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불치병 환자분 드셔보세요”…‘허경영 우유’ 유튜브 무죄에 검찰 항소

문수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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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이른바 ‘허경영 우유’로 불리는 ‘불로유’가 불치병이나 암 치료 등에 효과가 있는 것처럼 홍보한 유튜버 A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허위·과장 건강 효능 광고에 대한 규제 범위를 두고 수사기관과 법원의 판단 차이가 드러난 셈이다.

 

의정부지검 남양주지청은 28일 식품표시광고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유튜버 A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의정부지법 남양주지원 형사4단독 1심 판결에 대해 항소장을 법원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허경영 / 뉴시스
허경영 / 뉴시스

A씨는 2022년 10월부터 2023년 3월까지 자신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에서 총 6차례에 걸쳐 “허경영 우유 실험해 보세요”, “불치병, 암 환자분 드셔보세요” 등 표현을 사용해 불로유가 질병 예방과 치료에 효능이 있는 것처럼 홍보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불로유는 시중에 판매되는 일반 우유에 허경영 국가혁명당 명예대표의 얼굴 스티커를 붙이거나 이름을 적어 종교시설 ‘하늘궁’에서 제공하는 이른바 ‘영성 상품’으로 알려져 있다.

 

1심 재판부는 이달 18일 선고 공판에서 식품표시광고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제출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의 불로유 홍보가 질병의 예방, 치료에 효능이 있는 것으로 표시, 광고한 것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또한 재판부는 A씨의 행위가 식품표시광고법이 규율하는 ‘소비자를 상대로 한 판매 목적 광고’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주목했다. 재판부는 “A씨의 유튜브 홍보 행위가 시청자들의 건강을 해칠 수 있는 방법을 권한 것이어서 바람직하지 않다”면서도 “소비자를 전제로 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식품표시광고법 대상으로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 법의 입법 목적이 식품 제조·판매자의 부당 표시·광고를 금지해 소비자의 알 권리를 보장하고 건전한 거래 질서를 확립하는 데 있는 만큼, A씨는 제조자나 판매자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취지다.

 

재판부는 아울러 A씨가 사실상 ‘식품’이 아니라 허경영이라는 인물 또는 그 얼굴 스티커 자체를 홍보한 것으로 보았고, 해당 스티커가 식품위생법이 정한 기구·용기·포장 등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점도 무죄 판단 근거로 들었다. 앞서 A씨는 벌금 1000만 원 약식명령을 받았으나 이에 불복해 정식 재판을 청구했고, 그 결과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이에 대해 검찰은 항소장에서 1심 판단이 법리를 잘못 적용했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1심 재판부는 A씨의 불로유 홍보가 제품 판매를 전제로 하지 않는다고 보았으나, 관련 영상을 보면 제품 가격과 수익에 대한 내용이 포함돼 식품표시광고법 적용 대상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또 “특정인의 얼굴 스티커 역시 제품 홍보에 해당한다”며 “1심 판결에 법리 오인이 있다고 보고 상급 법원의 판단을 받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사건의 핵심 쟁점은 유튜버가 직접 제조·판매자가 아니더라도 특정 식품이나 식품과 결부된 상품을 통해 건강 효능을 강조할 경우 식품표시광고법상 ‘표시·광고’ 책임을 질 수 있는지 여부다. 온라인 플랫폼에서의 이른바 ‘영성 상품’이나 종교적 상징물을 매개로 한 건강 효능 주장이 어디까지 규제 대상이 되는지에 대한 법원의 판단이 향후 유사 사례의 기준이 될 전망이다.

 

소비자단체와 보건·의료계에서는 그간 인터넷과 종교·영성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퍼지는 검증되지 않은 건강 효능 주장에 대한 우려를 제기해 왔다. 다만 이번 1심과 같이 “판매 목적이 명확하지 않다”거나 “식품 포장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무죄가 선고될 경우, 규제 사각지대가 생길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상급심에서는 유튜브 채널을 통한 반복적 홍보가 사실상 판매 촉진 활동으로 볼 수 있을지, 우유에 부착된 얼굴 스티커가 식품위생법상 포장 개념에 포함되는지 등이 다시 다뤄질 것으로 보인다. 항소심 결과에 따라 온라인 건강 효능 광고의 규제 범위와 책임 주체에 대한 법적 기준 논쟁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문수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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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경영우유#불로유#식품표시광고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