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버린AI 전면에”…NC AI, 독자 모델로 국가경쟁력 겨냥
국내 게임사 출신 인공지능 기술이 국가 단위 소버린 AI 전략의 한 축으로 부상하고 있다. 엔씨소프트의 AI 전문 자회사 NC AI가 독자 파운데이션 모델과 산업 특화 솔루션으로 AI 주권 경쟁에 본격 뛰어들었다. 정부는 소프트웨어 산업 발전을 이끈 인물로 NC AI의 최고경영자와 최고기술책임자를 동시에 선정하며, 게임에서 출발한 국산 AI 기술이 산업 전반으로 확장되는 전환점으로 평가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수상이 국산 AI 인프라 강화와 해외 초거대 모델 의존도 완화 경쟁의 신호탄이 될 수 있다고 본다.
NC AI는 이연수 최고경영자가 소프트웨어 산업발전 유공자 포상에서 대통령 표창을, 김민재 최고기술책임자가 대한민국 소프트웨어 기술인 대상에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표창을 받았다고 4일 밝혔다. 두 포상 모두 소프트웨어 산업 성장에 핵심 기여를 한 개인에게 수여되는 정부 상으로,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주최하고 정보통신산업진흥원이 주관한다.

소프트웨어 산업발전 유공자 포상은 매년 소프트웨어 산업인의 날을 맞아 신기술과 혁신적 비즈니스 모델로 산업 성장에 기여한 공로자를 선정한다. 기술 성과뿐 아니라 산업 영향력, 생태계 확산 효과까지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상으로 분류된다.
이연수 대표는 24년간 AI와 소프트웨어 기술 혁신을 이끌어온 점을 인정받았다. 자연어 처리 박사 학위를 바탕으로 엔씨소프트 AI 랩에 합류한 뒤 자연어 처리 센터장, 리서치 본부장을 거치며 게임 AI 연구를 주도했다. 특히 대규모 언어 모델을 자체 개발해 게임 내 실시간 번역 서비스에 적용했다. 최대 100만 명에 이르는 동시 접속자의 대화를 실시간으로 처리하는 수준의 언어 모델을 상용 서비스에 올렸다는 점에서, 실험 수준을 넘어 대규모 트래픽과 안정성을 검증한 사례로 평가된다.
이 대표가 이끈 대형 언어 모델은 일반적인 채팅 번역을 넘어 게임 내 대규모 이용자 간 커뮤니케이션 지원, 운영 효율화, 고객 응대 자동화 등 다양한 영역으로 확장 가능한 기반 기술로 여겨진다. 기존 번역 엔진을 단순 연동하는 방식과 달리, 게임 도메인에 특화된 용어와 문맥을 반영해 사용자 경험을 높였다는 점도 차별점으로 꼽힌다.
올해 2월 NC AI가 엔씨소프트에서 독립 법인으로 분사한 이후, 이 대표는 게임 중심이던 AI 기술을 패션, 콘텐츠 등 비게임 산업으로 확장하는 전략을 추진해왔다. 산업별 데이터와 업무 프로세스에 맞춘 특화 모델과 솔루션을 개발해, AI가 실제 비즈니스 가치로 이어지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국내 산업의 AI 전환을 지원하는 이 같은 행보가 국가 경쟁력 강화에 기여한 것으로 평가돼 대통령 표창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민재 CTO는 비전 AI와 생성형 AI 분야의 연구 성과를 기반으로 게임, 미디어, 패션 등 다양한 산업 영역에 AI 기술을 적용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그는 NC AI의 핵심 서비스인 바르코 아트패션과 바르코 3D 개발을 이끌며, 이미지 생성과 3D 콘텐츠 자동 제작 기술을 실제 서비스로 구현했다.
바르코 아트패션은 생성형 AI를 활용해 패션 디자인과 시각 콘텐츠를 빠르게 제작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서비스로 알려져 있다. 기존에는 디자이너가 수작업으로 반복하던 시안 제작과 변형 작업을 AI가 대체하거나 보조해, 제작 시간을 단축하고 실험 가능한 디자인의 폭을 넓히는 효과를 낸다. 바르코 3D는 2D 이미지를 3D 형태로 전환하거나, 3D 모델 생성 과정을 자동화하는 기술로, 게임과 미디어, 전자상거래 등에서 활용도가 높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이번 기술들은 이미지, 텍스트, 3D 데이터 등 서로 다른 형태의 정보를 함께 다루는 멀티모달 생성형 AI 기술의 상용화 사례로 주목된다. 기존에는 고가의 전문 툴과 고급 인력이 필요한 공정이었지만, 생성형 AI 기반 워크플로를 도입하면 기획 단계부터 시각화, 수정, 최종 제작까지의 전체 주기가 크게 단축될 수 있다는 점에서 산업 생산성에 미치는 파급력이 크다.
NC AI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추진 중인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구축 사업의 핵심 수행 기관 중 하나다. 파운데이션 모델은 대규모 데이터로 사전 학습해 다양한 작업에 범용으로 활용할 수 있는 초거대 AI 모델을 뜻한다. NC AI는 여기서 멀티모달 생성형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을 주도하고 있다. 문자, 음성, 이미지, 영상, 3D 등 여러 형태의 데이터를 동시에 이해하고 생성할 수 있는 모델을 국내 산업 환경에 맞게 설계하는 작업이다.
이 사업의 목표는 한국어와 국내 산업 데이터에 최적화된 독자 AI 인프라를 구축해 해외 초거대 모델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국가 차원의 소버린 AI를 확보하는 것이다. 글로벌 빅테크 기업이 제공하는 범용 모델은 성능 면에서 강점이 있지만, 비용과 데이터 주권, 도메인 특화 측면에서는 한계가 지적돼 왔다. 국내 기업이 자체 파운데이션 모델을 보유하면 가격 협상력 제고뿐 아니라, 금융이나 의료처럼 민감한 데이터를 해외로 반출하지 않고도 고성능 AI를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전략적 의미가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이미 각국과 주요 빅테크를 중심으로 소버린 AI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미국과 유럽, 일본 등에서는 자국 언어와 규제 환경에 맞는 모델을 육성하려는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으며, 산업별 특화 모델을 선점하려는 기업 간 경쟁도 치열하다. NC AI가 게임과 콘텐츠 기반 기술을 바탕으로 멀티모달 파운데이션 모델을 구축하면, 국내 기업들이 한국 시장 특성에 맞는 AI 서비스를 빠르게 개발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이연수 대표는 AI를 개별 서비스 기능이 아닌 국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기반 인프라로 규정했다. 그는 NC AI가 독자 AI 모델을 고도화하는 한편, 산업별 특화 기술을 확장해 국내 AI 생태계를 강화하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특히 글로벌 시장에서 기술 주권을 확보한 국가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자국 데이터와 언어를 깊이 이해하는 파운데이션 모델이 필수라는 인식이 깔려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김민재 CTO는 NC AI의 기술을 산업 현장에 실제로 안착시키는 데 방점을 찍겠다는 전략을 내놨다. 게임과 미디어를 넘어 패션, 제조, 유통 등 다양한 영역에서 현장의 요구를 반영한 AI 도구를 개발해, 한국이 글로벌 AI 경쟁 흐름을 주도하도록 기여하겠다는 구상이다.
업계에서는 NC AI의 이번 동향이 국산 파운데이션 모델 생태계 확대와 산업별 AI 전환 가속을 동시에 노리는 행보로 보고 있다. 산업계는 NC AI가 선도하는 멀티모달 파운데이션 모델과 생성형 AI 서비스가 실제 시장에서 얼마나 빠르게 확산될지 주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