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GMP 통과한 케이캡 원료…HK이노엔, 중남미 공략 가속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케이캡의 원료 공장이 브라질에서 제조 품질을 공식 인정받으면서 국산 위장약의 중남미 시장 진입이 속도를 내고 있다. 브라질이 중남미 최대 의약품 시장이자 까다로운 규제 국가로 꼽히는 만큼, 이번 인증은 한국 제약사의 글로벌 공급망 다변화와 기술 수출 전략에서 의미 있는 분기점으로 받아들여진다. 업계에서는 브라질 진입이 곧 다른 중남미 국가 확장의 교두보가 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하는 분위기다.
HK이노엔은 충북 음성군 대소공장이 브라질 국가위생감시국 ANVISA로부터 원료의약품 제조 및 품질관리 기준 GMP 인증을 획득했다고 밝혔다. 인증 품목은 케이캡의 주원료 물질인 테고프라잔으로,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에 사용되는 국산 신약 성분이다. 회사 측은 이번 승인을 통해 대소공장이 글로벌 수준의 제조 시스템과 품질 경쟁력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고 평가했다.

대소공장은 HK이노엔의 핵심 원료의약품 생산 거점으로, 이미 2010년 일본 의약품의료기기종합기구 PMDA로부터 원료의약품 GMP 인증을 받으며 해외 규제 당국의 기준을 충족한 바 있다. 이후 2019년에는 테고프라잔 생산동을 증설해 케이캡 수요 증가에 대응할 수 있는 공급 체계를 마련했다. 공정 자동화와 오염 방지 설계, 원료 이력 추적 시스템 등을 갖춰 대량 생산과 품질 일관성을 동시에 확보한 구조라는 설명이다.
GMP는 의약품 제조와 품질관리 전 과정을 규율하는 기준으로, 원료 입고부터 합성, 정제, 포장, 출하에 이르는 모든 단계의 관리 수준을 요구한다. 특히 ANVISA의 GMP 심사는 현장 점검과 문서 검토가 엄격한 것으로 알려져 글로벌 제약사들이 신뢰도 지표로 삼고 있다. 테고프라잔 생산 라인이 브라질 당국의 기준을 통과했다는 것은 향후 완제의약품 허가 과정에서 품질 리스크를 낮추는 기반이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HK이노엔은 2022년 12월 브라질 대형 제약사 유로파마와 케이캡 기술 이전 계약을 체결했다. HK이노엔이 테고프라잔 원료와 제조 공정을 제공하고, 유로파마가 브라질 현지에서 완제의약품 생산과 판매를 담당하는 분업 구조다. 이번 원료 GMP 인증으로 HK이노엔은 브라질 내 케이캡 허가가 승인될 경우 테고프라잔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전제 조건을 상당 부분 충족한 셈이다.
위식도역류질환은 서구화된 식습관과 고령화로 유병률이 증가하는 질환으로, 브라질과 중남미에서도 위산분비억제제 수요가 꾸준히 확대되는 시장으로 평가된다. 케이캡은 기존 대표 약물 계열인 PPI와 다른 기전의 칼륨 경쟁적 위산분비억제제로 개발돼, 작용 발현 속도와 약효 지속 측면에서 차별화를 내세우고 있다. 제형과 복용 편의성을 바탕으로 아시아 여러 국가에서 허가를 확보해 온 만큼, 중남미에서도 현지 환자와 의료진 선택지를 넓힐 수 있을지 주목된다.
글로벌 제약 시장에서는 각국 규제기관 GMP 인증을 축으로 원료와 완제 생산 기지가 분업화되는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다. 특히 중남미는 자국 제약사와의 협업, 기술 이전을 전제로 한 구조가 일반적이어서 국내 기업 단독 진입이 쉽지 않다. HK이노엔이 유로파마와 파트너십을 구축하고 브라질 GMP까지 확보한 것은 이러한 진입 장벽을 단계적으로 해소하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브라질 규제 환경은 의료 접근성 확대와 비용 절감을 위한 제네릭, 바이오시밀러 육성과 더불어 품질·안정성 관리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ANVISA의 GMP 승인 이력이 있는 생산기지는 다른 제약사와 추가 계약을 논의할 때도 신뢰도 자산으로 작용할 수 있어, HK이노엔 대소공장의 활용 범위가 넓어질 가능성도 있다. 다만 완제의약품 허가 심사 과정, 보험 등재와 가격 협상 단계에서의 변수가 남아 있어 실제 매출 발생까지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브라질에서 케이캡이 허가를 획득하고 상업 출시에 성공할 경우, 중남미 인접 국가로의 확장과 추가 기술 수출 협상에도 힘이 붙을 것으로 본다. 한 제약산업 전문가는 브라질 GMP 인증은 단일 국가 진출을 넘어 글로벌 원료 공급 허브로서 입지를 강화하는 신호라고 해석할 수 있다며 제도와 시장 요구에 맞는 파트너십 모델이 한국 제약사의 해외 진출 성공 여부를 가르는 핵심 요인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HK이노엔 관계자는 이번 인증을 통해 브라질 시장 내 케이캡 원료의 안정적 공급 기반과 허가 준비의 초석을 마련했다며 중남미 시장 공략과 추가 해외 진출 가속화를 위한 발판으로 삼겠다고 밝혔다. 제약업계는 케이캡의 브라질 허가와 판매 성과가 국산 위장약의 글로벌 위상, 나아가 국내 제약사의 기술 수출 전략에 어떤 파급을 가져올지 지켜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