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용산 이전, 경찰 배치에 영향”…정부, 이태원 참사 부실대응 책임자 62명 조치 요구
10·29 이태원 참사를 둘러싼 경찰 경비 논란과 관계기관의 책임 회피 문제가 다시 불거졌다. 국무조정실은 23일 정부 합동감사 결과를 발표하며 경찰이 참사 당시 대통령실 용산 이전에 따라 경비 업무의 우선순위를 잘못 뒀다는 점을 공식 지적했다. 대통령실을 중심으로 일어난 경비 배치 왜곡에 더해, 서울시와 용산구 등 지자체 역시 재난 대응에서 총체적 미흡 사례가 드러나면서 정국은 긴장감을 더했다.
국무조정실은 이날 “예견된 대규모 인파 운집에 대비한 경찰의 사전 준비가 현저히 부족했다”며 “대통령실 용산 이전이 실제로 현장 경비 인력 운용 방식에 영향을 미쳤다”고 직접 언급했다. 참사 당일 대통령실에는 집회 관리 등 명목으로 인력이 집중적으로 배치된 반면, 이태원 일대는 경비 공백이 발생했음이 확인된 셈이다. 경찰 지휘부 역시 이 사실을 인지하면서도 실질적인 대안을 마련하지 않았다고 국무조정실은 밝혔다.

경찰 감사관 고정삼은 브리핑에서 “대통령실 용산 이전 이후 서울경찰청과 용산경찰서 지휘부가 대통령실 인근 경비를 우선시하도록 인력 운용 방침이 바뀌었음이 수치상 드러났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2022년 5월 1일부터 10월 30일까지 용산서 관할 집회·시위 건수는 전년 대비 약 27배(34건에서 921건) 급증한 것으로 조사됐다.
아울러 경찰이 참사 이후 실시한 특별감찰 역시 책임 소재 규명과 징계 절차 등 후속 조치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했다고 국무조정실은 평가했다. 감찰팀이 공식 보고서를 남기지 않은 채 활동을 종료했고, 일부 책임자들이 아무런 제재 없이 정년퇴직 처분됐다는 설명이다.
서울시와 용산구 대처에 대해서도 국무조정실은 “용산구청은 재난 초동 보고부터 재난안전대책본부 설치, 현장지원본부 가동 등 모든 대응 단계에서 규정 미준수와 지연이 확인됐다”며 총체적 부실 운영을 지적했다. 서울시는 징계 등 후속 조치에서 허점이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실제로 징계 대상자는 내부 보고만 이뤄진 후 법적 절차 없이 퇴직했다.
이에 따라 경찰, 용산구청, 서울시청 소속 인원 62명에 대한 ‘상응 조치’ 요구가 내려졌다. 대부분은 이번 합동감사에서 새로 비위 사실이 드러난 인물들로, 구체적 징계 여부는 행정안전부와 경찰청, 징계위원회 심의를 거쳐 결정될 예정이다. 국무조정실 서영석 공직복무관리관은 “무거운 책임을 져야 할 인사부터 경미한 규정 위반에 해당하는 사례까지 다양하다”며 “최종 결정 단계가 남아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합동감사는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7월 유족과의 대화에서 시효 만료 이전 철저한 감사를 원한다는 요청을 수용하면서 이뤄졌다. 이태원 참사 이후 용산구청에 대한 정부 차원의 종합감사는 이번이 최초다.
국무조정실은 “유가족과 국민의 의혹 해소에 조금이나마 기여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와 맞물려 정치권은 경찰과 지방자치단체의 위기 대응 체계 전면 점검 필요성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정부와 관계기관은 이번 감사 결과를 토대로 추가 징계 및 제도 개선을 검토할 방침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