있다.
향후 주가 전망을 두고 시장의 시선은 갈린다. 단기적으로는 상한가 매수 잔량이 계속 쌓이며 8만 원대, 10만 원선 등 추가 상향 시도를 이어갈 가능성도 제기된다. 재개발 이슈가 공식적으로 부각되는 동안에는 테마 소멸 우려가 크지 않고, 일부 단기 자금이 계속 유입될 여지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반면 펀더멘털과 괴리된 상태에서 거래량이 터지며 상한가가 풀릴 경우, 하방 지지선이 사실상 부재해 곧바로 하한가로 직행할 수 있다는 경고도 만만치 않다. 시장에서는 현재 가격대 진입은 자산 증식보다는 도박에 더 가깝고, 기존 보유자는 분할 매도 등으로 수익을 확정하는 엑시트 전략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조언이 나온다.
투자자들이 특히 유의해야 할 점은 유동성 리스크다. 품절주 특성상 상승기에는 적은 물량으로 급등이 가능하지만, 방향이 바뀌면 매도 호가가 얇아져 정작 팔고 싶을 때 주식을 처분하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지난해 대규모 순손실을 기록한 회사인 만큼 재개발 테마가 약해질 경우 주가가 펀더멘털 수준으로 급격히 되돌아갈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동양고속 사례가 고평가 테마주 투자의 전형적인 위험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며, 당분간 개별 종목 단위의 단기 투기보다는 기업 실적과 재무 구조를 중심에 둔 보수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