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글로벌 억만장자 2천919명까지 늘었다”…UBS, 자산 쏠림 심화와 상속 확대로 격차 확대 전망

오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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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시각 기준 4일, 스위스(Switzerland)에 본사를 둔 글로벌 금융그룹 UBS가 2025년 억만장자 리포트를 발표하며 전 세계 초고부유층의 규모와 자산이 크게 불어났다고 밝혔다. 글로벌 증시와 자산시장 강세가 맞물리면서 부의 상층부로 자산이 집중되는 흐름이 가속화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UBS에 따르면 올해 4월 기준 전 세계에서 자산 10억 달러 이상을 보유한 억만장자는 2천919명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와 비교하면 8.8% 증가한 수치로, UBS는 “1년 새 300명에 가까운 억만장자가 새로 등장했다”고 설명했다. 같은 기간 억만장자들이 보유한 총자산은 15조8천억 달러로, 1년 전보다 13% 늘어난 것으로 분석됐다.

글로벌 억만장자 2천919명으로 8.8% 증가…총자산 15조8천억 달러
글로벌 억만장자 2천919명으로 8.8% 증가…총자산 15조8천억 달러

보고서는 이러한 급증세가 주식과 비상장 자산, 대체투자 등 글로벌 자산 전반의 가치 상승을 반영한다고 진단했다. 각국 중앙은행의 완화적 통화정책과 풍부한 유동성이 이어진 가운데, 경기 둔화 우려에도 특정 성장 산업과 기술주를 중심으로 자산 가격이 높은 수준을 유지한 점이 배경으로 꼽힌다.

 

올해 새롭게 억만장자 명단에 이름을 올린 인원은 287명으로, 팬데믹 대응 과정에서 대규모 부양책이 쏟아져 자산 가격이 급등했던 2021년 이후 최대 규모다. UBS는 “주요국이 코로나19 위기 대응을 위해 시행한 완화적 정책의 후속 효과가 일부 자산군에서 여전히 관찰된다”고 설명했다.

 

업종별로는 기술·인프라·소비 분야에서 신규 억만장자가 두드러졌다. 보고서는 미국(USA)의 생명공학 회사 콜로설 바이오사이언스를 창업한 벤 램, 인프라 투자회사 스톤피크 파트너스를 공동 설립한 마이클 도렐을 대표적인 사례로 언급했다. 두 사람 모두 성장성이 높은 분야에 일찍 진입해 투자와 기업가치 상승의 수혜를 본 인물로 평가된다.

 

중국(China) 등 아시아 시장에서도 소비·서비스 분야를 중심으로 새로운 부호가 등장했다. 중국의 버블티·아이스크림 체인 미쉐빙청을 설립한 장훙차오·장훙푸 형제는 내수 소비 열기를 발판으로 억만장자 반열에 올랐다. 가상화폐 트론(TRON)을 만든 저스틴 선 역시 디지털 자산 시장 확산의 대표적 수혜자로 보고서에 소개됐다.

 

그러나 모든 신규 억만장자가 기업 활동과 혁신의 결과로 탄생한 것은 아니다. UBS에 따르면 올해 억만장자 대열에 합류한 287명 가운데 91명은 기업 경영이 아닌 상속을 통해 자산 10억 달러를 넘겼다. 보고서는 “억만장자 집단 내에서 세대교체가 진행되면서 상속을 통한 부의 이동이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UBS는 특히 연령 구조에 주목했다. 보고서는 “억만장자들의 연령을 기준으로 한 인구통계학적 추세를 보면, 향후 수년간 상속을 통해 억만장자 계층이 계속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초고령 억만장자들이 보유한 거대 자산이 자녀·후손에게로 이전되면서, 노력보다 세습이 부의 형성에 미치는 영향이 더욱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창업과 투자로 재산을 쌓는 기업가형 부호들의 자산 규모는 사업 환경 변화에 따라 변동성이 큰 것으로 지적됐다. 보고서는 “기업가들의 향후 재산 규모는 사업 환경 변화 등에 따라 변동성이 커 예측하기 어렵다”며 “규제 정책, 기술 패러다임 전환, 지정학적 리스크에 따라 순위와 규모가 크게 바뀔 수 있다”고 진단했다.

 

UBS는 현재 글로벌 경제가 구조적 전환기 한가운데 놓여 있다고 평가했다. 보고서는 “여러 산업에서 이례적인 수준의 사업 혁신이 진행되고 있지만, 동시에 경제·정치·기술 환경 전반에서 불확실성이 고조된 시기이기도 하다”고 밝혔다. 인공지능(AI), 친환경 전환, 바이오 기술 등 신산업이 새로운 부자를 탄생시키는 동력인 동시에, 기존 자산과 비즈니스 모델을 위협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글로벌 억만장자 수와 자산이 확대되면서 부의 양극화와 조세 형평성에 대한 국제사회의 논쟁도 이어질 전망이다. 각국 정부는 초고부유층에 대한 과세 강화와 상속세 개편을 놓고 여론과 정치적 부담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는 상황이다. UBS 보고서가 지적한 상속을 통한 부의 세습 확대가 현실화할 경우, 부자 증세 논쟁이 추가로 뜨거워질 가능성이 크다.

 

전문가들은 향후 글로벌 경기 둔화와 지정학적 긴장, 금리 환경 변화 등이 억만장자들의 자산 구조와 투자 전략에 상당한 영향을 줄 것으로 보고 있다. 동시에 기술 혁신의 수혜를 받는 새로운 기업가형 부호의 등장과, 대규모 상속을 통한 부의 세습이 병행되면서 초고부유층 지형이 더 복잡해질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국제사회는 이번 UBS 보고서가 제시한 부의 집중 추세가 세계 경제와 사회적 불평등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오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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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bs#글로벌억만장자#벤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