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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폐결절 진단보조"…코어라인소프트, 공공조달 채널 넓힌다

정하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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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 인공지능이 공공의료와 국가검진 시스템의 구조를 바꾸는 촉매로 부상하고 있다. 폐암 조기 발견을 겨냥한 국산 흉부 CT 진단보조 소프트웨어가 산업통상자원부의 우수연구개발 혁신제품으로 지정되면서, 공공조달을 통한 AI 의료 인프라 확산 속도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업계에서는 이번 지정이 단일 제품 인증을 넘어, 공공의료 영역에서의 AI 활용 경쟁 구도를 한 단계 끌어올리는 분기점으로 보고 있다.

 

코어라인소프트는 폐 CT 의료영상에서 폐결절의 악성 종양 여부를 판독하는 진단보조 소프트웨어 에이뷰 LCS가 산업통상자원부의 우수연구개발 혁신제품으로 지정됐다고 29일 밝혔다. 혁신제품 지정은 산업부 연구개발 과제의 성과 가운데 기술 혁신성과 공공성을 동시에 충족한 제품만을 별도 심사를 통해 부여된다.

이번 지정으로 에이뷰 LCS는 향후 3년 동안 공공조달 시장에서 수의계약, 조달청 시범구매, 수출 연계 지원 등 정책 기반 조달 채널에 우선 진입할 수 있는 자격을 확보했다. 일반적인 입찰 경쟁 절차를 거치지 않고도 공공의료기관과 장기 공급 계약을 체결할 수 있어, 매출 가시성과 사업 파이프라인 안정성이 크게 높아지는 구조다.

 

에이뷰 LCS는 저선량 흉부 CT를 기반으로 폐 결절을 자동 검출하고, 위치와 크기, 형태 등 정량 정보를 제공해 악성 종양 의심 여부를 판독하는 AI 진단보조 소프트웨어다. 흉부 CT 의료영상에서 방사선 전문의가 일일이 눈으로 찾아야 했던 작은 결절까지 고해상도로 분석해 놓침을 줄이고, 조기 발견률을 끌어올리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회사 측은 AI가 반복적인 탐지와 계측 업무를 대신함으로써 판독 시간 단축과 판독자 간 편차 감소에 기여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특히 에이뷰 LCS는 국가 폐암검진 사업과 연계된 저선량 CT 판독 환경을 겨냥해 개발된 솔루션으로, 실제 공공검진 센터에서 수집된 방대한 임상 데이터를 기반으로 학습·검증 과정을 거쳤다는 점이 특징으로 꼽힌다. 기존 단순 보조 도구와 달리 검진 워크플로 전체에 녹아들도록 설계해, 접수부터 판독, 보고서 생성까지 통합 지원하는 구조를 취하고 있다.

 

시장 측면에서 국가 폐암검진과 공공의료원 디지털 전환 사업은 AI 진단 솔루션의 대표적인 B2G 수요처로 거론된다. 폐암은 조기 발견 시 5년 생존율이 크게 높아지는 질환이지만, 대규모 인구집단을 대상으로 한 CT 판독에는 전문 인력과 시간이 많이 소요된다. 저선량 CT 기반 검진이 확대될수록 판독 부담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기 때문에, 일정 수준 이상의 정확도와 신뢰성을 확보한 AI 보조 솔루션 도입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코어라인소프트는 에이뷰 LCS를 앞세워 국가 폐암검진 사업, 공공의료원 디지털 전환 프로젝트, 정부 R&D 연계 과제 등 다수의 공공 부문 사업에 참여해 레퍼런스를 쌓아왔다. 특히 최근 공공의료원을 대상으로 추진된 AI 기반 흉부 진단 인프라 구축 사업에서 실제 운영 환경에 도입돼 성능과 효율성을 검증받았다는 평가다. 단발성 시범사업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동일 솔루션이 전국 여러 의료기관으로 확산될 수 있는 구조를 일부 입증했다는 의미다.

 

공공의료와 국가검진 영역의 특징은 일단 도입된 솔루션이 수년 단위로 유지·운영되며, 검진 인구 확대나 기관 추가 지정에 따라 사용 규모가 점진적으로 늘어나는 점이다. 이런 구조는 단기적인 라이선스 판매보다 중장기 반복 매출과 유지보수, 업그레이드 수익에 유리하다. 에이뷰 LCS의 혁신제품 지정은 중앙부처, 지방자치단체, 공공의료기관을 아우르는 조달 채널 접근성을 크게 넓혀, 코어라인소프트가 공공의료 AI 인프라 구축사업에서 선점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한 것으로 해석된다.

 

경쟁 구도 측면에서 의료영상 AI는 글로벌 대형 장비사와 미국, 유럽 AI 스타트업들이 이미 흉부 CT, 폐 결절 탐지 솔루션을 상용화한 분야다. 다만 국가별 검진 제도와 보험 구조, 공공조달 제도가 상이해, 국내 공공의료 영역에서는 국산 솔루션이 규제 대응과 언어, 워크플로 최적화 측면에서 상대적 우위를 점할 여지도 있다. 산업부 혁신제품 지정과 같은 제도적 지원은 이러한 국산 기술의 초기 확산을 촉진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책·규제 관점에서 혁신제품 지정제도는 연구개발 성과가 실제 공공서비스에 쓰이도록 연결하는 통로로 설계돼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와 조달청이 연계해 지정 제품에 대해 수의계약과 시범구매를 허용함으로써, 기술 검증이 끝난 솔루션이 조달 절차의 문턱에서 지연되는 문제를 완화하려는 취지다. 의료 AI의 경우 식품의약품 규제와 개인정보 보호 규정을 충족하는 동시에, 조달 프로세스를 거쳐 현장에 안착해야 하는 만큼 이런 제도는 상용화 시간표를 앞당길 수 있는 수단으로 거론된다.

 

코어라인소프트는 에이뷰 LCS를 시작으로 흉부 CT 기반 폐기종, 심장 질환, 코로나 후유증 평가 등 자사가 보유한 AI 포트폴리오를 공공조달 영역으로 단계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AI 모듈을 여러 질환 영역으로 확장해 하나의 플랫폼 내에서 통합 제공하는 방향으로, 공공의료기관의 디지털 전환 수요를 공략하겠다는 전략이다.

 

김진국 코어라인소프트 대표는 조달청 혁신제품 선정을 계기로 전국 공공의료 현장에 AI 기술 확산 기반이 한층 강화됐다고 평가했다. 김 대표는 공공의료 강화 정책 기조에 맞춰 폐암 조기 진단 등 실제 환자 진료에 기여하는 AI 솔루션 공급을 지속 확대하겠다고 강조했다. 산업계는 이번 기술이 공공조달 시장에서 안정적인 수요를 확보하며 국내 의료 AI 생태계 전반의 성장 동력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주시하고 있다.

정하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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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어라인소프트#aviewlcs#의료a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