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정치 개입한 종교단체, 해산 검토하라"…이재명, 국무회의서 강경 메시지

정하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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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의 정치 개입을 둘러싼 갈등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이재명 대통령이 종교단체의 위법 행위에 대해 법인 해산까지 거론하면서, 통일교 관련 특검 수사와 맞물려 정치권 파장이 커지고 있다. 대통령실은 즉각 "특정 종교를 언급한 것은 아니다"라고 진화에 나섰다.

 

이재명 대통령은 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며 "개인도 범죄를 저지르고 반사회적 행위를 하면 제재가 있는데, 사단법인이든 재단법인이든 법인격체도 헌법과 법률에 위반되는 지탄받을 행위를 하면 해산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조원철 법제처장을 향해 "정치 개입하고 불법 자금으로 이상한 짓을 하는 종교단체 해산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는데, 해봤느냐"고 물으며 종교단체의 정치 개입 문제를 다시 꺼냈다. 그는 종교단체가 위법 행위를 지속할 경우 법적 책임을 물어 법인격을 박탈할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는 취지로 발언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보다 앞선 2일 국무회의에서도 이 대통령은 "정교분리 원칙을 어기고 종교재단이 조직적·체계적으로 정치에 개입한 사례가 있다"며 "일본에서는 이와 유사한 사례에 대해 종교재단 해산 명령을 했다는 것 같다. 이에 대해서도 한번 검토해 달라"고 주문한 바 있다. 당시 발언은 통일교가 윤석열 정부와 정교 유착을 꾀했다는 의혹을 두고 특검 수사가 진행 중인 상황을 염두에 둔 메시지라는 분석이 뒤따랐다.

 

이날 국무회의에서 조원철 법제처장은 이 대통령의 질의에 대해 해산 가능 요건을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조 처장은 "헌법 문제라기보다는 민법 38조의 적용 문제로, 종교단체가 조직적으로 굉장히 심한 정도의 위법행위를 지속했을 때 해산이 가능하다"고 답했다. 이어 "(위반) 실태가 그에 부합하는지가 확인돼야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민법 38조는 법인이 목적 이외의 사업을 하거나 설립 허가 조건을 위반할 때, 또는 기타 공익을 해하는 행위를 할 때 주무 관청이 법인 허가를 취소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대통령의 지시는 이 조항을 종교단체에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지 검토하라는 요구로 연결된 셈이다.

 

이 대통령은 해산 절차와 효과를 놓고도 조 처장과 문답을 이어갔다. 그는 "소관 부처가 해산명령을 하면 해산 효과가 발생하고 정당한지 아닌지 소송하면 취소 효과도 발생한다는 것이냐"라고 물으며 일본의 해산 청구 제도와 비교했다. 또 "일본은 법원에 해산을 청구하게 돼 있는 모양인데, 우리는 주무 관청이 결정하는군요"라고 말해 제도 차이에 관심을 보였다.

 

해산 이후 재산 귀속 문제도 논의됐다. 이 대통령이 "해산되면 해당 단체의 재산은 정부에 귀속될 테고"라고 언급하자, 조 처장은 "해당 단체 정관에 정해진 바가 없으면 국가에 귀속된다"고 설명했다. 종교재단에 대한 강력한 제재가 이뤄질 경우 상당한 규모의 재산 이전이 동반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 대목이다.

 

이 대통령은 종교단체 설립 허가 취소 권한을 가진 주무 관청이 어디인지도 물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담당 부처라는 보고를 받은 뒤 "나중에 관련 내용을 다시 추가로 확인하겠다"고 말했다. 조 처장은 "상세히 보고하겠다"고 답해, 대통령실과 관계 부처 차원의 후속 검토가 이어질 가능성을 내비쳤다.

 

다만 대통령 발언이 특정 종교단체를 겨냥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확산되자, 대통령실은 선을 그었다. 강유정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이 대통령 발언의 배경을 묻는 질문에 "특정 종교를 언급한 건 아니었다"고 말했다. 그는 "대통령이 앞서 헌법 20조에 정교분리 조항이 있는데 종교가 정치에 과도하게 개입할 경우 어떤 조치가 가능한지 알아봐 달라고 했고, 그에 대한 확인 과정에서 민법 38조에 의해 주무 관청이 허가를 취소할 수 있다고 확인하는 과정이었다"고 설명했다.

 

강 대변인은 이어 "특정 종교단체에 대해 지시한 사항은 아니라고 볼 수 있다"고 부연하며, 통일교를 직접 겨냥했다는 해석을 경계했다. 그러나 통일교와 윤석열 정부 간 정교 유착 의혹을 다루는 특검 수사가 진행 중인 만큼, 정치권과 종교계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 발언의 파장을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이날 국무회의에서 이 대통령과 법제처, 문화체육관광부는 헌법 20조 정교분리 원칙과 민법 38조의 적용 가능성을 짚으며 제도적 대응 방안을 가늠했다. 정치권은 종교단체의 정치 개입과 법인 해산 문제를 두고 향후 국회 차원의 논의와 입법 검토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국회는 정교분리 원칙을 둘러싼 사회적 논쟁과 특검 수사 상황을 지켜보며 다음 회기에서 관련 제도 개선 논의에 본격 착수할 계획이다.

정하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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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조원철#강유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