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심 사로잡은 타율 0.387”…전민재, 롯데에서 새 역사→MVP는 아쉬운 불발
용기를 심는 순간은 뜻밖의 고비에서 찾아온다. 전민재의 이름 앞에 붙는 ‘백업’이라는 수식어는 이제 무색하게 느껴진다. 두산을 떠나 롯데 자이언츠로 유니폼을 갈아입었던 내야수는, 새로운 팀에서 30경기 타율 0.387의 빛나는 기록으로 도약의 계단을 올랐다. 어느 해보다 간절했던 봄이었다.
한국야구위원회가 발표한 3~4월 월간 MVP 타이틀은 한화 이글스 외국인 투수 폰세에게 돌아갔다. 폰세가 기자단과 팬 투표에서 41.97점을 합산한 반면, 전민재는 팬 투표에서만 무려 11만 6390표로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음에도 총점 21.55점에 머물렀다. 결과는 아쉬움이 남았지만, 롯데 팬들의 시선은 오롯이 전민재에게 쏠렸다.

주전 내야수들의 부상과 슬럼프, 공백을 틈타 얻은 기회를 전민재는 스스로 증명해냈다. 3~4월 동안 그는 KBO리그 타자들 사이에서 선두권을 다투며, 공격뿐만 아니라 내·외야에서의 유연한 움직임과 판단력으로 팀에 활력을 더했다. 지난 29일 갑작스러운 머리 부상으로 잠시 이탈하기 전까지, 삼성 김성윤과 타율 1위 경쟁도 치열했다.
하지만 전민재의 진정한 가치는 기록 너머, 팬 투표 1위라는 숫자에도 드러난다. 롯데 구단이 떠안은 젊은 재능은 그라운드 안팎에서 리더십과 책임감까지 보여주며 시즌 초반 팀을 견인했다. 백업 생활이 길었던 두산 시절을 지나, 이제 ‘팬이 마음으로 뽑은 최고의 선수’라는 존재감을 각인시켰다.
사구 부상으로 잠시 멈췄던 걸음도 곧 다시 힘차게 내딛는다. 병원 진단에서 특이 소견 없이 이상 없음 판정을 받은 전민재는, 즉시 퓨처스팀에 합류해 기술 훈련을 시작했다. 경기 감각을 회복하는 대로 1군 복귀가 점쳐지면서, 롯데의 봄을 한층 뜨겁게 달굴 전망이다.
경기장의 흙 냄새, 그라운드 위를 채우는 침묵과 환호, 그리고 문득 찾아오는 기회. 그 순간마다 전민재는 어제보다 더 멀리, 더 높이 도약하고 있다. 롯데 팬들의 박수는 계절이 바뀐 뒤에도 계속될 듯하다. 전민재의 새 기록과 팀 승리의 서사는 앞으로도 뜨거운 응원 속에서 펼쳐질 전망이며, 롯데의 변화를 지켜보는 시간은 조용한 기대와 여운을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