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재판부 헌법 위반 소지"…변협·여변 역대 회장들, 여권 법안에 집단 반대
내란전담재판부와 법왜곡죄 신설을 둘러싸고 법조 원로 그룹과 국회가 정면 충돌했다. 여권이 12·3 계엄 사태 내란 사건 전담 특별재판부 설치를 추진하자, 대한변호사협회와 한국여성변호사회 역대 회장들이 헌법 위반 소지를 제기하며 강력 반발했다.
4일 대한변호사협회와 한국여성변호사회에 따르면, 신영무 전 대한변호사협회 회장 등 변협·여변 역대 회장 13명은 이날 성명을 내고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안과 법왜곡죄 도입 법안을 동시에 비판했다. 이들은 더불어민주당이 발의해 국회에서 추진 중인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에 대해 "법관 임명에 외부 인사가 개입할 수 있도록 하고 있어 헌법에 위반된다"고 주장했다.

성명은 현행 사법 체계와의 충돌을 우선 문제 삼았다. 원로 법조인들은 "현행법상 군사법원을 제외한 특별재판부 설치에 대한 근거가 없다"고 지적한 뒤, 근거로 드는 과거 사례 역시 부적절하다고 했다. 이들은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는 본래의 목적을 이루지 못하고 다수당의 권력에 휘둘렸고, 3·15 특별재판부는 5·16 쿠데타를 초래했다"고 언급했다.
또 내란전담재판부가 재판의 독립성과 공정성을 해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성명은 "재판의 공정성을 훼손하고 입법권력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내란전담재판부는 삼권분립을 근본적으로 훼손한다"고 강조했다. 입법부 주도로 특정 사건 전담 재판부를 만드는 시도가 사법부 독립에 구조적 압박을 가할 수 있다는 취지다.
법왜곡죄 신설에 대해서도 강한 우려가 제기됐다. 법왜곡죄는 판사나 검사가 재판 또는 수사 과정에서 법을 고의로 왜곡하거나 사실관계를 조작한 경우 형사처벌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원로 법조인들은 이 조항이 검찰의 기소 재량과 형사사법 구조에 중대한 변화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성명은 "증거가 제한적인 사건에서 검사가 정황증거와 진술의 신빙성을 종합해 기소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며 "명백한 물증이 없는 사건에서 처벌을 우려해 방어적 기소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수사·기소 과정에서 추후 형사책임을 피하기 위해 무리한 기소를 선택할 유인이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번 성명에는 제35대 대한변호사협회 회장을 지낸 박승서 변호사를 비롯해 정재헌 제41대 회장, 천기흥 제43대 회장, 신영무 제46대 회장, 하창우 제48대 회장, 김현 제49대 회장, 이찬희 제50대 회장, 이종엽 제51대 회장, 김영훈 제52대 회장 등 전직 변협 회장 9명이 참여했다. 한국여성변호사회에서는 김정선 제5대 회장, 이명숙 제8대 회장, 이은경 제9대 회장, 조현욱 제10대 회장 등 4명이 이름을 올렸다.
한편 전날인 3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는 12·3 계엄 사태와 관련해 윤석열 전 대통령 등이 연루된 내란 사건을 전담하는 특별재판부 설치법안이 의결됐다. 같은 날 판사와 검사의 재판·수사 과정 법 왜곡과 사실관계 조작을 처벌하는 법왜곡죄 신설 형법 개정안,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수사 범위를 확대하는 공수처법 개정안도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했다.
여권과 법조계가 정면으로 맞선 만큼 향후 본회의 표결 과정에서 공방이 거세질 전망이다. 국회는 해당 법안들을 다음 회기 본회의에 상정해 처리 수순에 들어갈 계획이며, 법조계와 정치권의 추가 논쟁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