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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족 간 재산범죄 처벌 면제 폐지”…국회 법사위 소위, 친고죄 전환 의결

강민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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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족 간 재산범죄 처벌을 둘러싼 갈등과 헌법재판소 결정 이행을 두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맞붙었다. 헌법 불합치 결정 이후 후속 입법이 지연되면 입법 공백이 발생하는 만큼, 법사위 법안심사소위원회가 여야 합의로 형법 개정안을 처리하며 정국 부담을 덜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1소위원회는 5일 친족 간 재산범죄에 대해 처벌을 면제해 온 이른바 친족상도례 규정을 폐지하는 형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법사위는 여야 간 별다른 이견 없이 합의 처리했다.

개정안은 형법상 친족상도례 조항을 삭제하고, 친족 간 재산범죄를 고소가 있어야 공소 제기가 가능한 친고죄로 전환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개정안이 앞으로 법사위 전체회의와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시행되면 가족 간 재산범죄에 대해서도 피해자의 의사에 따른 형사 절차가 가능해진다.

 

이보다 앞서 헌법재판소는 올해 6월 친족상도례 규정에 대해 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린 바 있다. 헌법재판소는 재산권 보호와 형사절차에서의 평등 원칙에 어긋난다는 취지에서 입법 개선을 요구했다. 이에 따라 국회는 헌법재판소 결정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친족 간 범죄 규율 체계를 손질해야 한다는 압박을 받아 왔다.

 

법안소위는 이날 사이버 범죄 대응 강화를 위해 형사소송법 개정안도 처리했다. 개정안은 검사가 전자정보 보전요청을 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내용을 담았다. 이는 사이버범죄협약으로 알려진 부다페스트 협약 가입을 위해 전자증거 보전 제도 도입이 필요하다는 지적을 반영한 것이다. 수사기관이 국제 공조와 디지털 증거 확보 과정에서 보다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절차적 기반을 마련하는 조치로 해석된다.

 

한편 더불어민주당 소속 추미애 법제사법위원장이 대표 발의한 형사재판소법 개정안과 변호사법 개정안은 이날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계속 심사하기로 했다. 특히 형사재판소법 개정안 가운데 내란죄와 외환죄 사건에서 위헌법률심판 제청이 있더라도 형사재판을 정지하지 않도록 하는 내용에 대해선 위헌 소지가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내란·외환 사건은 헌정질서 수호와 직결된 만큼 신속한 재판 진행 필요성이 강조돼 왔다. 그러나 재판 중 적용 법률의 위헌 여부를 가리는 위헌법률심판 절차는 피고인의 기본권 보장을 위한 헌법상 장치라는 점에서, 재판 정지 배제를 법률로 못 박는 것은 헌법이 보장한 심판 제도의 취지를 훼손한다는 지적이 뒤따랐다.

 

법안소위가 위헌 논란이 불거진 형사재판소법 개정안과 변호사법 개정안에 대해 추가 논의를 예고하지 않고 계속 심사로 돌린 만큼, 향후 상임위원회 내 여야 간 공방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국회는 친족상도례 폐지와 전자정보 보전요청 도입이라는 두 가지 입법을 통해 형사법 체계를 손질하면서도, 내란·외환 사건 재판 정지 논란과 변호사 제도 개선 문제는 다음 회기에서도 본격 논의에 나설 계획이다.

강민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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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법제사법위원회#친족상도례#형사재판소법개정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