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한미워킹그룹 반대”…서왕진 등 범여 의원들, 대북정책 정례협의체에 제동
대북정책 조율 방식을 둘러싸고 범여권 일부 의원과 정부가 맞붙었다. 한미 외교당국 간 정례적 대북정책 공조회의 추진 소식이 알려지면서, 과거 한미 워킹그룹의 재현 아니냐는 우려가 다시 부상하고 있다.
조국혁신당 서왕진 원내대표를 비롯한 범여권 성향 의원 10명은 15일 공동성명을 내고 이르면 이번 주 출범할 것으로 알려진 한미 대북정책 정례협의체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들은 성명에서 "최근 추진되는 한미 대북정책 정례협의체는 '조율'이 아니라 한국 정부의 정책을 간섭·통제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주장했다.

의원들은 특히 한미연합군사훈련 강화와 비핵화 우선 전략 재가동 움직임을 문제 삼았다. 성명은 "일각에서 한미연합군사훈련 강화, 비핵화 우선과 같은 과거 실패한 정책들을 다시 들고나오는 상황도 매우 우려스럽다"며 "새 정부는 과거 실패한 정책을 똑같이 반복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들은 한미 워킹그룹의 전례를 거론하며 경계심을 드러냈다. 한미 워킹그룹은 2018년 한미 양국이 비핵화와 제재, 남북 협력 사업 등 대북 현안을 조율하기 위해 출범한 협의체다. 그러나 대북제재 이행 논의가 집중되면서 남북 철도연결, 개별관광 등 한국 정부의 구상에 제동을 거는 창구로 작동했다는 비판이 이어졌고, 논란 속에 2021년 6월 공식 폐지됐다.
이 같은 경험을 의식한 이들은 한국 정부의 정책 자율성 확보를 거듭 강조했다. 성명은 "정부가 진정으로 '페이스 메이커'가 되자고 한다면 한국 정부 주도의 독자적이고 자율적인 대북 정책은 필수"라며 "정부의 확실한 한반도 평화정책 수립과 실질적인 조치가 우선"이라고 명시했다. 미국과의 공조를 부정하지 않되, 정책 결정의 주도권은 한국 정부가 가져야 한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이번 성명에는 조국혁신당 서왕진 원내대표와 김준형, 차규근, 강경숙 의원, 더불어민주당 이재강 의원, 진보당 윤종오, 전종덕, 정경, 손솔 의원, 사회민주당 한창민 의원이 이름을 올렸다. 진보 성향 야당을 중심으로 한 범여 인사들이 한목소리를 낸 만큼, 향후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와 예산 심사 과정에서도 대북·대외정책을 둘러싼 공방이 거세질 가능성이 커졌다.
정치권에선 한미 정례협의체가 실제로 출범할 경우, 운영 방식과 의제 설정을 둘러싸고 논쟁이 확대될 전망이다. 국회는 한미 공조 강화 필요성과 대북정책 자율성 확보 사이에서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는 과제를 안게 됐다. 정부는 향후 정례협의체 구성 과정과 내용을 국회에 설명하고, 한반도 평화정책 방향에 대한 추가 논의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