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형 흥행 알고리즘"…제이크폴, 부상도 돈으로 바꾼 뉴미디어 복싱
디지털 플랫폼이 전통 스포츠 산업의 수익 공식을 다시 쓰고 있다. 유튜브 출신 복서 제이크폴이 전 세계 중계로 진행된 헤비급 경기에서 패배했음에도, 소셜미디어를 기반으로 한 콘텐츠 비즈니스 모델을 앞세워 경기 수익과 화제성에서 중심에 서며 이 같은 흐름을 입증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경기를 뉴미디어 기반 격투 스포츠 비즈니스가 본격적인 분기점을 맞은 사례로 본다.
영국 매체 더 선에 따르면 제이크폴은 21일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카세야 센터에서 열린 헤비급 경기에서 앤서니조슈아에게 6라운드 KO패를 당했다. 경기 도중 조슈아의 강한 오른손 펀치를 정면으로 맞은 폴은 그대로 쓰러졌고, 이후 턱뼈 두 곳이 골절되는 중상을 입은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이후 일부 치아를 제거하는 수술을 받았으며, 일정 기간 고형 음식 섭취가 어려운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부상 정도만 보면 경력 관리에 치명적인 상황이지만, 폴이 보여준 대응 방식은 철저히 엔터테인먼트 비즈니스 계산에 맞춰져 있었다. 그는 경기 직후 개인 전용기 내부에서 다발의 현금과 여러 정의 총기를 앞에 둔 채 촬영한 사진을 자신의 SNS 계정에 올렸다. 여기에 아메리칸 드림을 언급하며 실패와 노동, 학습을 강조하고 멈추지 말라는 메시지를 덧붙여, KO패 직후에도 스스로를 성공 콘셉트의 캐릭터로 포지셔닝했다.
경기 결과에서는 조슈아가 승리를 챙겼지만, 수익 구조에서는 폴이 더 큰 관심을 모았다. 이번 대결은 총 2억 파운드, 우리 돈 3800억 원대 규모의 흥행 카드로 추정되며, 폴이 이 중 약 7000만 파운드, 한화 1300억 원대의 몫을 가져간 것으로 알려졌다. 전통적인 챔피언십 타이틀보다 파급력 높은 SNS 영향력, 주문형 중계권 협상력, 글로벌 팬덤을 기반으로 한 광고·스폰서 연계 수익을 한데 묶은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에서는 제이크폴 사례를 소셜미디어 알고리즘과 개인 브랜드가 결합된 대표적인 스포츠 비즈니스 모델로 본다. 그가 시도해온 유튜브 콘텐츠형 흥행 전략은 팬덤 데이터 분석, 플랫폼별 노출 최적화, 파급력 높은 스토리텔링 요소를 사전에 설계해 경기 자체를 하나의 장기 콘텐츠 프로젝트로 만드는 방식이라는 평가다. 경기력 편차가 큰 대진조차도 서사 구조를 입혀 흥행 요소로 전환하는 점이 특징으로 꼽힌다.
특히 이번 대결은 실력 차가 상당한 매치업을 흥행 카드로 포장했다는 비판과, 그럼에도 막대한 흥행 수익을 만들어낸 상업적 성공 사례라는 평가가 맞서고 있다. 전통 복싱 진영에서는 폴의 행보가 스포츠의 경기력 가치와 순수성을 훼손한다는 우려를 제기하는 반면, 디지털 마케팅 업계에서는 콘텐츠 기획과 수익 극대화 관점에서 분석할 만한 레퍼런스로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온라인 여론 역시 극단적으로 갈렸다. 일부 이용자들은 턱뼈 골절과 1300억 원대 수익을 비교하며 골절의 대가라면 감수할 수 있다는 반응, 금융 치료라는 표현까지 써가며 폴의 상업적 감각에 주목했다. 반대로 부상과 총기·현금 과시가 결합된 SNS 이미지 전략에 대해 폭력성 미화와 도덕적 책임 회피라는 비판도 이어졌다.
스포츠 비즈니스 전문가들은 뉴미디어 환경에서 경기는 더 이상 결과만으로 평가되지 않는다고 본다. 사전 스토리텔링, 실시간 중계 플랫폼 전략, 경기 후 후속 콘텐츠까지 포함한 전 주기 설계가 흥행을 좌우하는 구조가 자리 잡는 중이라는 분석이다. 동시에 전통 스포츠 규범과 엔터테인먼트식 자본 논리 사이에서 균형점을 어떻게 찾을지가 향후 복싱 산업뿐 아니라 격투 스포츠 전반의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결국 제이크폴과 조슈아의 대결은 승패 기록보다도 디지털 플랫폼 시대에 스포츠가 어떻게 콘텐츠 산업과 결합하며 변형되고 있는지를 보여준 사례로 남게 됐다. 산업계는 이러한 뉴미디어형 흥행 모델이 어디까지 확장될지, 그리고 전통 스포츠의 규범과 어떤 접점을 찾을 수 있을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