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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성비 앞세운 노바 2”…AWS, 기업형 AI 반격 카드로 승부수

김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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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성형 인공지능 경쟁이 가성비와 기업 맞춤형 모델로 옮겨가고 있다. 아마존웹서비스 AWS가 차세대 모델 노바 2 시리즈를 공개하며, 대형 언어모델의 성능 싸움에서 비용 대비 효율과 커스터마이징 능력을 전면에 내세웠다. 그동안 GPT, 제미나이 중심으로 짜인 클라우드 AI 구도에 변곡점이 될지 업계의 관심이 쏠린다. 특히 자체 프런티어 모델을 원하는 기업 수요를 겨냥한 노바 포지 서비스가 AI 인프라 주도권 경쟁의 새 변수로 부상하는 분위기다.

 

AWS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연례 행사 리인벤트에서 경량 실용형 모델 노바 2 라이트와 고성능 추론 모델 노바 2 프로를 포함한 노바 2 제품군을 공개했다. 동시에 기업 맞춤형 모델 구축 서비스 노바 포지, 브라우저 기반 업무 자동화 에이전트인 노바 액트, 실시간 음성형 모델 노바 2 소닉, 통합 멀티모달 모델 노바 2 옴니도 발표하며 생성형 AI 포트폴리오를 대거 확장했다.

노바 2 라이트는 텍스트, 이미지, 동영상을 입력 받아 텍스트를 생성하는 경량 추론 모델이다. 고객 상담 챗봇, 문서 처리, 일상 업무 자동화 등 기업의 반복적·정형적 업무에 초점을 맞췄다. AWS는 같은 지능 등급에서 경쟁 모델보다 우수한 가격 대비 성능을 제공한다고 강조했다. 공개된 벤치마크에 따르면 노바 2 라이트는 클로드 하이쿠 4.5와 비교해 15개 지표 중 13개에서 동등하거나 더 우수했고, GPT 5 미니 대비 17개 중 11개, 제미나이 2.5 플래시 대비 18개 중 14개에서 동급 이상 성능을 보인 것으로 소개됐다. 즉, 비용 효율을 유지하면서도 상위권 모델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지능 수준을 확보했다는 의미다.

 

노바 2 프로는 텍스트, 이미지, 동영상, 음성을 모두 다루는 고성능 추론 모델로, 복잡한 문제 해결과 고난도 작업을 겨냥했다. 에이전트 기반 코딩, 대규모 프로젝트의 장기 계획 수립, 정교한 분석 등 정확도가 핵심인 업무를 주 타깃으로 한다. AWS는 벤치마크에서 노바 2 프로가 클로드 소넷 4.5 대비 16개 지표 중 10개, GPT 5.1 대비 16개 중 8개, 제미나이 2.5 프로 대비 19개 중 15개에서 동등하거나 더 우수한 성능을 냈다고 설명했다. 제미나이 3 프로 프리뷰와 비교해서도 18개 지표 중 8개에서 우위를 보였다고 덧붙였다. 글로벌 최고 수준 모델들과 직접 비교를 공개한 것은 성능 자신감과 함께 엔터프라이즈 시장 공략 의지를 드러낸 행보로 해석된다.

 

AWS는 실시간 상호작용 영역을 겨냥한 신형 모델도 선보였다. 노바 2 소닉은 사람처럼 자연스러운 음성 대화를 목표로 설계된 음성 특화 모델로, 콜센터 자동화, 음성 기반 비서, 실시간 협업 도구 등으로 확장이 예상된다. 노바 2 옴니는 텍스트, 이미지, 동영상, 음성 입력을 함께 처리하면서 텍스트와 이미지를 동시에 생성할 수 있는 통합 멀티모달 모델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고객 지원, 마케팅 콘텐츠 제작, 동영상 분석과 요약 등 다양한 시나리오를 하나의 모델로 통합 운용할 수 있다는 점이 강점으로 꼽힌다.

 

이번 발표의 핵심은 단순 모델 라인업 확장을 넘어, 기업 전용 프런티어 AI 모델을 손쉽게 만들 수 있는 노바 포지다. 그동안 많은 기업이 공개 대형 언어모델을 조금 수정해 쓰면 자사 전문성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고, 반대로 자사 데이터로 과도하게 재학습시키면 기존 모델의 일반적 능력이 떨어지는 문제를 겪어왔다. 처음부터 자체 모델을 구축하자니 비용과 인력이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어서, 고성능 범용 모델에 자사 지식과 도메인 노하우를 깊게 녹여내는 방식을 찾는 수요가 커져 왔다.

 

노바 포지는 이런 요구를 겨냥해 오픈 트레이닝이라는 방식을 전면에 내세웠다. 오픈 트레이닝은 모델 학습의 전 과정, 즉 학습 전 단계, 학습 중, 학습 후 단계에 기업이 직접 관여할 수 있도록 설계된 트레이닝 프레임워크를 말한다. 기업은 AWS가 준비한 학습 데이터와 자사 데이터를 함께 활용해, 모델이 어떤 지식과 패턴에 더 집중할지 조정하면서 학습을 진행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노바 모델이 가진 기본 지능을 유지하면서도 각 기업 특유의 비즈니스 문맥을 깊이 이해하는 맞춤 모델, 이른바 노벨라를 구축하도록 한 구조다.

