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눈높이 못 미쳤다"…김병기 사퇴, 이재명 정부 여당 원내 사령탑 교체 변수
정국을 둘러싼 비위 의혹 공방과 더불어민주당 내부 부담이 겹겹이 쌓이면서 원내 지도부가 교체 국면에 들어갔다.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여당 첫 원내대표로 선출됐던 김병기 의원이 취임 200일 만에 자리에서 물러나기로 하면서, 여당의 원내 전략과 향후 정국 운용에도 적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는 30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사퇴 의사를 공식 표명했다. 김 원내대표는 "오늘 민주당 원내대표직에서 물러난다"며 "국민의 상식과 눈높이에 한참 미치지 못한 처신이 있었고 그 책임은 전적으로 제 부족함에 있다. 진심으로 죄송하다"고 말했다. 취임 이후 불거진 각종 비위 의혹이 도마에 오른 가운데, 스스로 직을 내려놓겠다는 결단을 내린 것이다.

그는 최근 자신과 가족을 둘러싼 논란이 당과 정부에 부담이 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김 원내대표는 "하나의 의혹이 확대 증폭돼 사실처럼 소비되고 진실에 대한 관심보다 흥미와 공방의 소재로만 활용되는 현실을 인정하기 어려웠다"고 말하면서도, "시시비비를 분명히 가리고 진실을 끝까지 밝히는 길로 갈 것인지에 대한 고민은 제 거취와도 연결돼 있었다"고 밝혔다. 진실 규명과 정치적 책임 사이에서 고심을 거듭해 왔다는 취지다.
또한 그는 사퇴의 직접적인 이유를 이재명 정부와 민주당에 대한 부담 최소화로 설명했다. 김 원내대표는 "이 과정이 이재명 정부 성공을 뒷받침할 민주당 원내대표로서 책무를 흐리게 해선 안 된다는 결론에 이르렀다"며 "연일 계속되는 의혹 제기의 한복판에 서 있는 한 제가 민주당과 이재명 정부의 걸림돌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사퇴) 결정은 제 책임을 회피하고 덜어내는 것이 아니라 시시비비를 가린 후 더 큰 책임을 감당하겠다는 제 의지"라며 "다시 한번 국민 여러분께 큰 심려를 끼쳐드린 점 깊이 사죄드린다"고 거듭 고개를 숙였다.
김 전 원내대표를 향한 의혹은 여러 갈래에서 제기돼 왔다. 대한항공에서 제공한 호텔 숙박 초대권을 이용했다는 특혜 의혹이 불거졌고, 부인이 구의회에서 집행한 업무추진비를 사적으로 사용했다는 문제 제기도 이어졌다. 여기에 국회의원 보좌진을 통해 아들의 업무를 해결하려 한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추가되면서, 본인뿐 아니라 가족 전반을 겨냥한 의혹이 전방위적으로 확산했다. 야권과 시민사회 일각에선 도덕성에 대한 비판이 가중됐고, 여당 내부에서도 국정 동력에 미칠 부정적 파장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제기돼 왔다.
결국 당 지도부와 청와대 격인 대통령실이 민심 악화와 국정 운영 부담을 고려하면서, 김 원내대표도 더 이상 논란을 방치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재명 정부 출범 후 여당 첫 원내 사령탑이었던 김 전 원내대표가 200일 만에 물러나면서, 집권여당의 원내 리더십 공백과 조기 전면 재정비가 불가피해졌다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김 원내대표의 사퇴로 더불어민주당은 곧바로 차기 원내대표 선출 절차에 착수할 전망이다. 당헌상 후임 원내대표는 김 전 원내대표의 잔여 임기인 내년 6월 초순까지 약 5개월간 원내를 지휘한다. 짧지 않은 기간 동안 예산·민생 법안 처리, 국정감사 후속 조치, 이재명 정부 국정과제 입법 뒷받침 등 주요 현안을 책임져야 하는 만큼, 당내 경쟁도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 당 안팎에서 거론되는 차기 원내대표 후보군은 박정 의원, 백혜련 의원, 한병도 의원 등 3선 중진을 중심으로 형성돼 있다. 조승래 사무총장과 이언주 최고위원도 잠재적 주자로 이름이 오르내린다. 그러나 본격 출마 선언과 계파 구도, 대통령실과의 호흡 등 복합 변수가 얽혀 있어 최종 후보 윤곽은 당내 논의가 본격화된 이후 드러날 전망이다.
정치권에서는 김병기 전 원내대표의 퇴진이 이재명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에 부담이자 기회라는 교차 평가도 나온다. 비위 의혹을 둘러싼 논란이 장기화되면 국정 지지율 하락과 직결될 수 있는 만큼 강수에 나섰다는 해석이 있는 반면, 집권 2년 차를 앞두고 원내 리더십을 새로 짜는 과정에서 당내 갈등이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민주당 관계자들은 공식적으로는 "새 원내대표를 중심으로 국정과제 추진에 속도를 내겠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비위 의혹에 따른 도덕성 타격, 야권의 공세 강화, 차기 원내대표 경선 과정에서의 계파 갈등 가능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당분간 여당은 내외부 리스크 관리에 상당한 역량을 투입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날 국회는 김병기 전 원내대표의 사퇴를 계기로 여야 공방의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여당은 조속한 원내대표 선출과 진상 규명 절차를 병행하겠다는 입장이고, 야당은 도덕성 검증과 책임 추궁을 이어가겠다는 태세다. 정치권은 김 전 원내대표를 향한 의혹과 사퇴 파장을 둘러싸고 정면 충돌 양상으로 치닫고 있으며, 민주당은 향후 원내대표 선거 일정을 조율해 새로운 지도부를 중심으로 정국 수습에 나설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