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DV전략 수장 교체”…현대차그룹, 자율주행 성과 부담→미래 모빌리티 재정비
현대차그룹의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 전략을 지휘하던 송창현 첨단차플랫폼 본부장 겸 포티투닷 대표가 전격 사의를 표했다. 업계에 따르면 송창현 사장은 3일 포티투닷 임직원에게 보낸 내부 메시지에서 정의선 회장과의 면담을 통해 현대차그룹 첨단차플랫폼 본부장과 포티투닷 대표직을 내려놓기로 했다고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9년 포티투닷 설립, 2022년 현대차그룹 인수, 2024년 본부장 체제로 이어진 SDV 전환 구도가 3년여 만에 조정 국면에 들어갔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송창현 사장은 메시지에서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수십조 단위의 투자 속에서도 연이어 시행착오를 겪어온 SDV와 자율주행 기술의 난제를 강조하며, 자동차의 미래를 인공지능 디바이스로 재정의하려 한 시도가 구조적으로 험난했다고 회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거대한 하드웨어 중심 산업에 소프트웨어 DNA를 이식하려는 과정이 수많은 보이지 않는 장벽과 마주하는 연속이었으며, 첨단차플랫폼 본부장 겸직 체제에서 SDV 대전환을 추진하는 동안 포티투닷 조직의 열정이 유일한 버팀목이었다고 언급해, 내부적으로도 부담이 상당했음을 시사했다.

송창현 사장은 2015년 네이버 초대 최고기술책임자를 역임한 뒤 2019년 포티투닷을 창업하며 자율주행 모빌리티 플랫폼 기업으로 방향을 잡았다. 2022년 포티투닷이 현대차그룹에 편입된 이후에는 SDV 사업부를 거쳐 2024년 초부터 첨단차플랫폼 본부를 이끌며 그룹의 소프트웨어·자율주행 전략의 전면에 섰다. 현대차그룹은 포티투닷과 AVP 본부를 통해 센서 융합, 고정밀지도, 차량용 운영체제, 클라우드 기반 소프트웨어 배포 등 SDV 인프라 구축에 대규모 투자를 이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글로벌 자율주행 경쟁 구도 속에서 성과 체감이 제한적이었다는 평가가 업계에서 제기돼 왔다. 미국 테슬라는 감독형 FSD를 국내 시장에 도입하며 소프트웨어 기능을 유료 서비스로 수익화하는 모델을 선제적으로 확립했고, 메르세데스-벤츠와 BMW, 혼다는 레벨3 조건부 자율주행 기능을 양산차에 적용하며 규제 대응과 기술 상용화에서 한발 앞선 행보를 보여 왔다. 반면 현대차그룹은 고속도로 주행 보조 등 레벨2 기반 기능 고도화에 집중하는 동안, 레벨3 상용화와 서비스 생태계 구축에서는 가시적인 차별화 지표를 제시하지 못했다는 분석이 시장 전문가들 사이에서 제기돼 왔다.
업계 관계자들은 송창현 사의에 대해 현대차그룹이 자율주행 및 SDV에서 기대 수준의 성과를 이루지 못한 상황에 대한 책임과 전략 조정 의지가 복합적으로 반영됐다고 보고 있다. 특히 소프트웨어 중심 구조 개편이 그룹 차원의 제조·조달·품질 체계와 유기적으로 맞물리지 못하면, 대규모 투자에도 불구하고 서비스 상용화와 수익 모델 창출로 이어지기 어렵다는 냉정한 진단이 배경에 깔려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현대차그룹은 이르면 4일부터 다음 주까지 예정된 사장단 인사를 기점으로 미래 모빌리티 전략을 재정비할 것으로 전망된다. 자율주행, 커넥티드, 전동화가 삼각 축을 이루는 글로벌 경쟁 환경에서, 소프트웨어 조직의 리더십과 책임 구조, 외부 기술 파트너십의 재구성이 동반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한 자동차 산업 연구기관 관계자는 SDV 전환은 단기 성과로 재단하기 어려운 장기 과제이지만, 투자 회수와 시장 신뢰를 위해서라도 성능 지표와 출시 일정, 서비스 모델을 보다 명료하게 제시하는 두 번째 단계의 전략이 요구된다고 평가했다.
향후 현대차그룹이 첨단차플랫폼 본부와 포티투닷의 역할을 어떻게 재설계할지에 따라 국내 모빌리티 스타트업 생태계에도 적잖은 파급이 예상된다. 스타트업 인수 후 그룹 내 흡수·통합 방식을 유지할지, 개방형 협력과 외부 생태계와의 연계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선회할지에 따라 기술 인재 유입과 국내 자율주행 기술의 성장 경로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현대차그룹이 소프트웨어 중심 전략의 두 번째 막에서 어떤 리더십과 구조를 선택할지, 글로벌 SDV 경쟁의 향배를 가늠할 시금석으로 시장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