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도 가족이냐”…AI가 읽은 부부 갈등 데이터
반려동물 돌봄을 둘러싼 부부 갈등 사례가 온라인에서 빠르게 확산되면서, 이런 일상의 정서 데이터를 읽어내려는 인공지능 분석 시도가 주목받고 있다. 텍스트 기반 감정 분석과 가치관 분류 알고리즘이 발전하면서, 개별 사연이 아니라 수십만 건의 사례를 집단적으로 분석해 결혼관·출산관·반려동물 인식 변화를 계량적으로 파악하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기술이 향후 디지털 멘탈케어, 가족 상담 플랫폼, 반려동물 헬스케어 서비스 기획의 기초 데이터가 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결혼 1년 6개월 차 30대 남성이 글을 올려, 아내가 15살 반려 푸들을 돌보겠다며 직장을 그만두고, 반려견이 떠날 때까지 임신을 미루겠다고 주장해 이혼을 고민하게 됐다고 호소했다. 작성자는 아내가 고가의 반려견 용품 구매로 생활비 지출을 크게 늘렸고, 밤마다 노견 돌봄으로 잠을 설치면서 부부 공동생활이 무너졌다고 주장했다. 반면 댓글에서는 아내가 남편보다 오랫동안 함께한 반려견에 대한 애착을 강조하며, 결혼 전 충분한 가치관 조율이 없었던 점을 문제로 지적하는 의견도 나왔다. 전통적인 가족관과 반려동물 가족화 인식이 정면으로 충돌한 셈이다.

텍스트 기반 감정 분석 기술은 이런 논쟁형 게시글에서 등장하는 단어와 표현 패턴을 통계적으로 해석한다. 예를 들어 분노, 배신감, 죄책감, 애착, 상실 공포 등 감정 레이블을 사전에 학습한 자연어 처리 모델에 적용하면, 글쓴이와 댓글 집단 각각의 정서 분포를 수치로 추정할 수 있다. 여기에 반려동물, 출산, 직장, 이혼, 경제 부담 등 주제 키워드를 함께 매핑하면, 갈등의 1차 요인이 무엇인지, 어느 지점에서 의견이 양극화되는지까지 데이터로 표현할 수 있다.
특히 이번 사례와 유사한 온라인 게시글을 대량 수집해 분석하면, 반려동물을 자녀에 가깝게 인식하는 집단과 반려동물을 취미 또는 책임 정도로 인식하는 집단 간 언어 표현 차이도 드러난다. 연구자들은 반려동물을 가족으로 호명하는 비율, 임신과 출산 시기와의 연관 키워드, 퇴사나 경제 활동 중단 같은 결정과 얽힌 서술 구조를 추출해, 세대별 가족관과 생애 계획의 변화를 정량화하려는 시도를 진행하고 있다.
시장 측면에서는 이런 정서 데이터가 디지털 헬스케어·멘탈케어 서비스 설계에 직접적인 참고 지표가 될 수 있다. 반려동물 상실 경험이나 돌봄 스트레스로 인한 우울과 불안을 호소하는 사례가 늘면서, 온라인 심리 상담 플랫폼과 정신건강 앱들은 반려동물 애도 케어, 부부 갈등 중재, 가족 회의 가이드 등 세분화된 콘텐츠를 준비하는 흐름이다. 실제로 글로벌 멘탈케어 앱들은 대화형 챗봇과 설문형 인터페이스를 통해 반려동물과의 관계, 가족 계획, 경제 상황을 동시에 묻고, 알고리즘이 맞춤형 상담 시나리오를 추천하는 기능을 실험 중이다.
국내외 학계와 산업계에서는 이러한 갈등 데이터를 단순한 온라인 해프닝이 아니라 사회 구조 변화를 반영하는 정량 자료로 활용하려는 분위기도 강해지고 있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이미 반려동물 인구 증가와 출산율 저하 간 상관관계, 1인 가구와 비혼·딩크 확산이 정신건강 지표에 미치는 영향을 인공지능으로 분석한 연구가 발표되고 있다. 한국에서도 저출산과 가족 다양화가 정책 의제로 부상한 만큼, 온라인 커뮤니티와 소셜미디어 텍스트를 결합한 대규모 정서 데이터 분석 수요가 커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개인정보 보호와 윤리 규범은 핵심 변수다. 게시글과 댓글을 크롤링해 분석하는 과정에서 비식별화 기준을 어떻게 설정할지, 개인의 민감한 가족사를 상업적 서비스 개발에 어느 수준까지 활용할 수 있을지 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반려동물 사별, 이혼, 임신 포기 같은 사안은 정신건강과 직결되는 만큼, 알고리즘이 사용자에게 과도한 선택 압박을 주거나 특정 가치관을 유도하지 않도록 설계해야 한다는 경고도 제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온라인상 부부 갈등과 반려동물 돌봄 논쟁이 확산될수록, 이를 읽어내는 인공지능 기술의 역할도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동시에 데이터 수집과 활용 전 과정에서 당사자 의사와 정보 보호, 상담 윤리가 충분히 반영돼야 디지털 멘탈케어와 반려동물 관련 서비스가 지속 가능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산업계는 가속하는 가족 구조 변화 속에서, 기술과 윤리의 균형을 어떻게 맞출지 시험대에 오른 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