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0.5% 약보합 마감권…FOMC 경계 속 외국인 매도에 코스닥과 온도차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 FOMC 회의를 앞두고 국내 증시가 온도차를 보이고 있다. 9일 코스피는 외국인 매도 공세 속에 약보합권에 머물고 있는 반면, 코스닥은 개인 매수세에 힘입어 930선을 회복하며 상대적 강세를 나타내고 있다. 투자심리가 위축된 가운데 대형 반도체주는 부진하지만, 일부 방산주와 2차전지, 바이오 종목 위주로 선택적 매수 움직임도 관찰된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9일 오전 11시 4분 기준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21.66포인트, 0.52퍼센트 내린 4,133.19를 기록 중이다. 지수는 장 초반 전장 대비 25.08포인트 하락한 4,129.77에서 출발한 뒤 한때 4,124.84까지 밀렸다가 낙폭을 다소 줄였지만, 여전히 하락 흐름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이다.

수급 측면에선 외국인 매도세가 지수를 짓누르고 있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은 같은 시각 1,570억 원어치를 순매도 중이다. 반대로 개인과 기관은 각각 822억 원, 548억 원 규모로 순매수에 나서며 방어에 나서는 모양새다. 파생상품 시장에서도 외국인 매도 기조는 이어지고 있다. 코스피200 선물시장에서 외국인은 1,726억 원 규모의 순매도를 기록하며 현물과 선물 양쪽에서 수급 부담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해외 증시 분위기도 우호적이지 않았다. 8일 미국 동부시간 기준 뉴욕증권거래소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215.67포인트, 0.45퍼센트 떨어진 47,739.32에 마감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 S앤P 500 지수는 23.89포인트, 0.35퍼센트 내린 6,846.51, 나스닥종합지수는 32.22포인트, 0.14퍼센트 하락한 23,545.90에 장을 마쳤다. 미국 주요 지수 조정이 국내 증시 투자심리에도 부담을 주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미국 정보기술 IT 업종에서는 개별 종목 호재가 부각됐다. 엔비디아는 미국 정부가 인공지능 AI 칩 H200의 대중국 수출을 허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소식에 1.72퍼센트 상승 마감했다. 장 마감 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H200의 대중 수출 허용을 공식 발표하면서 향후 관련 종목에 대한 기대감이 다시 형성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그럼에도 국내 반도체 대형주는 이날 힘을 받지 못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전 거래일보다 1.00퍼센트 내린 10만 8,400원에 거래되고 있고, SK하이닉스는 1.73퍼센트 떨어진 56만 7,000원에 머물고 있다. 글로벌 AI 투자 모멘텀이 이어지는 가운데서도 단기 급등 부담과 FOMC를 앞둔 관망 심리가 겹치며 차익 실현 물량이 우세한 셈이다.
SK하이닉스는 가격 과열 논란이 재차 불거지면서 다시 투자주의 종목으로 묶였다. 한국거래소는 SK하이닉스가 8일 종가 기준으로 1년 전보다 200퍼센트 이상 상승했고, 최근 15일 동안 시세에 영향을 미친 매수 관여율 상위 10개 계좌의 관여율이 기준치를 넘긴 날이 4거래일 이상 발생하는 등 요건을 충족했다고 밝혔다. 한 달 만에 또다시 투자주의, 투자경고 지정 예고 단계에 오른 만큼 단기 변동성 확대 가능성도 지적된다.
시가총액 상위주 전반에서는 업종별로 희비가 엇갈린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0.68퍼센트 오르고 있고, HD현대중공업과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각각 6.81퍼센트, 2.13퍼센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두산에너빌리티도 0.20퍼센트 강세를 나타내며 방산과 중공업, 에너지 관련주에 매수세가 유입되는 분위기다. 반면 2차전지 대형주인 LG에너지솔루션은 1.88퍼센트 내리고 있으며, 현대차는 3.72퍼센트 떨어지며 자동차 대표주의 약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업종별 지수로 보면 방산·중공업·제약 관련 업종이 상대적 강세를 보이는 가운데, 제약은 0.41퍼센트, 기계·장비는 0.50퍼센트, 금속은 0.42퍼센트씩 상승하고 있다. 반면 전기·전자 업종은 1.29퍼센트 떨어졌고, 전기·가스업은 2.02퍼센트, 증권업은 1.37퍼센트 하락하며 약세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국내 증시를 견인해온 반도체와 금융, 공공요금 관련주가 동반 조정을 받으면서 지수 전반을 압박하는 형국이다.
같은 시각 코스닥 시장은 상반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코스닥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2.40포인트, 0.26퍼센트 오른 930.19를 기록하며 강보합권에 들어섰다. 장 초반 전장 대비 0.86포인트, 0.09퍼센트 낮은 926.93에서 출발했지만 이내 상승세로 전환해 이틀 만에 장중 930선을 다시 회복했다.
코스닥 수급에서는 개인 투자자가 뚜렷하게 매수 우위를 보이고 있다. 개인은 1,449억 원을 순매수하며 지수 상승을 주도하고 있고,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954억 원, 295억 원을 순매도하고 있다. 대형 성장주가 밀리는 코스피와 달리 중소형 성장주 비중이 큰 코스닥에서는 개인 수급이 방어막 역할을 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코스닥 시가총액 상위주 가운데서는 종목별 차별화가 뚜렷하다. 전날 코스피 이전 상장을 결정한 알테오젠은 장중 한때 상승분을 반납하고 0.11퍼센트 하락 전환했다. 2차전지 대표주 에코프로 역시 개장 직후 강세를 보였으나 이후 매물 출회로 0.26퍼센트 내림세로 돌아섰다. 반면 에코프로비엠은 5.71퍼센트 급등하며 뚜렷한 강세를 기록하고 있고, 로봇 관련주 레인보우로보틱스는 2.24퍼센트, 바이오 종목 리가켐바이오는 0.27퍼센트 오르는 등 성장주 내에서도 옥석 가리기가 진행되는 모습이다.
이날 코스닥 시장에는 영국 기업이 처음으로 상장했다. 유전체 분석 관련 업체 테라뷰는 상장 첫날 공모가 8,000원을 크게 웃돌며 1만 3,870원에 거래되고 있다. 공모가 대비 상승률은 73.38퍼센트로 집계돼, 글로벌 바이오·헬스케어 섹터에 대한 국내 개인 투자자의 높은 관심을 반영한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시장 참여자들은 이번 주 예정된 미국 FOMC 회의를 앞두고 글로벌 위험자산 선호가 위축되면서 코스피가 외국인 매도 압력을 크게 받는 반면, 코스닥은 개인 투자자 수급에 기반해 상대적으로 방어력을 보여주고 있는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FOMC 결과와 향후 통화정책 방향이 외국인 자금 흐름과 성장주 밸류에이션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당분간 국내 증시는 미국 금리 경로와 달러 강세, 국내 기업 실적 변수에 따라 변동성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도 나온다.
시장에서는 다음 주 발표될 FOMC 결과와 향후 미국 금리 인하 시점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