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 냄새 나는 골목, 별빛 쏟아지는 미디어아트”…가을 나주에서 만나는 미식과 예술
요즘은 여행의 목적이 달라지고 있다. 멀리 떠나는 것보다, 내가 좋아하는 맛과 풍경, 특별한 감성을 찾아가는 사람이 많아졌다. 기능적인 관광지보다 도시의 분위기와 작은 가게, 잠시 멈춰 걸을 수 있는 나만의 공간이 소중해진다. 나주에서 만나는 가을은 그런 취향의 여행자들에게 마음 깊은 여운을 남긴다.
걷는 내내 고소한 빵 냄새가 나는 골목, 정성스레 구운 음식이 기다리는 행운분식은 그야말로 나주의 소박한 일상이다. 손으로 반죽한 빵과 매일 한정 수량만 나오는 메뉴는 오후가 되면 동네 주민과 여행자를 가리지 않고 긴 줄을 만든다. “빵 먹으러 일부러 다시 오는 길이에요”라고 고백한 한 시민의 말엔 작은 행복에 대한 진심이 담겼다.

카페 마당은 맑은 남평 하늘 아래 자리한다. 통유리 너머로 보이는 잔디와 폭포, 정갈하게 세팅된 브런치 테이블, 한가로이 노는 아이들. 이곳에서는 빠르게 흐르는 일상과 잠시 거리를 둔다. 부모님을 모시고 드라이브를 왔다는 한 방문객은 “이런 곳에서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면 하루가 온전히 휴식이 된다”고 표현했다.
이런 변화는 숫자와 데이터에도 반영된다. 전라남도 도시관광지 방문자 수가 증가세를 보이고 있으며, 최근엔 자연친화 힐링 여행을 선호하는 30~50대의 비중이 높아진 상황이다. 특히 지역 미식 경험과 문화예술 체험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코스를 선호하는 경향이 두드러진다.
나주 호수 가까이, 우주드림은 환상적인 미디어아트로 눈길을 끈다. 빛과 사운드가 어우러진 공간에서 사람들은 현실과 환상 중간쯤에 머문다. 영상을 따라 움직이다 보면 “이곳에서야말로 진짜 여행자가 된 것 같다”고 느끼게 된다. SNS에는 우주드림의 별빛, 나주호의 물안개, 행운분식 앞에서 찍은 사진이 매일같이 오르내린다.
금성산호랭이는 또 다른 미식의 세계를 보여준다. 모던한 인테리어, 신선하고 독창적인 양식 메뉴, 사이사이 풍기는 우드 향이 편안하게 감싸준다. 친구와 연인, 혼자 찾아온 이들도 모두 한결같이 “이곳에서의 식사는 일상이 아닌 작은 이벤트”라고 적었다.
전문가는 “지역 내 미식과 예술 공간의 발견은 단순한 여행을 넘어 일상을 새롭게 재구성하는 중요한 트렌드”라고 설명했다. 그러다 보니 이제 여행은 목적지보다, ‘내가 쉬고 싶은 곳’이 주인공이 됐다.
댓글 반응도 흥미롭다. “굳이 유명 관광지가 아니어도, 이런 곳이면 하루가 오롯이 특별해진다”, “도시의 골목에서 맛과 쉼을 찾는 여행이 더 좋아졌다”라는 공감이 이어진다.
가을 나주는 그저 스쳐가는 도시가 아니다. 작고 다정한 공간, 어딘가에서 구워지는 음식 냄새, 자연 속 사색, 예술로 떠나는 환상적인 밤길은 삶의 속도를 살짝 느리게 바꿔준다.
작고 사소한 선택이지만, 우리 삶의 방향은 그 안에서 조금씩 바뀌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