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중 190만원 돌파”…고려아연, 美 10조원 제련소 기대에 52주 신고가 도전
미국 정부의 직접 투자 참여가 유력한 대규모 전략 광물 제련소 건설 소식에 15일 고려아연 주가가 장중 한때 27% 넘게 뛰며 190만원 선을 돌파했다. 글로벌 공급망 재편의 핵심 수혜주라는 기대가 경영권 분쟁과 자금 운용 논란을 압도하며 52주 신고가 경신을 노리는 흐름이다. 단기 급등에 따른 변동성 확대 속에서 향후 미국 투자 확정 여부와 실적 개선 속도가 주가 향방을 가를 변수가 되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15일 장중 기준 고려아연은 전 거래일보다 10.54% 오른 167만8000원을 기록 중이다. 시초가는 191만원으로 출발해 장중 191만4000원까지 치솟으며 상장 이래 최고가를 새로 썼다가, 차익 실현 매물이 나오며 160만원대 후반에서 매수·매도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최근 1주일간 150만원대 박스권에 머물던 주가가 하루 만에 직전 고점을 잇달아 돌파하면서 거래량도 전일 대비 크게 늘어 투자자 관심이 집중된 모습이다.
![고려아연[010130] 최근 1주일 주가 추이 (출처: 네이버증권)](https://mdaily.cdn.presscon.ai/prod/129/images/20251215/1765771353566_982327619.jpg)
이번 급등의 직접적인 촉매는 미국 남동부에 추진 중인 약 10조원 규모 전략 광물 제련소 프로젝트다. 시장에서는 미국 정부가 인플레이션 감축법 등 자국 산업 정책의 연장선에서 이 사업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하며, 고려아연을 핵심 공급망 파트너로 삼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세계 1위 수준의 비철금속 제련 기술을 보유한 고려아연이 중국 자원 의존도를 줄이려는 미국의 광물 동맹 전략과 맞물리면서, 한미 경제안보 협력의 상징적 수혜 기업으로 부각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특히 미국 국방부와 록히드마틴 등 주요 방산 기업이 약 2조원 규모로 해당 프로젝트에 지분 투자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면서 기대감은 한층 커졌다. 단순한 상업용 공장이 아니라 방산과 전략 광물 공급망을 포괄하는 국가 안보 인프라 성격의 투자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장기적인 수주와 안정적인 수익 창출 기반을 확보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수급 측면에서는 투자 주체 간 힘겨루기가 두드러진다. 매수 상위 창구에는 키움증권, 신한투자증권 등 국내 증권사가 자리해 개인과 국내 기관의 적극적인 매수세를 보여주는 반면, 매도 상위 창구에는 모건스탠리 등 외국계가 포진해 차익 실현에 나서는 양상이다. 외국인 보유 비중이 약 11.4% 수준에서 큰 변화 없이 정체된 가운데, 급등 국면을 활용해 일부 외국인 자금이 이익 실현에 나서고 이를 국내 투자자들이 받아내는 구조가 형성된 셈이다. 평소 대비 크게 늘어난 거래량은 단기 변동성을 키우는 동시에 하방 지지력도 어느 정도 강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평가다.
시가총액 측면에서 고려아연은 이날 기준 약 32조4500억원 규모로 코스피 19위를 기록하며 비철금속 업종 내 압도적인 대장주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풍산, 삼아알미늄 등 동종 업계와 비교하면 외국인 비중은 다소 낮지만, 매출 규모와 이익 창출 능력에서 뚜렷한 우위를 보이고 있다. 상장주식수는 약 1934만주다. 유통 물량이 상대적으로 적어 품절주 성격이 강한 만큼 적은 거래량에도 주가 변동성이 확대되는 특성이 있다. 현재 주가 기준 2024년 예상 실적을 반영한 PER은 업계 평균을 크게 웃도는 수준으로, 성장 기대가 상당 부분 선반영됐다는 평가와 함께 향후 실적이 이를 뒷받침할지가 관건으로 떠오르고 있다.
실적 전망은 우호적이다. 시장 컨센서스 기준으로 2024년 예상 영업이익은 7235억원이지만, 2025년에는 1조1359억원으로 50% 이상 늘어날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주당순이익(EPS)은 2024년 9190원에서 2025년 3만9129원으로 4배 이상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올해 109배 수준으로 높았던 PER은 내년 38배 수준으로 낮아지며 밸류에이션 부담이 완화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미국 제련소 프로젝트가 계획대로 진행되고, 글로벌 비철금속 가격과 환율이 우호적으로 움직일 경우 수익성 지표는 추가 개선 여지도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다만 장기 투자 관점에서 리스크 요인도 적지 않다. 무엇보다 최대주주 영풍과 MBK파트너스 측이 최윤범 회장 측과 벌이고 있는 경영권 분쟁이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 미국 제련소 투자 재원을 마련하기 위한 제3자 배정 유상증자 계획을 두고 영풍·MBK 측은 이를 최 회장의 경영권 방어 수단으로 규정하며, 회사의 장기 가치를 훼손하는 배임에 가깝다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아울러 영풍 측이 제기한 약 200억원 규모 회사 자금 유용 의혹 등 법적 공방도 이어지며 기업 지배구조 리스크가 확대되는 모양새다.
이 같은 갈등은 단기적으로는 지분 경쟁 심화에 따른 경영권 프리미엄 기대를 자극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유상증자에 따른 기존 주주의 지분 희석 우려와 함께 거버넌스 리스크 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관투자가들 사이에서는 미국 투자 프로젝트가 회사의 재무 건전성과 주주가치 제고라는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을지, 이사회 독립성과 투명성을 강화하는 지배구조 개선책이 병행될지가 중장기 투자 판단의 핵심 변수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주가 흐름을 놓고 보면 단기 조정 가능성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단기간 급등으로 190만원 선까지 치솟았던 주가는 심리적 저항선 인식과 차익 실현 물량 출회로 변동성이 커진 상태다. 시장에서는 대략 155만원 선을 1차 기술적 지지선으로 삼는 분위기다. 이 가격대를 지켜낸다면 미국 투자 기대와 실적 개선 전망에 힘입어 우상향 추세가 이어질 수 있지만, 지지선이 무너질 경우 변동성 확대와 함께 되돌림 폭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전문가들은 미국 정부와 방산업체의 투자 조건, 유상증자 방식과 규모, 경영권 분쟁의 향방이 맞물리면서 주가가 롤러코스터 양상을 보일 수 있다고 본다. 특히 미국 프로젝트의 구체적 계약 구조와 수익 배분 방식, 현지 환경·인허가 리스크 등이 아직 확정되지 않은 만큼, 관련 불확실성이 해소되는 과정에서 주가가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투자 전략 측면에서 증권가에서는 단기 추격 매수보다는 조정 시 분할 매수 접근을 주문하는 목소리가 늘고 있다. 미국 정부의 직접 투자와 전략 광물 공급망에서의 위상 강화는 중장기 성장 동력으로 평가되지만, 구체적인 계약 내용이 공개되기 전까지는 뉴스 흐름에 따라 주가가 크게 출렁일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추가로 제기될 수 있는 법적 이슈나 지배구조 변수도 리스크 요인으로 꼽힌다.
중장기적으로는 미국 제련소 건설이 실제 착공 단계에 접어들고, 2025년 이후 실적 개선이 수치로 확인되는 시점까지 성장 통증을 동반한 조정 국면이 반복될 수 있다는 전망이 많다. 향후 고려아연의 주가와 기업가치는 미국 프로젝트 진행 상황, 비철금속 시황, 환율과 금리 등 거시 변수, 그리고 지배구조 개선 속도에 의해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