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혐의 강요 없었다”…엄희준, 상설특검 첫날 문지석 무고 수사요청
쿠팡 퇴직금 수사외압 의혹을 둘러싸고 현직 검사들 간 공방이 상설특검 수사 개시와 동시에 격돌했다. 의혹의 당사자인 엄희준 검사가 의혹 제기자인 문지석 부장검사를 무고 혐의로 수사해 달라고 안권섭 특별검사팀에 요청하면서 수사 방향을 둘러싼 긴장감이 한층 높아졌다.
6일 엄희준 검사 측은 안권섭 특별검사가 이끄는 상설특별검사팀이 서울에서 현판식을 열고 공식 수사에 착수한 직후 특검 사무실을 찾아 문지석 부장검사에 대한 무고 수사 요청서를 제출했다. 상설특검이 쿠팡 관련 외압 의혹 조사를 막 시작한 첫날부터 피의 의혹 당사자가 맞고소에 나선 셈이다.

엄 검사 측은 입장문을 통해 “엄 검사도 상설특검의 수사에 적극 협조할 것”이라며 “상설특검에서는 본건 사실관계를 명백히 규명한 후 문 부장검사를 무고죄로 엄중히 처벌해 달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문 부장검사가 대검찰청 감찰을 피하기 위해 지휘라인인 엄 검사를 겨냥한 허위 진정을 냈다고 주장했다.
문지석 부장검사는 앞서 대검찰청 감찰부에 제출한 진정서를 통해 쿠팡 일용직 노동자 퇴직금 미지급 사건 수사 과정에서 엄 검사가 외압을 행사했다고 주장했다. 핵심 내용은 대검 보고서 작성 과정에서 쿠팡 관련 노동청 압수물을 누락했고, 무혐의 결론을 강요했으며, 주임검사에게 무혐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엄 검사 측은 구체적으로 반박했다. 우선 압수물 누락 의혹과 관련해 “김동희 검사는 4월 18일 대검에 노동청 압수물 내용과 문 부장검사의 입장까지 보고했다”며 “검찰 메신저 대화 내역 등 객관적 증거자료가 그대로 남아있다”고 주장했다. 대검 보고 단계에서 관련 자료와 의견이 모두 전달됐기 때문에 의도적 누락이라는 주장은 맞지 않는다는 취지다.
무혐의 강요 의혹에 대해서도 엄 검사 측은 문 부장검사가 스스로 무혐의 결론에 동의했다고 반박했다. 엄 검사 측은 “3월 5일 회의에서 문 부장검사는 쿠팡 사건을 무혐의 처리하는 것에 대해 동의했고 관련 메신저 내역이 남아있다”며 “문 부장검사가 4월 18일 다시 한번 쿠팡 사건 무혐의에 동의한 메신저 내역도 있다”고 주장했다. 지휘라인이 일방적으로 결론을 밀어붙인 것이 아니라 당시 부장검사도 같은 판단을 공유했다는 설명이다.
주임검사에게 무혐의 가이드라인을 줬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엄 검사 측은 “주임검사가 먼저 엄 검사에게 무혐의 의견을 제시했고 주임검사 의견대로 처리하라고 한 것이 전부”라고 했다. 수사 방향을 위에서 정해 내려보낸 것이 아니라, 실무를 담당한 주임검사의 판단을 그대로 수용했다는 점을 부각하며 외압 주장을 부인했다.
엄 검사 측은 문 부장검사가 대검 감찰 대상이 된 경위도 문제 삼았다. 이들은 “문 부장검사는 사전 보고 규정을 무시한 채 독단적으로 압수수색을 진행한 혐의 등으로 대검에서 감찰을 받게 됐다”며 “지휘권자인 엄 검사를 처벌받게 하고 자신의 감찰 혐의를 면탈하려는 목적으로 허위 사실로 엄 검사를 무고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수사외압 의혹이 내부 감찰을 둘러싼 책임 공방에서 비롯됐다는 설명이다.
또한 엄 검사 측은 “엄 검사는 쿠팡 측과 아무런 관련이 없고 쿠팡 관련 사건 처리를 왜곡할 그 어떤 동기도 없다”며 이해관계 부존재를 강조했다. 이어 “상설특검은 위와 같은 사정을 고려해 양측 모두에 균형감 있는 공정한 수사를 진행해 주실 것을 부탁드린다”고 덧붙였다. 상설특검 수사 과정에서 문 부장검사에 대한 무고 여부도 함께 들여다봐 달라는 주문이다.
한편 안권섭 특별검사팀은 이날 현판식을 마친 뒤 쿠팡 퇴직금 불기소 의혹과 관봉권 띠지 폐기 의혹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관봉권 띠지 사건은 검찰이 압수한 현금다발의 봉인 띠지가 수사 과정에서 훼손되거나 폐기됐다는 의혹으로, 검찰의 증거 관리 적정성 논란을 낳은 사안이다.
안 특검은 “어깨가 무겁다. 객관적 입장에서 사건의 실체를 밝히는 데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며 “수사 결과에 따른 합당한 결정을 내리겠다”고 말했다. 상설특검이 본격 수사에 들어가면서 대검 감찰과 특검 수사가 교차하는 구도에서 검찰 내부 책임 공방과 외압 여부 규명이 어떻게 정리될지 주목된다.
정치권과 법조계에서는 상설특검 수사가 진전될수록 여야 공방도 거세질 것으로 보고 있다. 국회는 특검 수사 결과와 대검 감찰 결과를 지켜본 뒤 향후 검찰권 통제 장치와 관련 제도 개선 논의를 이어갈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