 

AWS는 노바 포지 이용 기업이 현재 노바 2 라이트 기반으로 자체 노벨라를 만들 수 있다고 밝혔다. 동시에 노바 포지를 통해 더 강력한 노바 2 프로와 노바 2 옴니에도 우선적으로 접근할 수 있게 해 경쟁사보다 빠르게 고성능 애플리케이션을 구축하도록 지원한다는 전략을 내놨다. 하이엔드 모델과 커스텀 모델을 묶은 이 구조는 클라우드 사용량과 장기 락인 효과를 노리는 AWS 특유의 비즈니스 모델 강화로도 읽힌다.

 

기업용 업무 자동화 수요를 겨냥한 노바 액트도 주목된다. 노바 액트는 웹 브라우저 환경에서 사람 대신 업무를 수행하는 AI 에이전트를 만들고 배포하는 서비스다. 예약, 주문, 정보 조회, 내부 시스템 연동 등 브라우저에서 이뤄지는 반복 업무를 자동화하는 용도다. AWS는 다양한 웹 환경에서 수많은 작업을 반복 학습시키는 방식으로 노바 2 라이트를 훈련해, 실제 고객 테스트에서 약 90퍼센트 수준의 정확도로 업무를 처리했다고 밝혔다. 성능 평가에서도 경쟁 서비스보다 우수한 결과를 얻었다고 강조했다. 이는 단순 챗봇을 넘어 실제 브라우저 상의 행동을 수행하는 에이전트형 AI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시장 관점에서 보면 AWS의 전략은 세 갈래로 요약된다. 첫째, 노바 2 라이트로 비용 민감한 기업 시장을 공략해 가성비 우위를 확보한다는 점이다. 대량의 고객 응대, 서류 처리, 내부 운영 업무 등에 적용할 경우, 모델 가격과 추론 효율이 곧 총소유비용으로 직결되기 때문에, 동급 지능에서 더 저렴한 모델은 강력한 무기가 될 수 있다. 둘째, 노바 2 프로와 노바 2 옴니로 고부가가치 AI 서비스 시장을 노린다. 금융, 제조, 헬스케어 등에서 복잡한 의사결정을 자동화하려는 시도가 늘고 있어, 멀티모달과 고난도 추론 능력을 갖춘 모델의 수요가 커지고 있다. 셋째, 노바 포지와 노바 액트 같은 서비스형 플랫폼을 통해 AWS 클라우드에 대한 종속도를 높이고, 마이크로소프트와 구글이 선점한 엔터프라이즈 AI 생태계와 정면 승부하겠다는 전략이다.

 

글로벌 경쟁 구도에서 보면 이번 발표는 프런티어 모델 경쟁의 판을 바꾸기보다는, AWS의 클라우드 강점을 활용해 실사용, 특히 기업 도입 장벽을 낮추는 방향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오픈AI와 연합해 GPT 계열 모델을 애저 중심으로 공급하고 있고, 구글은 제미나이 모델을 자사 클라우드와 워크스페이스에 깊게 통합해 생태계를 확대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AWS는 자체 노바 모델과 함께 쿠데타, 람다 등 제3의 AI 기업 모델도 함께 제공해 멀티모델 전략을 강조해 왔다. 이번에는 한 발 더 나아가, 프런티어 모델을 사실상 기업 전용 모델로 변환하는 제조 플랫폼을 내놓았다는 점에서 차별화 포인트가 생겼다는 평가가 나온다.

 

규제와 거버넌스 측면에서 보면, 오픈 트레이닝 구조는 데이터 주권과 책임 소재 논의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기업 데이터가 대형 언어모델 학습에 어떻게 사용되고, 결과 모델의 지식이 어느 정도까지 공유되거나 재사용되는지에 따라 법적 이슈가 발생할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특히 유럽연합의 AI법과 각국 개인정보 보호 규제가 강화되는 흐름 속에서, 클라우드 사업자가 기업 전용 모델을 학습시키는 과정에서 투명성과 통제권을 얼마나 보장하느냐가 향후 시장 경쟁력의 변수로 떠오를 수 있다. AWS가 오픈 트레이닝이라는 용어를 내세운 것도 이런 규제 환경에서 기업이 통제력을 체감하게 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전문가들은 노바 2 시리즈와 노바 포지가 단기간에 GPT 계열 모델의 인지도를 대체하기는 어렵더라도, 비용 효율과 맞춤형 기능을 앞세워 기존 AWS 고객사의 AI 전환을 가속하는 촉매가 될 수 있다고 본다. 특히 이미 AWS 인프라를 사용 중인 글로벌 기업들이 추가 도입 검토에 나설 경우, 클라우드 선택과 AI 플랫폼 선택이 동시에 이뤄지는 구조가 강화될 가능성이 크다. 산업계는 이번 노바 2 전략이 실제로 기업 현장의 업무 자동화와 서비스 혁신으로 이어져 클라우드 AI 판도를 얼마나 뒤흔들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김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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