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영국 무역접근 선언 여파”…뉴욕증시 주요지수 모두 상승→기술주 강세 이어질까
뉴욕의 밤거리가 아직 깊은 적막을 머금고 있던 새벽, 월가에는 이따금씩 조용한 전환의 숨결이 감돌았다. 2025년 5월 8일(현지시간), 미국과 영국 두 나라 지도부가 손을 맞잡고 새로운 무역합의에 뜻을 모으자, 세계 자본시장은 익숙한 긴장 대신 은근한 낙관의 흔들림을 선택했다. 주요 경제 매체를 통해 전달된 소식에 뉴욕증시의 주요지수는 모두 동반 상승세로 출발했다.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0.34% 오른 41,254.95를 나타냈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와 나스닥종합지수 역시 각각 0.27%, 0.43%의 오름세로 기록 위에 흔적을 남겼다.
이날, 백악관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나서 미국과 영국 간 새로운 무역 접근 합의를 천명했다. 영국은 미국산 제품에 드리워져 있던 비관세 장벽을 낮추는 동시에, 미국산 쇠고기와 에탄올에 더 넓은 길을 터주기로 했다. 다만, 이 합의는 아직 구체적 조항이 확정되기 전의 맥락에 놓여 있었고, 세부 조건 마련을 위한 협상은 앞으로 몇 주 더 이어질 것으로 예고됐다. 시장은 이 소식에 일시적으로 환호를 보냈다가, 구체적 진전이 당장 이루어지지 않음에 소폭 실망의 기류도 드리웠다.

그러나 업종별로 나뉜 증시는 확정되지 않은 미래에도 소리 없는 희망을 품은 듯했다. 에너지 및 산업주가 1% 넘는 상승세를 기록했고, 세계를 움직이는 ‘매그니피센트7’ 대형 기술주 중 엔비디아를 빼고는 대부분이 힘찬 흐름을 이어갔다. 테슬라는 2% 이상, 애플과 알파벳은 1%대 오름폭을 보였다. 특히, 하루 전날 급락세를 탔던 알파벳은 구글 검색엔진 논란을 뒤로하고 저가매수세 유입으로 반전의 서사를 써 내려갔다. 실적 발표에 따른 희비도 여전했다. 디지털 운동기구 기업인 펠로톤은 1분기 실적 부진으로 7% 가량 하락했지만, 워너브라더스디스커버리는 스트리밍 및 케이블TV 분리 가능성에 힘입어 3% 넘게 올랐다.
노동시장의 흐름도 증시에 온기를 불어넣었다. 최근 미국 주간 신규 실업보험 청구 건수는 22만8천 명으로, 직전주 대비 1만3천 건 줄었고, 시장 예상치보다 양호해 고용시장의 질긴 생명력을 확인케 했다. 노동부는 1분기 단위 노동비용이 예비치 기준 연율 5.7%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는 5.1%였던 시장 전망을 뛰어넘는 수치다. 또, 3월 말 기준 도매 재고는 0.4% 늘어난 9천75억 달러에 달하며, 3개월 연속 증가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한편, 유럽증시 역시 대체로 경쾌한 흐름을 탔다. 유로스톡스50지수와 독일 DAX지수는 각각 1.07%, 0.83% 상승했으나, 영국 FTSE지수는 오히려 0.37% 하락하면서 상반된 모습을 보여주었다. 국제 유가의 반등도 주목을 받았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2.63% 올라 배럴당 59.60달러, 브렌트유도 2.36% 상승하며 변동성 속 안정감을 지키는 듯했다.
도이체방크는 미국-영국 간 합의가 완전한 무역협정으로 거듭나기까지 수년이 소요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세계 금융시장은 앞으로도 무역협상 세부 조율 상황, 거대 기술주들의 실적워크, 고용 및 원유가격 동향에 깊은 이목을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모두가 다음 세부협상 일정과 글로벌 시장의 온도를 가늠하는 순간, 투자자들은 다시 한 번 신중한 균형 위에서 변동성의 파도를 헤쳐나갈 준비를 시작한다. 뉴욕의 심야는 언제나처럼 또 다른 새벽을 품에 안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