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스피어 17 급등…의료 AI 정책 기대에 우주항공 수주 겹치며 거래 폭증

윤선우 기자
입력

스피어 주가가 11일 코스닥 시장에서 17를 웃도는 급등세를 나타냈다. 정부의 의료 인공지능 육성 방침에 대한 정책 기대와 미국 우주 발사체 기업을 대상으로 한 특수합금 공급 계약 등 실체가 있는 수주 모멘텀이 겹치며 투자자 관심이 집중된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스피어코리아 합병 이후 우주항공 특수합금과 기존 디지털 헬스케어 사업이 이원 성장 축으로 자리 잡는 과정에서 변동성이 확대되고 있다고 해석한다. 향후 수주가 실적에 반영되는 속도와 정책 구체화 정도에 따라 주가 흐름이 갈릴 것으로 관측된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11일 코스닥 시장에서 스피어는 전 거래일 대비 17.04 상승한 9,480원에 거래를 마쳤다. 장중 강한 매수세가 유입되며 9,000원대를 회복했고, 마감가 기준으로도 고점 부근에서 거래를 끝냈다. 지난 12월 4일 장중 7,320원까지 밀리며 조정을 받던 주가는 5거래일 만에 2,000원 이상 뛰어오르며 단기 저점을 확인한 뒤 급반등한 모양새다. 11월 중순 이후 가장 강한 폭의 장대 양봉이 출현하면서 여러 이동평균선이 모여 있던 저항 구간도 한 번에 돌파했다는 평가다.

[분석] 우주 뚫고 AI로 날았다… 스피어, 정책과 수주가 만든 17% 급등의 '이중주' (제공:AI제작)
[분석] 우주 뚫고 AI로 날았다… 스피어, 정책과 수주가 만든 17% 급등의 '이중주' (제공:AI제작)

수급 동향도 눈에 띈다. 이날 스피어의 거래량은 399만 주로, 전일 대비 10배 이상 급증했다. 평소 대비 1,000 안팎의 거래가 터지면서 직전 조정 과정에서 형성된 매물대가 상당 부분 소화된 것으로 분석된다. 최근 기관은 12월 9일 10만 주 이상을 순매수한 뒤 곧바로 차익 실현에 나서는 등 단기 매매에 집중하는 모습을 이어가고 있다. 외국인도 매수와 매도를 반복하며 뚜렷한 방향성을 보이지 않았으나, 이날은 개인 투자자를 중심으로 새로 유입된 매수세가 외국인과 기관의 차익 물량을 소화한 것으로 시장은 보고 있다.

 

테마 관점에서 스피어의 급등 배경에는 의료 AI와 우주항공이라는 두 축이 동시에 작용한 점이 꼽힌다. 정부가 의료 인공지능 분야를 차세대 전략 산업으로 육성하겠다는 방침을 밝히면서 디지털 헬스케어 사업을 영위하는 스피어가 정책 수혜 기대 종목으로 부각됐다. 여기에 최근 미국 글로벌 발사체 기업과 체결한 특수합금 공급 계약이 다시 주목받으며, 스피어가 단기 테마주를 넘어 실적 기반 성장주로 재평가될 수 있다는 기대가 더해진 모습이다. 시장에서는 단기적으로는 정책 기대가 불씨를 당겼고, 중장기적으로는 우주항공 수주가 성장 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동종 업계와 비교하면 스피어의 상대적 강세가 더욱 두드러진다. 같은 날 의료 AI와 헬스케어 관련 종목인 루닛은 0.01 상승, 뷰노는 보합(0.00)에 머문 반면, 쓰리빌리언은 4.70 하락했다. 이 가운데 스피어만이 17대 상승률을 기록하며 독주 양상을 보였다. 시가총액은 약 3,718억 원 규모로, 1조 원대인 루닛 등 대형주에 비해 가벼운 몸집과 우주항공이라는 추가 모멘텀을 동시에 갖춘 점이 매수세 유입 요인으로 거론된다. 다만 외국인 지분율이 1.48로 루닛의 8.13 등 경쟁사 대비 낮은 수준인 만큼, 향후 외국인 수급이 얼마나 유입될지가 중장기 주가 흐름의 변수로 지목된다.

