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현에서 셔틀 외교 재가동”…이재명, 내달 다카이치와 다섯 번째 한일 정상회담 추진
한일 관계의 새 균형점을 둘러싸고 이재명 대통령과 일본 정부가 정면으로 맞붙었다. 한중일 정상회의가 사실상 무산된 가운데, 이 대통령이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의 고향인 나라현에서 양자 정상회담을 여는 방안이 추진되면서 외교 지형이 다시 요동치는 모습이다.
8일 여권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은 내달 중순께 1박 2일 일정으로 일본 나라현 나라시를 방문하는 방안을 두고 일본 정부와 일정을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방문이 성사되면 이 대통령 취임 후 다섯 번째 한일 정상회담이 된다.

나라현은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의 출신 지역이자 현 지역구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10월 30일 경주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APEC 정상회의 계기 한일 정상회담 직후 기자회견에서 "셔틀 외교 정신에 따라 다음에는 제가 일본을 방문해야 하는데, 가능하면 나라현으로 가자고 다카이치 총리에게 말씀드렸다. 본인도 아주 흔쾌히 좋아하셨다"고 밝힌 바 있다. 셔틀 외교 복원을 상징하는 장소로 상대국 정상의 지역구를 택하겠다는 구상이었다.
애초 일본 정부는 내달 자국에서 한중일 3국 정상회의 개최를 추진했다. 그러나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가 대만 유사시 일본의 개입 가능성을 시사한 발언 이후 중일 관계가 급격히 악화했고, 중국 측이 참석을 거부하면서 3국 정상회의는 사실상 무산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한일 양자 정상외교가 먼저 재가동되는 형국이다.
이재명 대통령과 일본 측 지도부 간 교류는 최근 1년간 빈번하게 이어졌다. 지난 6월 캐나다 주요 7개국 G7 정상회의 계기에 이 대통령과 이시바 시게루 전 일본 총리가 처음 만난 뒤, 이 대통령이 8월 일본 도쿄를 찾았고 이시바 전 총리가 9월 부산을 답방했다. 이어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가 10월 경주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방한하면서 양국 정상은 셔틀 외교 지속 의지를 거듭 확인했다.
이와 별개로 이재명 대통령의 방중 구상도 물밑에서 검토되고 있다. 여권에 따르면 청와대와 외교 당국은 이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 국가주석과 회담하는 방안을 놓고 시기를 모색 중이다. 지난달 APEC 정상회의 계기 한중 정상회담으로 관계 복원의 토대를 마련한 만큼, 후속 조치 차원에서 정상 간 대면 외교를 이어가겠다는 구상으로 풀이된다.
한국 정부는 일본과의 셔틀 외교를 공고히 하면서도 동시에 중국과의 정상 교류를 병행해 중일 간 균형 외교를 추구하겠다는 입장으로 읽힌다. 다만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중국 방문은 방일 일정을 마친 이후에 성사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일 관계와 한중 관계가 동시에 재조정 단계에 접어든 만큼, 이재명 대통령의 방일과 방중 성사 여부에 따라 향후 동북아 외교 지형이 적잖은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정부는 양국과의 정상 외교 채널을 복원하면서도 국익을 최우선으로 한 실질 협력 의제를 조율해 나가겠다는 입장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