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등급 비율 3.11%”…수능 영어 난이도 논란에 오승걸 평가원장 사임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영어 영역의 난이도 조절 실패 논란이 이어지는 가운데, 오승걸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이 평가 책임을 지고 물러났다. 영어가 절대평가로 운영되는 상황에서 1등급 비율이 3.11%에 그치면서 공정성과 예측 가능성에 대한 비판이 커진 영향이다.
10일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 따르면 오 원장은 2026학년도 수능 출제와 관련해 “영어 영역의 출제가 절대평가 취지에 부합하지 못해 수험생과 학부모님들께 심려를 끼쳐 드리고 입시에 혼란을 야기한 점에 대해 무거운 책임을 통감한다”며 평가원장직을 사임했다.

이번 수능 응시자는 총 49만 3896명으로, 이 중 재학생은 33만 3102명, 졸업생과 검정고시 합격자 등은 16만 794명이었다. 영역별 응시자는 국어 영역 49만 989명, 수학 영역 47만 1374명, 영어 영역 48만 7941명, 한국사 영역 49만 3896명, 사회·과학탐구 영역 47만 3911명, 직업탐구 영역 3646명, 제2외국어/한문 영역 5만 144명으로 집계됐다.
논란의 중심에 선 영어 영역은 절대평가임에도 상위 등급 비율이 크게 줄어든 점이 핵심 쟁점이다. 평가원에 따르면 1등급을 받은 인원은 전체의 3.11%인 1만 5154명에 그쳤다. 2등급은 7만 17명(14.35%), 3등급은 12만 8336명(26.30%), 4등급은 11만 9692명(24.53%), 5등급은 6만 4807명(13.28%), 6등급은 3만 9134명(8.02%), 7등급은 2만 7510명(5.64%), 8등급은 1만 7794명(3.65%), 9등급은 5497명(1.13%)으로 나타났다.
절대평가 제도는 일정 점수 이상이면 누구나 같은 등급을 받도록 설계돼 있다. 그러나 이번처럼 1등급 비율이 낮게 형성될 경우, 상대평가에 가까운 ‘변별 시험’으로 기능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교육계 일각에서는 최근 몇 년간 영어 1등급 비율이 5~10% 안팎을 오가며 등락을 반복해온 점을 들어, “수험생과 학교 현장이 난이도를 예측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오 원장의 사퇴는 수능 출제 기관의 책임 문제를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는 점에서 파장이 크다. 수능 영어는 절대평가 도입 이후 “내신·수능·정시·수시 간 부담을 조정한다”는 정책 목표 아래 운영돼 왔다. 그러나 상위권 변별력이 커질수록 정시 전형에서 영어의 영향력이 다시 확대되고, 학교 수업과 사교육 시장에도 왜곡된 신호를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교육부도 진상 파악에 나섰다. 교육부는 지난 8일 “2026학년도 수능에서 난도 조절 실패 지적을 받는 영어 영역과 관련해 그 원인과 조치·개선 사항에 대한 전반적인 조사를 시행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어 “12월 중 조사 예정이며 현재 조사 계획을 수립하는 중으로, 그 외 세부 사항 공개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수능 출제 과정에 대한 조사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교육부는 “통상 수능이 종료되면 사무 점검 등을 통해 출제, 시행 등 전반에 대한 사항을 점검해왔다”고 밝혔다. 다만 이번에는 절대평가 영역에서의 난이도 통제 실패가 도마에 오른 만큼, 출제 기준 설정과 사전 검증 절차 전반에 대한 점검이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평가원은 입장문을 통해 “이번 대학수학능력시험을 계기로 출제 전 과정에 대한 검토와 개선안을 마련하고, 향후 수능 문제가 안정적으로 출제돼 공교육 정상화에 기여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출제위원 구성, 예비 문항 검증, 표본 분석 방식 등을 손보는 방안이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수험생과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절대평가라 믿고 전략을 짰는데, 실질적으로는 고난도 시험이 됐다”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수시·정시 지원 전략에도 영향을 미치는 만큼, 향후 대학별 입시 결과를 둘러싼 혼선과 형평성 논란도 이어질 전망이다.
이번 사퇴와 조사 착수로 수능 난이도 관리 체계 전반에 대한 제도 개선 요구가 다시 커지고 있다. 교육당국과 평가원이 어떤 개선안을 내놓을지, 그리고 수험생과 학교 현장이 체감할 수 있는 예측 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을지에 교육계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