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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혈압 복합제서 타제품 혼입…안국뉴팜 회수 조치 파장

허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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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혈압 치료용 전문의약품에서 동일 회사의 다른 제품이 혼입되는 사고가 발생하면서 국내 의약품 제조·품질관리 체계 전반에 경고등이 켜졌다. 겉으로는 같은 고혈압 복합제지만 주요 성분 함량이 다른 약이 뒤섞여 유통될 경우, 환자에 따라 과소 투약 또는 과량 투약으로 이어질 수 있어 안전성 우려가 제기된다. 규제당국은 특정 제조단위를 대상으로 회수 명령을 내리고 현장점검에 나서며 제조 공정과 품질검사 과정의 허점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볼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제조 자동화 확대와 이중·삼중 검증 체계 강화 없이는 유사 사고가 반복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안국뉴팜은 12일 고혈압 복합제 레보발사정에서 타제품 혼입 가능성이 확인되면서 영업자 회수 명령을 통보받았다. 문제가 된 품목은 레보발사정 2.5·160밀리그램 제형으로, 식약처는 18일 기준 해당 제품의 특정 제조단위에 대해 회수 조치가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레보발사정은 에스암로디핀으로도 불리는 S-암로디핀베실산염과 발사르탄을 동시에 투여해, 암로디핀 또는 발사르탄 단독요법으로 혈압이 충분히 조절되지 않는 본태성 고혈압 환자에게 사용하는 전문의약품이다.

레보발사정에 혼입된 것으로 확인된 품목은 안국약품이 제조하는 또 다른 고혈압 복합제 레보살탄정 2.5·80밀리그램이다. 두 약은 모두 S-암로디핀베실산염과 발사르탄이라는 동일한 2개 주성분을 함유하지만, 발사르탄 함량에서 차이를 보인다. 레보발사정은 고용량 발사르탄 복합제, 레보살탄정은 상대적으로 저용량 발사르탄 복합제로 설계된 셈이다. 두 제품은 안국약품 화성 제1공장에서 제조돼 동일 공정 라인을 공유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공정 전환이나 포장 과정에서의 관리 미비가 원인으로 지목된다.

 

문제가 된 혼입은 약국 조제 과정에서 발견된 것으로 전해졌다. 식약처 관계자는 한 제조번호에서 서로 다른 외형의 정제가 섞여 있는 정황이 확인되면서 신고가 접수됐다고 설명했다. 현재 회수 대상은 제조번호 25002인 레보발사정 1개 제조단위 전량이다. 제조단위는 같은 공정과 동일 조건으로 생산된 일정 규모의 의약품 묶음을 의미해, 단일 제조단위라도 실제 생산·유통 수량은 상당한 수준에 이를 수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고의 기술적 핵심을 성분 혼입이 아니라 함량 혼입 문제로 본다. 두 제품이 표기상 동일한 유효성분을 포함하더라도 발사르탄 함량 차이로 인해 약효 강도와 혈압 강하 패턴이 달라질 수 있어서다. 갑자기 발사르탄 투여량이 줄어들면 고혈압 환자 일부는 목표 혈압 도달에 실패할 수 있고, 반대로 계획보다 높은 용량을 복용할 경우 만성질환자나 고령층에서 어지럼증, 급격한 혈압 저하 등 부작용 위험이 커질 수 있다. 단기 독성보다는 장기 복용 시 조절 실패와 합병증 악화 위험이 더 큰 변수로 거론된다.

 

특히 이번 사례는 기존의 유효성분 오염이나 이물질 혼입과 달리, 같은 회사가 생산하는 동일 계열 복합제 간 혼입이라는 점에서 제조·포장 설계의 허점을 드러냈다는 평가다. 일반적으로 정제 생산 과정에서는 성분 조합과 함량별로 압축·코팅 공정을 분리하거나, 포장 단계에서 바코드·비전 인식 등 자동 검증을 통해 라벨 오부착과 타제품 혼입을 차단한다. 그럼에도 혼입이 실제 유통 단계까지 이어졌다는 것은 라인 전환 시 청소·검증 기록 관리나 최종 육안검사, 자동 선별 시스템 등 다단계 장치가 충분히 작동하지 못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고혈압 치료제 시장은 국내에서 가장 큰 만성질환 의약품 시장 중 하나로, 제네릭과 복합제가 다수 경쟁하는 구조다. 특히 발사르탄과 암로디핀 계열은 보험급여가 폭넓게 적용되고 처방량이 많아, 단일 품목의 품질 문제라도 시장과 환자에게 미치는 파장이 크다. 업계는 이번 혼입 사고로 인해 의료기관과 약국 현장에서 동일 계열 복합제 전반에 대한 재검수 요구가 커질 수 있다고 본다. 제약사는 생산 일정과 재고 부담이 늘어나는 한편, 의료진과 환자 사이에서 브랜드 신뢰 회복에도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국제적으로도 의약품 혼입과 라벨링 오류는 반복적으로 문제시돼 왔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대형 제약사를 중심으로 생산 공정 자동화와 실시간 품질 모니터링 시스템을 적극 도입하고 있다. 생산 설비에 센서를 부착해 공정별 데이터를 상시 수집·분석하고, 포장 단계에서는 머신비전 기반 검사 장비로 제품 외형과 인쇄 정보를 100퍼센트 자동 판독해 사람이 놓칠 수 있는 혼입 가능성을 줄이는 방식이다. 국내 제약사들도 일부 첨단 설비를 도입하고 있지만, 공장별 설비 수준과 인력 숙련도 편차가 남아 있다는 지적이 따른다.

 

식약처는 이번 사안을 계기로 제조 및 품질관리 기준 전반을 재점검하겠다는 입장이다. 경인지방청 관계자는 회수 중인 제조단위에 대한 검사와 더불어 화성 제1공장에 대한 현장점검을 실시해 제조공정, 설비 전환 절차, 품질관리 문서 등을 확인하겠다고 밝혔다. 조사 결과에 따라 시정명령, 과태료, 제조업무정지 등 행정조치 가능성도 열어둔 상태다. 규제당국은 동시에 의료기관과 약국을 대상으로 문제 제품의 신속한 회수와 환자 안내를 요청하고, 유사 사례 신고 체계를 강화하겠다고 덧붙였다.

 

업계에서는 디지털 기반 품질관리 고도화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제조 이력과 포장 정보를 실시간으로 추적하는 전자기록 시스템을 도입하고, 공정별 사람 개입을 줄이는 자동화 비중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이다. AI 기반 이미지 분석으로 타정 혼입을 조기에 잡아내는 솔루션이나, 제조·포장 공정 전체를 디지털 트윈으로 모니터링하는 기술도 해외에서 상용화 단계를 밟고 있다. 국내 제약사들이 비용 부담을 이유로 도입을 미뤄온 설비가, 반복되는 품질 이슈로 인해 사실상 필수 인프라가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의약품 안전성은 단일 기업의 리스크를 넘어 국가 보건의료 시스템에 대한 신뢰와 직결된다. 환자가 매일 복용하는 만성질환 약에서 혼입 사고가 다시 발생한 만큼, 제조사와 규제당국 모두 공정 관리와 데이터 기반 검증 체계를 한층 더 고도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산업계는 이번 회수 조치가 현장에서의 품질관리 관행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계기가 될지, 아니면 일회성 점검으로 끝날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허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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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국뉴팜#레보발사정#레보살탄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