 

재무 지표를 보면 외형 성장은 가팔라졌지만 수익성은 여전히 부진한 과도기 국면이다. 2024년 결산 기준 스피어의 매출액은 256억 원으로 전년보다 54.88 증가했다. 반면 영업손실은 63억 원, 당기순손실은 170억 원을 기록해 적자가 이어졌다. 시장에서는 스피어코리아 합병에 따른 비용과 설비 투자 부담이 반영된 결과로 해석하고 있다. 주가순자산비율 PBR은 2.79배 수준으로, 우주항공과 의료 AI 두 사업부의 성장성을 감안하면 밸류에이션이 과도하게 높다고 보긴 어렵다는 평가도 나온다. 특히 매출의 99가 우주항공 사업에서 발생하고 있어 향후 수주 잔고가 매출과 이익으로 전환되는 시점이 실적 턴어라운드의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

 

펀더멘털 관점에서 스피어의 핵심 성장 축은 스피어코리아 합병 효과와 글로벌 수주 확대다. 회사는 최근 미국 우주항공 기업들과 특수합금 공급 계약을 잇달아 체결해 누적 수주액 950억 원을 달성했다고 밝혔다. 시장에서는 이를 통해 스피어가 스페이스X 벤더라는 위상을 공고히 하고, 국내 민간 우주 발사체 엔진 소재 분야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확보하고 있다고 평가한다. 우주항공 부문 성장세가 의료 AI 테마의 변동성을 완충해 주가 하방을 지지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기대도 형성되는 분위기다.

 

다만 전환사채 CB 관련 이슈는 양면성을 지닌 리스크 요인으로 언급된다. 스피어의 3회차 CB에 대해 전환 청구가 이어지면서 잠재적 매도 물량, 이른바 오버행 우려가 꾸준히 제기돼 왔다. 동시에 부채가 자본으로 전환되면서 재무 구조 개선 효과가 나타나는 점은 긍정 요인으로 평가된다. 일부 CB 물량에 대해 회사가 콜옵션을 행사해 재매입하고, 이후 재매각을 추진한 공시 등은 지분 희석을 관리하고 주가 안정을 꾀하려는 의지로 해석된다. 그럼에도 재무적 투자자들의 차익 실현 수요가 남아 있는 만큼, 주가 급등 국면마다 나오는 매도 물량이 상승 속도를 제약할 수 있다는 관측도 제시된다.

 

기술적 측면에서 향후 주가의 분수령은 단기 심리적 저항선인 1만 원 돌파 여부가 될 것으로 시장은 본다. 스피어는 이번 급등으로 9,000원대 상단을 뚫어냈고, 1차 지지선으로 거론되는 8,800원이 유지된다면 전고점 회복을 시도하는 N자형 상승 패턴도 가능하다는 분석이 뒤따른다. 다만 단기간 급등에 따른 피로감, FI 매물 출회 가능성, 그리고 추가 호재성 뉴스의 공백 등이 겹칠 경우 9,800원 안팎에서 강한 저항에 부딪힐 수 있다는 경계론도 존재한다. 일부 보수적인 투자자들은 5일 이동평균선이 현 주가 수준에 근접할 때까지 추격 매수를 자제하고 조정 이후 분할 접근하는 전략을 선호하는 분위기다.

 

투자 리스크 요인도 적지 않다. 스피어는 아직 연속적인 적자 흐름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고, 의료 AI 정책 역시 구체적인 시행령이나 예산 집행이 확인되기 전까지는 기대 심리에 기댄 측면이 강하다. 우주항공 수주도 실제 매출과 이익으로 인식되기까지 일정한 시간차가 존재해, 단기 실적에 즉각 반영되기는 어려울 수 있다. 상장주식수 대비 유통 물량도 적지 않은 만큼, 주가 급등 이후 거래량이 급격히 줄어드는 경우 단기 조정폭이 확대될 가능성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시장에서는 스피어를 둘러싼 정책 모멘텀과 수주 성과가 동시에 부각되면서 변동성이 당분간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향후 의료 AI 관련 정부 로드맵과 예산 집행 상황, 우주항공 부문의 신규 계약 추가 여부, 전환사채 물량 소화 속도 등이 종합적으로 주가 방향을 좌우할 전망이다. 투자자들은 단기 이벤트성 이슈보다 수주 잔고의 질과 실적 개선 속도에 주목하며 중장기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는 조언이 나온다.

윤선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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