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0일 수사 마쳤다"…조은석 특검, 윤석열 내란 혐의 정국을 법정으로 끌고가다
12·3 비상계엄 관련 내란·외환 의혹을 두고 조은석 특별검사팀과 주요 피고인들이 정면 충돌했다. 180일간 이어진 특검 수사가 마무리되면서, 이제 법원의 판단이 여야 정치 지형과 향후 정국의 변수가 되는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조은석 특별검사팀은 12월 15일 기준 수사를 종결하고 윤석열 전 대통령을 포함한 27명을 재판에 넘겼다. 수사 개시 이후 내란, 일반이적, 직권남용, 위증 등 중대 범죄 혐의가 대거 기소되면서, 서울중앙지방법원을 중심으로 내년 상반기까지 굵직한 1심 선고가 이어질 전망이다.

법조계에 따르면 가장 먼저 1심 판단을 받을 인물은 한덕수 전 국무총리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 이진관 부장판사 심리로 진행 중인 한 전 총리의 내란 우두머리 방조 등 혐의 사건은 내년 1월 21일 선고를 앞두고 있다. 특검팀은 지난 11월 26일 열린 결심 공판에서 한 전 총리에게 징역 15년을 구형했다.
한 전 총리는 국무총리로서 대통령의 자의적 권한 남용을 견제해야 할 의무가 있음에도 불법 비상계엄 선포를 제지하지 않고 방조한 혐의로 8월 기소됐다. 내란 관련 사건 중 첫 1심 선고가 되는 만큼, 다른 피고인들 재판의 양형과 법리 판단을 가늠하는 기준점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법원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특검팀은 수사 기간 내내 내란 혐의의 핵심 축으로 윤석열 전 대통령을 지목하며 세 차례에 걸쳐 기소했다. 수사 개시 한 달 만인 지난 7월에는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특수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를 적용해 윤 전 대통령을 첫 재판에 넘겼다. 해당 사건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부 백대현 부장판사가 심리하고 있다.
윤 전 대통령은 2024년 12월 3일 비상계엄 선포 직전 국무회의의 외관만 갖추기 위해 일부 국무위원만을 소집해, 참석하지 못한 국무위원 9명의 헌법상 계엄 심의·의결권을 침해한 혐의를 받는다. 또 비상계엄 해제 이후 한덕수 전 국무총리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부서한 문서에 의해 계엄이 해제된 것처럼 꾸민 허위 계엄 선포문을 작성하고, 대통령기록물이자 공용 서류인 해당 문건을 파쇄해 폐기한 혐의도 적용됐다.
이와 별개로 특검팀은 이른바 평양 무인기 침투 의혹과 관련해 윤 전 대통령 등에게 일반이적 혐의를 추가로 제기했다. 윤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장관,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은 2024년 10월께 드론작전사령부에 평양 무인기 침투 작전을 지시해 북한을 도발하고 군사적 긴장 상태를 높인 뒤, 이를 비상계엄 선포 명분으로 활용하려 한 혐의를 받고 있다.
해당 사건은 서울중앙지법에서 12월 1일 첫 공판준비기일을 열었으며, 재판부는 내년 1월 12일부터 정식 재판을 개시할 예정이다. 국가기밀이 다수 포함된 사안인 만큼, 재판부는 일부 공판을 비공개로 진행할 방침을 밝힌 상태다.
윤 전 대통령의 위증 혐의 사건도 별도로 진행된다.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이 11월 한덕수 전 총리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국무회의 과정과 관련한 내용을 허위로 증언했다고 판단해, 12월 4일 위증 혐의로 추가 기소했다. 이 사건의 첫 공판준비기일은 내년 1월 13일 열린다.
정치권의 이목이 가장 집중된 윤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재판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 지귀연 부장판사가 맡고 있다. 재판부는 오는 12월 29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조지호 경찰청장 등 군·경찰 수뇌부의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 사건과 윤 전 대통령 사건을 병합해 결심 공판을 진행할 계획이다. 재판 일정이 예정대로 진행될 경우, 윤 전 대통령 내란 우두머리 사건의 1심 선고는 내년 2월께 내려질 것으로 전망된다.
윤 전 대통령 주변 인사들에 대한 특검 수사와 재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 류경진 부장판사는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사건을 심리 중이다. 이 전 장관은 계엄 선포 당시 언론사 등에 단전·단수 조치를 지시한 혐의로 기소됐으며, 마지막 결심 공판은 내년 1월 12일 열릴 것으로 예상된다.
같은 재판부는 조태용 전 국가정보원장 사건도 맡았다. 조 전 원장은 국가정보원법상 정치 관여 금지 조항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됐으며, 첫 공판준비기일은 12월 18일에 열린다. 특검팀은 조 전 원장이 윤 전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 이전에 비상계엄 선포 계획을 인지하고도 국회에 보고하지 않아 직무를 유기했다고 보고 있다.
입법부와 연관된 사건도 법정으로 옮겨졌다. 특검팀은 국회의 비상계엄 해제 표결을 방해한 혐의로 국민의힘 추경호 의원을 기소했다. 추 의원은 계엄 선포 당시 여당 원내대표로서 윤 전 대통령 측으로부터 계엄에 협조해달라는 요청을 받고, 의원총회 장소를 여러 차례 변경하는 방식으로 여당 의원들의 계엄 해제 표결 참여를 방해한 혐의를 받는다. 추 의원 사건에 대한 내란 중요임무 종사 재판은 12월 24일부터 시작된다.
법무부 라인도 사법 판단대에 올랐다. 내란 중요임무 종사 등 혐의로 12월 11일 기소된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 사건은 형사합의33부에 배당됐다. 다만 첫 공판준비기일은 아직 지정되지 않았다. 검찰과 법무부 출신 인사가 내란 관련 혐의로 법정에 선 만큼, 사법부의 판단에 따라 검찰 조직과 법조계 전반에도 파장이 미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편, 특검팀이 기소한 사건 중 첫 1심 선고도 나왔다. 같은 날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은 계엄 당시 부정선거 의혹을 수사할 제2수사단 구성을 위해 정보사령부 요원으로부터 정보를 넘겨받은 혐의 등으로 재판을 받아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노 전 사령관은 김용현 전 장관 등과 함께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 사건에서도 별도로 재판을 받고 있다.
정치권은 특검 수사 마무리를 계기로 내년 초부터 시작될 연쇄 선고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여당은 아직까지 공식적인 조직 차원의 입장 발표를 자제하고 있으나, 윤 전 대통령과 핵심 인사들을 겨냥한 특검 수사가 정치적 의도가 짙다는 기류가 강하다. 반면 야당은 법원의 엄정한 판단을 요구하며 내란 의혹의 전모를 가려야 한다는 데 방점을 찍고 있다.
조은석 특검 수사 결과가 정치적 책임을 넘어 법적 책임의 문제로 본격 비화한 만큼, 내년 상반기 1심 선고들이 내란 의혹 정국의 중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주요 사건들의 공판 일정을 확정하며 심리에 속도를 내고 있고, 국회와 정부는 관련 재판 결과에 따라 추가 입법과 제도 개선 논의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