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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DDX 공동설계 담합 소지 있나”…방사청, 공정위에 유권해석 의뢰

송우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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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위사업청과 조선업계의 이해관계가 맞물린 한국형 차기 구축함 KDDX 사업을 둘러싸고 사업 방식 논란이 다시 부상했다. 방위사업청이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의 공동설계 방식이 공정거래법상 담합에 해당하는지 판단해 달라며 공정거래위원회에 유권해석을 요청한 것으로 확인되면서다.

 

방위사업청 관계자는 11일 "오는 22일 열리는 방위사업추진위원회에 KDDX 사업방식으로 수의계약과 경쟁입찰, 공동개발 등 3가지 안건이 상정된다"며 "공동개발이 담합인지에 대한 유권해석을 관련 기관에 최근 요청했다"고 밝혔다. 방위사업추진위원회는 국방부 장관을 위원장으로 하는 국방 사업 최고 심의 기구다.

3가지 안 중 공동설계 방식은 KDDX 상세설계를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이 함께 수행하는 방안이다. 방위사업청은 두 업체가 상세설계를 공동으로 완료한 직후 1번함과 2번함을 동시에 발주해 각각 한 척씩 건조하도록 하는 구상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주전이 장기화하는 상황에서 두 조선사의 갈등을 완화하고 일정 지연을 최소화하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이런 방식은 경쟁을 제한해 담합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동일 사업에서 주요 업체 두 곳이 사실상 역할과 물량을 나누는 구조가 되는 만큼, 공정거래법 위반 소지가 있는지에 대한 논란이 커졌고, 방위사업청이 공정거래위원회의 해석을 공식적으로 구하는 단계까지 이른 것이다.

 

KDDX 사업은 선체와 전투체계를 포함한 이지스급 체계를 모두 국내 기술로 구현하는 첫 국산 구축함 사업이다. 총 7조8천억원의 예산이 투입돼 6척이 건조될 예정이며, 차세대 해군 핵심 전력으로 꼽힌다. 예산과 전략적 중요성이 큰 만큼 사업자 선정 과정과 추진 방식은 국회와 업계, 군 안팎에서 높은 관심을 받아 왔다.

 

함정 건조 사업은 통상 개념설계, 기본설계,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 후속함 건조 순으로 진행된다. KDDX의 경우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이 각각 개념설계와 기본설계를 맡아 수행했다. 당초 계획에 따르면 2023년 12월 기본설계가 완료된 뒤 지난해부터 상세설계와 선도함 건조에 착수하는 일정이었지만, 두 업체 간 법적 분쟁과 과열 경쟁이 이어지면서 방위사업청이 사업 방식을 확정하지 못해 2년 가까운 지연이 발생했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유권해석 결과에 따라 방위사업추진위원회 논의의 무게중심도 달라질 전망이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담합 소지를 엄격히 해석할 경우 경쟁입찰 또는 수의계약 방식에 힘이 실릴 수 있고, 반대로 공동개발이 허용된다는 판단이 나오면 방위사업청이 제시한 상생안 추진 동력이 커질 수 있다.

 

국방부와 방위사업청은 우선 공정거래위원회 해석을 지켜본 뒤 22일 방위사업추진위원회에서 사업 방식을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국회 국방위원회와 조선업계, 시민사회는 KDDX 사업 지연에 따른 전력 공백과 예산 낭비 우려를 제기하고 있어, 향후 방추위 결정 과정에서도 치열한 공방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정부는 공정거래위원회 유권해석을 토대로 KDDX 사업 방식을 확정하고, 후속함 건조 일정도 재조정할 계획이다.

송우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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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위사업청#kddx#공정거래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