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스캠 차단 위해 결제 막았다”…파이네트워크, 지갑 기능 중단에 투자 불안 확산

전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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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시각 기준 12월 31일, 가상자산 프로젝트 파이네트워크(Pi Network)는 파이코인(PI) 보유자를 노린 지능형 스캠 범죄가 급증하자 지갑 내 결제 요청 기능을 전면 중단하는 결정을 내렸다. 재단 측은 파이코인 프로토콜이 아닌 사용자의 신뢰를 악용하는 사회공학적 해킹을 차단하기 위한 긴급 조치라고 설명했으며, 이번 조치가 파이코인 생태계와 투자 심리에 직접적인 충격을 주고 있다.

 

크립토뉴스 보도에 따르면 파이네트워크 재단은 최근 블록체인 원장에 공개된 잔액 정보를 악용해 대량 보유 지갑을 겨냥하는 사기 행각이 급증하자, 지갑에서 상대방의 결제를 손쉽게 승인할 수 있는 결제 요청 기능을 비활성화했다. 스캐머들은 지인이나 가족, 혹은 공식 운영진을 사칭해 피해자로 해금 전송 승인 버튼을 누르게 만들었고, 이 과정에서 특정 스캐머 지갑 하나로만 12월 한 달 동안 83만 8000개 이상의 파이코인이 유입된 것으로 파악됐다.

▲ 파이코인(PI)을 노린 스캠 공격이 빗발치자 재단 측이 결제 요청 기능을 비활성화하며 긴급 방어에 나선 가운데, 모바일 지갑 화면에 경고 메시지가 표시되고 있다. (사진=톱스타뉴스)
▲ 파이코인(PI)을 노린 스캠 공격이 빗발치자 재단 측이 결제 요청 기능을 비활성화하며 긴급 방어에 나선 가운데, 모바일 지갑 화면에 경고 메시지가 표시되고 있다. (사진=톱스타뉴스)

재단 측은 코어 프로토콜의 보안 결함이 아닌, 검증 절차를 생략하는 사용자의 심리를 파고든 사회공학적 공격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사용자가 지갑 화면에서 전송 요청을 사실상 ‘승인’하는 순간 자산은 즉시 이체되며, 블록체인의 특성상 한 번 옮겨진 파이코인은 돌려받을 수 없다. 파이네트워크는 최근 AI 기반 KYC(고객신원확인)를 도입해 인증 속도를 높이고, 해커톤 개최 등 생태계 확장에 속도를 내왔지만, 스캠 공격이 잇따르면서 보안 강화를 위한 숨 고르기에 들어간 셈이다.

 

이 같은 조치는 파이코인 시세에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현재 파이코인은 약 0.203달러(약 296원)에 거래되고 있으며, 지난 2월 기록한 사상 최고가 2.99달러(약 4,365원)와 비교하면 약 93% 하락한 수준이다. 12월에만 약 1억 500만 개의 락업 물량이 시장에 풀렸고, 일일 거래량은 800만 달러(약 116억 원)에서 3,000만 달러(약 438억 원) 수준에 머무르고 있어 유동성 부족과 매도 압력에 대한 경계가 커지고 있다.

 

피해 규모와 관련해 외신이 전한 ‘단일 지갑 83만 개 이상 유입’ 수치는 온체인 데이터로 확인되지만, 전체 피해액을 집계한 공식 통계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서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실제 피해 규모가 더 클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동시에 재단이 중앙 통제 방식으로 지갑 기능을 일괄 차단한 결정은 투자자 보호를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는 평가와 함께, 탈중앙화를 핵심 가치로 내세워온 블록체인 철학에 역행한다는 비판을 동시에 받고 있다.

 

전문가들은 공개형 원장에서 누구나 지갑 잔액을 확인할 수 있고, 모바일 지갑에서 몇 번의 터치만으로 결제가 승인되는 편의성이 결합되면서 악의적 행위자에게 이상적인 범죄 환경이 조성됐다고 지적한다. 이번 사례는 고액 보유자 노출, 사용자 교육 부족, 지갑 보안 설계 취약성이 맞물릴 경우 어떤 부작용이 발생하는지 보여주는 경고 신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시장 분석가들은 파이코인 가격 향방이 재단의 대응 속도와 보안 대책 수준에 달려 있다고 본다. 단기적으로는 네트워크 활성도 회복과 투자 심리 개선이 쉽지 않은 만큼, 파이코인 가격이 0.15달러(약 219원)에서 0.25달러(약 365원) 사이 박스권에 갇힐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특히 내년 1월 1억 3,400만 개에 달하는 대규모 락업 물량이 추가로 해제될 예정이어서, 수급 부담이 더해질 경우 추가적인 가격 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전망도 나온다.

 

가상자산 업계에서는 파이네트워크가 이번 위기를 계기로 결제 승인 절차를 다단계 인증으로 바꾸거나, 사회공학적 공격을 탐지하는 알림 시스템을 도입하는 등 사용자 인터페이스 차원의 보안 강화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재단이 어디까지 중앙 통제를 유지하면서도 투자자 신뢰와 탈중앙화 원칙을 조화시킬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제기된다. 국제사회와 업계의 시선이 집중되는 가운데, 파이네트워크의 후속 대책과 그 효과가 향후 가상자산 시장 전반의 보안 논의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전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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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네트워크#파이코인#사회공학적해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